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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08. 2022

진(Gin)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 3

진(Gin)의 세계 – 5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91


• 베스퍼(Vesper)

진 베이스의 칵테일로, <007 카지노 로얄>에 등장한 클래식 칵테일이다. 작중에서 제임스 본드가 레시피를 만들고, 히로인인 베스퍼 린드의 이름을 붙였다. 실제로 레시피를 만든 사람은 작가 이언 플레밍의 친구인 이바르 브라이스(Ivar Bryce)이다.


고든스 진과 보드카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우 드라이한 칵테일이다. 진 베이스에 ‘키나 릴렛’이라는 베르무트가 사용된 마티니 계열의 칵테일이며, IBA 기준으로 ‘Vesper’라 등록되어 있다.


소설과 영화에 등장한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ree measures of Gordon's, One of Vodka, half a measure of Kina Lillet. Shake it over ice, and add a large thin slice of lemon peel.”(고든스 진 세 번, 보드카 한 번, 키나릴레 절반, 얼음 넣고 흔들어서 얇은 레몬 껍질 추가.)


영화에서는 본드가 게임 도중 위 대사로 레시피를 그대로 말하는데, 일부러 르쉬프의 정신을 쏙 빼놓기 위해 길게 주문한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다른 플레이어들도 똑같이 주문하며, 예외적으로 펠릭스 라이터는 레몬은 제외시켜 달라고 주문한다.

이 주문 역시 르쉬프에게 혼란을 주어 정신을 빼놓기 위함이다. 이 혼란스러운 주문방식을 들은 르쉬프는 결국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 주문이 모두 끝나자 “이제 됐나, 응?(That’s it, huh?)”이라 투덜대며 장면은 마무리된다.


이 영화의 속편 격인 <007 퀀텀 오브 솔라스>에서도 본드가 볼리비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베스퍼의 사진을 옆에 두고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베스퍼(Vesper)는 어떻게 만드나요?

• 진 - 45 ml (1 1/2 oz)

• 보드카 - 15 ml (1/2 oz)

• 릴렛 블랑 - 7.5 ml (1/4 oz)


1/2oz를 기준으로 할 경우 고든스 진 3*1/2oz, 보드카 1/2oz, 키나릴레 1/2*1/2oz를 넣게 된다. 위의 재료들을 얼음과 함께 8~10초가량 쉐이킹 한 다음, 얼음을 걸러내고 차갑게 식힌 마티니 글라스에 따라준다. 이후 레몬 필로 가니쉬 해주면 완성.


• 애비에이션(Aviation)

진 베이스로, 20세기 초반에 개발된 클래식 칵테일이다. 2011년과 2020년 IBA 공식 레시피에 등록되었다.


애비에이션은 ‘항공’, ‘비행’, ‘비행기’ 를 의미하는 단어로, 크렘 드 바이올렛의 보라색이 희석되어 희미한 하늘색을 띠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뉴욕에 위치해 있던 윌릭 호텔의 헤드 바텐더였던 휴고 엔슬린(Hugo R. Ensslin)에 의해 창시되었으며, 1917년 그의 저서 <혼합주 레시피들(Recipes for Mixed Drinks)>에 처음으로 레시피가 기록되었다.


1930년대에 발간된 저서 <사보이 칵테일 북(Savoy Cocktail Book)>에서는 크렘 드 바이올렛을 제외시킨 레시피가 실려 있는데, 이는 당시 크렘 드 바이올렛을 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혹은 단순 오류로 생각된다. 이후 많은 바텐더들이 이 레시피를 참고하면서 2011년 IBA에 등록될 당시까지도 크렘 드 바이올렛이 빠진 형태로 등록되었으나, 2020년 개정판에서는 크렘 드 바이올렛이 들어간 원본 레시피로 복원되었다.


크렘 드 바이올렛이 없는 버전은 카지노라는 이름으로 다시 기록되었다. 이 역시도 휴고 엔슬린이 개발한 칵테일이며, 1961년 애비에이션보다 먼저 IBA에 공식 레시피로 지정된 역사가 있다.


애비에이션(Aviation)은 어떻게 만드나요?

•진 - 45 ml (1 1/2 oz)

•마라스키노 - 15 ml (1/2 oz)

•레몬 주스 - 15 ml (1/2 oz)

•크렘 드 바이올렛 - 1 tsp


마찬가지로 위의 재료들을 얼음과 함께 모두 8~10초가량 셰이킹 해 준 다음, 얼음을 걸러내고 차갑게 식힌 칵테일글라스에 따라주면 완성. 원한다면 마라스키노 체리로 가니쉬 해주면 된다.


• 진 리키(Gin Rickey)

진 베이스로, 리키 또는 진 리키(Gin Rickey)로 알려진 칵테일로서 클래식 칵테일의 한 종류이다.


1880년대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Shoomaker's resort라는 바에서 바텐더 조지 윌리엄슨(George A. Williamson)이 조 리키 대령(Colonel Joe Rickey)과 협력하여 만든 칵테일로 알려져 있다. 이때 그가 처음 만든 '조 리키'라는 칵테일은 버번위스키를 베이스로 하였으며 이후 라이 위스키를 이용한 변형 칵테일들도 등장하였다. 이후 증류주를 베이스로 하여 라임 주스와 탄산수를 가미하는 기법을 '리키'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890년대에는 이미 진 리키가 조 리키를 대체했다고 하며, 현대에 와서 ‘리키’ 곧 ‘진 리키’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모히토가 리키의 기법에서 영향을 받은 칵테일이라는 설이 있다. 라임주스와 탄산수가 주 재료인 점이 같다. IBA 공식 칵테일에는 빠져있는데, 진 피즈나 존 콜린스가 이미 들어가 있으며, 진 리키의 인기가 이 둘보다는 못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진 리키(Gin Rickey)는 어떻게 만드나요?

•진 - 2oz (60ml)

•라임 - 1/2개

•탄산수 - full up


베이스인 술을 얼음을 채운 하이볼 글라스에 따라준다. 이후 라임 1/2개를 짜내 즙을 넣어주고 남은 라임도 넣어준다. 마지막으로 탄산수를 가득 따라주면 완성.


기호에 따라 라임 휠, 라임 웨지로 장식하거나 빨대를 꽂아 주기도 한다. 라임 껍질을 넣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라임 주스 + 탄산수라는 개념만 지켜주면 바텐더에 따른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진 리키(Gin Rickey)는 진 피즈, 존 콜린스와 어떻게 다른가요?

진 피즈는 탄산수를 제외한 재료를 쉐이킹 한 후 얼음이 없는 잔에 탄산수와 함께 부어 서브하지만, 존 콜린스는 얼음이 있는 잔에 재료를 빌드한다. 같은 양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셰이킹 된 진 피즈는 ‘다일루전(Dilution; 바텐딩에서는 얼음이 녹으면서 술이 희석되는 것)’이 많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존 콜린스와 술의 맛과 향이 달라진다. 더불어 얼음이 들어가는 존 콜린스가 더 큰 잔이 필요하며, 그에 따라 들어가는 탄산수의 양 역시 달라진다. 바에서 사용하는 잔의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피즈의 경우 4 oz 이하의 탄산수가 들어가는 반면, 존 콜린스는 6 oz 정도의 탄산수가 들어간다.


진 리키는 진 피즈, 존 콜린스와 달리 설탕을 넣지 않으며, 레몬 대신 라임을 선호한다. 진 피즈처럼 하이볼 글라스를 사용하지만, 콜린스처럼 빌드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설탕이 없고 라임을 사용하여 더 시고 쓴 맛이 나며, 그 맛을 줄이기 위해 콜린스처럼 얼음을 넣어 서브한다.


• 진 토닉(Gin Tonic)

칵테일의 한 종류. 집에서 만들기 쉬운 칵테일 베스트 1에 들어가는 칵테일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칵테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전문적인 셰이크 기술을 구사할 필요 없이 그냥 컵에 얼음 채운 다음 진과 토닉워터를 붓고 섞으면 땡이다. 여유가 좀 있으면 라임 한 조각 띄우면 칵테일 바에서 파는 것과 흡사한 맛을 낼 수 있다.


상세한 레시피를 기술하자면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진 1.5oz(45ml) 넣은 후 토닉워터로 잔의 8부까지 채우고 라임 혹은 레몬 한 조각을 즙을 짜서 넣은 후 바 스푼으로 가볍게 한두 번 저어주면 된다. 진의 비율은 25%에서 50% 사이가 일반적.


토닉워터로 채우고 그 위에 즙을 짜거나 위에 썼듯이 먼저 짜서 넣는 방법 등 만드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가니쉬로는 원래는 라임이 기본이었는데 세계적으로 라임보다 레몬이 싸고 구하기 쉬운 지역이 많다 보니 점점 레몬이 흔해졌다고. 한편 오이향을 내세우는 헨드릭스 진의 경우 헨드릭스&토닉에는 오이를 넣을 것을 권장하고, 증류 과정에서 오렌지 향이 들어가는 비피터의 경우 오렌지를 가니쉬로 쓰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만들기 쉬운 만큼 할인매장 등의 술 판매코너의 진 옆에는 언제나 진로社의 토닉워터가 있다. 가끔 자금적인 여유가 안되어 토닉워터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사이다를 타도 된다는 말이 있지만, 이 경우 토닉워터 특유의 씁쓸한 맛이 없기 때문에 진 토닉보다는 차라리 진 피즈에 가깝다.


재료가 간단하기 때문에 진의 품질이 상당히 중요한 칵테일, 되시겠다. 간단한 예로, 하우스 진으로 많이 쓰는 바톤 진으로 만든 것과 다른 프리미엄 진으로 만든 것을 비교해서 마셔보면 맛의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칵테일 초심자들도 느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리고 좀 어이가 없긴 하지만, 토닉워터를 어떤 것으로 고르는가도 칵테일의 맛의 차이를 내는 요소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바텐더의 실력이 아주 가산 요인이 안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정말 실력 있는 프로의 것은 재료만을 섞은 아마추어의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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