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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07. 2022

진(Gin)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 - 2

진(Gin)의 세계 – 4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87


• 더비(Derby)

진 베이스로, 클래식 칵테일에 속한다. 재료와 레시피는 간단하지만 도수가 높은 칵테일이다.


기원은 1903년 신시내티 운하의 한 바에서 일하던 해리 크라독(Harry Craddock)이라는 바텐더가 ABC라는 칵테일에서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 레시피 중 가니쉬에는 올리브도 있었던 모양이다. 해리가 이 칵테일을 설명할 때 “올리브를 곁들인 가니쉬”라고 말했지만, 이후 1930년 해리 크라독의 ‘사보이 칵테일 북(The Savoy Cocktail book)’이라는 저서에서 설명될 때는 생략되어 있다.


여담으로 신선한 민트 잎을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취급하는 바가 적다고 한다.


더비(Derby)는 어떻게 만드나요?

• 드라이 진 - 2oz (60ml)

• 피치 비터스 - 2 dashes

• 민트 잎 - 2 leaves


얼음을 넣은 믹싱 글라스에 민트 잎 한 장과 나머지 재료들을 모두 따른 후 스터 해준다. 이후 차가운 마티니 글라스에 스트레이너를 이용해 따라 주고, 민트 잎으로 가니쉬 해주면 완성.


• 미키 슬림(Mickey Slim)

진 베이스로, 압생트가 재료로 들어가는 칵테일이다.


‘소문’에 의하면 1950년대 미국에서는 그 당시 기적의 살충제였던 DDT(!)를 섞어 만드는 칵테일이 붐이 생겼으며, 사람들은 그 칵테일을 ‘미키 슬림’이라고 불렀다. 미키 슬림을 마신 사람들은 이 칵테일이 취기를 돋아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칵테일의 영광도 곧 저물었는데,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DDT의 위험성을 세상에 알리면서 DDT의 사용이 대대적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서 미키 슬림도 사라지는 듯했지만, 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생각하기로 DDT가 약간 취기를 돋아주는 효과가 압생트를 많이 넣은 것과 같다는 걸 깨닫고(?) 개량하게 되면서 DDT가 없는 현재의 미키 슬림을 만들었다. 실제로 DDT를 먹었을지에 대한 것은 카더라식의 괴소문이라는 주장도 있으며, 미키 슬림의 기원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어쨌거나 지금 볼 수 있는 미키 슬림은 압생트를 이용한 것. 다만 진이나 압생트나 도수가 살인적으로 높기로 유명하기 때문에 어느 의미에서는 녹색 폭탄주에 가깝다는 설명이 더 맞을 듯하다. 한국에서는 압생트의 재료 자체인 쓴 쑥이 식용불가 첨가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한동안 압생트를 볼 수조차 없었지만, 정식으로 수입되는 압생트도 나오게 되면서 한국에서도 제조가 가능해졌다.


미키 슬림(Mickey Slim)은 어떻게 만드나요?

• 진 - 1oz (30ml)

• 압생트 - 1/2oz (15ml)

• 얼음물

• 각설탕 - 1 piece


압생트를 따른 잔에 진을 넣은 다음, 각설탕을 압생트 전용 스푼에 올려 각설탕이 잔에서 녹지 않을 만큼 천천히 얼음물을 부어준다.


• 솔티 독(Salty Dog)

칵테일의 한 종류. 영국 선원들이 마셨던 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Salty Dog’이란 영국 선원들의 은어로 '갑판원', 즉 가장 하급의 선원을 뜻한다고 한다. 갑판에서 바닥을 닦으며 파도를 맞고 땀을 흘리다 보면 온몸이 소금으로 하얗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옛날 레시피는 진을 베이스로 하고, 그레이프 프루트 주스와 소금을 넣고 저어서 완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영국 선원들이 마셨다는 유래를 생각해보면 이쪽이 더 자연스러운 셈이다.


IBA 레시피로는 진을 베이스로 하도록 되어 있으나 국내의 많은 바에서는 보드카를 베이스로 하여, 여기에 자몽 주스를 적당량 섞은 후 가볍게 저어서 완성한다. 진 베이스의 경우 진 특유의 향이 자몽의 쌉쌀하고 신맛과 향과 어울려 독특한 풍미를 나타내며, 보드카 베이스의 경우 좀 더 대중적인 맛을 가지고 있다.


글라스에는 소금으로 장식을 한다. 소금 장식의 경우 글라스의 반만 묻히면 특히 ‘하프 문’이라고 부르며, 소금 장식이 없을 경우에는 ‘그레이하운드’라고 부른다.


솔티 독(Salty Dog)은 어떻게 만드나요?

• 진 - 1 1/3oz (40ml)

• 자몽 주스 - 3 1/3oz (100ml)


소금으로 리밍된 하이볼 글라스를 준비한 다음, 위의 모든 재료들을 빌드하면 완성.


•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

진 베이스 칵테일로, 체리 향과 함께 파인애플의 달콤하고 상큼한 맛을 낸다. 현재 IBA 공식 칵테일 레시피에는 싱가폴 슬링 래플스 스타일이 싱가폴 슬링의 정식 레시피로 등록되어 있다.

바텐더, 응이암통분(Ngiam Tong Boon, 嚴崇文)

1915년 싱가포르에 위치해 있는 래플스 호텔(Raffles Hotel)의 롱 바(Long Bar)의 응이암통분(嚴崇文) 바텐더가 처음으로 선보인 칵테일이다.


당시 싱가포르의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관습이 있었고, 때문에 실제로도 여성들은 외출 시 음주할 수 없었다. 이런 여성들을 위해 응이암통분(嚴崇文) 바텐더가 겉으로는 붉은색을 내어 과일주스처럼 보이면서도 여성들의 입맛에 맞도록 상큼하면서도 단 맛을 내는, 한 마디로 여성들도 몰래 음주할 수 있는 음료를 고안해냈는데, 이게 바로 싱가폴 슬링이다.


이후 싱가폴 슬링은 성별 상관없이 큰 인기를 얻게 되고, 마침 이 시기에 래플스 호텔 마찬가지로 유명세를 펼치고 있던 중이었는지라 찰리 채플린, 서머셋 몸, 조셉 콘래드, 더글라스 페어뱅크 등 수많은 유명인사들에게 인지도를 쌓게 된다.

제작 연도가 1915년이라 알려져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1915년 이전에 등장했을 거라 추정한다. 응이암통분(嚴崇文) 바텐더가 별세한 연도도 마찬가지로 1915년인데, 보통 시그니처 칵테일, 그것도 호텔 바 안에서 내놓을 시그니처 칵테일의 경우라면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임시 레시피들과 시음 작업을 거쳐 완성되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이상은 필요하다.


그런데 만일 응이암통분(嚴崇文) 바텐더가 1915년에 싱가폴 슬링을 선보인 것으로 계산한다면, 레시피를 완성하는데 1년도 되지 않아 완성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아마도 1915년보다는 이전에 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의 레시피가 없어진 적이 있다구요?!

발굴된 싱가포르 진 슬링 레시피 필사본

황당하지만, 한 번은 래플스 호텔 측에서 레시피를 분실했던 사건도 있었다. 당시 싱가폴 슬링은 응이암통분(嚴崇文) 바텐더의 시그니처 칵테일이었으며, 때문에 레시피 또한 응이암통분 본인 외에는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그런데 1915년 응이암통분이 별세하게 되자, 싱가폴 슬링의 레시피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 것이다.


응이암통분이 직접 적었다는 루머가 있는 위 레시피는 1936년에 작성된 것이다. 우측 상단을 보면 April 4, 1936이라 정확히 기재되어 있다. 해당 날짜에 롱바에 들린 손님이 바텐더가 구술한 레시피를 필사한 것.


한 손님이 적은 저 냅킨은 싱가포르 슬링의 응이암통분의 본래 레시피라 주장되고 있으나, 이미 창작자의 사후 20년이 지난 시점이라는 것에서 그 근거가 희박하다. 또한 ‘Straits Sling’이라는 유사한 칵테일이 1922년 발간되었는데, 그 이전에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더 유사한 레시피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 스트레이츠 슬링이나, 필사된 싱가포르 진 슬링이나, 현재의 싱가포르 슬링 래플스 스타일과는 차이가 있으며, 이는 1970년대 이 칵테일의 재구축 과정에서 티키 칵테일의 작법이 추가되며 현재 형태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연히 칵테일 대분류 중 하나인 슬링과는 한참 멀어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칵테일 역사가 데이비드 윈드 리치(David Wondrich)는 싱가포르 슬링은 최소한 1890년대부터 있었으며, 1920년대까지 래플스 호텔과 별다른 접점이 없다 주장하며, 디포즈 가이드로 유명한 Simon Difford는 응이암통분이 진 슬링을 주문받으면 그만의 진 슬링(아마 스트레이츠 슬링과 유사할)을 서빙한 게 아닐까 추측하고, 다른 저술가인 Robert Hess도 스트레이츠 슬링이 오리지널 싱가포르 슬링(즉, 지금의 달디단 형태가 되기 전)이 아닐까 추측한다. 어느 경우든 지금의 싱가포르 슬링 래플즈 스타일 레시피는 비교적 최근에 나타났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에는 변형도 많다?!

한 잔에 들어가는 것 치고는 굉장히 많은 재료가 들어가므로 일반적으로는 오리지널보다 간략화한 변형 레시피로 만드는 곳이 많다. 1930년 Savoy Cocktail Book에서 싱가포르 슬링이라는 이름으로 실렸기에 사보이 스타일이라고도 한다. 싱가포르 현지에는 이 간략한 스타일 이외에도 여러 변형이 있어 변형 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


때문에 대부분 바에서 싱가폴 슬링을 주문하면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에 속하는 사보이 스타일로 나온다. 때문에 바에서 주문하려면 ‘래플스 스타일’ 이나 ‘오리지널 레시피’ 등 따로 주문해야 한다. 다만 취급하지 않는 바도 많으므로 주의.


싱가포르 항공에서는 이코노미 클래스에서도 만들어 준다. 다만 이코노미 클래스 손님들에게는 미리 믹스된 베이스에 파인애플 주스를 섞어 얼음이 든 잔에 제공하는 형태로 제공된다.


싱가폴 슬링(Singapore Sling)은 어떻게 만드나요?

싱가폴 슬링 래폴스 스타일 칵테일에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다.


•진 - 30 ml (1 oz)

•코앵트로 - 7.5 ml (1/4 oz)

•D.O.M. 베네딕틴 - 7.5 ml (1/4 oz)

•체리 리큐르 - 15 ml (1/2 oz)

•파인애플 주스 - 120 ml (4 oz)

•라임 주스 - 15 ml (1/2 oz)

•그레나딘 시럽 - 10 ml (1/3 oz)

•앙고스투라 비터 - 1 Dash


위의 재료들을 얼음과 함께 8~10초 가량 쉐이킹 한 다음, 얼음을 걸러내고 허리케인 글라스에 따라준다. 이후 파인애플과 체리로 가니쉬 해주면 완성.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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