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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09. 2022

해킹 피해환불 원정대(Feat.다시 Apple)- 7편

사회는 결코 한 마리 쥐가 좀 먹는 것이 아니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74



“돈을 받아달라는 것도 아니고 범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고지해달라는 거잖아요.”


“그러면 제가 범죄사고 접수사실원을 떼어드릴 테니까 그쪽에 그 공문을 보내는 게...”


“그건 이미 진작에 했습니다. 애플사에서는 그 서류를 받을 접수처조차 공개하지 않아요. 디로 보냅니까? 고객센터로?”


내 어이없는 질문에 그가 말문이 막히는지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했다. 대개의 시민들은 그가 유도하는 대로 하라고 하면 그 정도 해주는 것도 감지덕지하며 그냥 받고 아무 진전 없이 끝냈을 역사가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어차피 그쪽에 서버 조회 요청을 공식적으로 할 거 아닙니까? 여자 경위가 지난번에 전화해서 다는 말이, 자기가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아무도 응대를 안 해준답디다. 그게 경위나 달고 있는 경찰이 할 말입니까? 사이버 수사대에 계신 분이니 제가 이런 것까지 방법을 일러드리지 않아도 되겠지요?”


“하아! 그게, 저희도 본청의 사이버 수사대에 요청해서 그냥 서류만 받는 거지, 그쪽이랑 접촉을 할 수 있다던가 담당자가 배정이 된다던가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면 애플이 저렇게 범죄피해금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먼저 피해자에게 요청하고 경찰 수사가 종결되거나 하면 범인한테 받아라,라고 하는 행태가 정상적이라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게... 저어....”


“그러면 최소한 서류 요청을 할 때, 이런 범죄피해가 있다는 점을 공문에 첨부해주세요. 범죄 피해액에 대한 청구를 할 수 없게 해 달라고...”


“아이, 그것까지는 곤란하구요. 걔들도 저희가 서버 조회 요청이 들어가면 이건 범죄피해라는 걸 안단 말입니다.”


“그런데요?”


“알고서도 그냥 자기네는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식으로 원칙을 따지고 우리말은 아예 안 들어요.”


“그게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범죄에 대해 대한민국 경찰이 할 소립니까?”


“저도 창피하고 쪽팔리지만 현실인데 어쩝니까?”


“그걸 바꾸려고 당신이 한 번이라도 노력해보고 하는 소립니까?”


“......”


그가 양심의 폐부를 찔렸던 탓인지 대꾸를 하지 못했다.


“일단 공문에 그렇게 보내주시고, 그쪽에서 서버에 누가 사용했는지를 확인해주는 대로 나에게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그건 개인정보라...”


“범인의 개인정보를 달라는 게 아니라 걔들이 우기는 것처럼 최소한 아이템을 구매한 것이 핸드폰 명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서류를 공유해달라구요. 원래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습니까?”


“쩝, 알겠습니다.”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그는 이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 행태인지 3월이 되었음에도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물론이고 경찰에서나 애플사, 어디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3월 1일 삼일절, 다음날인 지난 2일 월요일에 핸드폰에 200여만 원의 거액 미납요금으로 핸드폰을 끊겠다는 협박성 SK텔레콤의 메시지만이 틱 도착했다. 열이 받아서 다시 손명선 팀장을 찾는 전화를 걸었다. 새로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또 껍죽거리며 팀장은 이미 지난번 통화로 모든 일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또 전화를 연결해줄 수 없다며 자기가 해결해줄 테니 자기에게 말하라고 나섰다. 그래서 대꾸해줬다.


“내가 지금부터 말하는 걸, 당신이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당신은 징계를 받게 될 거고, 그 책임을 물어서 나는 또 국제전화비용을 당신에 상담부서에 청구해달라고 손명선 팀장에게 따질 거야. 그래도 좋으면 지금부터 당신이 해결해준다고 했으니 이야기를 시작하지. 괜한 협박인지 아닌지는 상담내역을 당신이 지금 모니터에 코 박고 잘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만약 그럴 자신이 없으면 이전 사안을 모두 알고 있으니 이 건으로 또 연락할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으라고 알려준 손명선 고객 보호원 팀장을 연결해달라고.”


“네? 그게... 저어....”


“이전 상담내역 확인하고 대들던가...”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리고 그녀는 그제야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 그래도 자존심을 구기고 싶지 않은지 거슬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객 보호원은 저희 CS팀과 소속이 다르기 때문에 메시지는 전달해드리겠지만, 연락이 갈지 안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바로 연락이 될지도 모르겠구요.”


“됐고. 현지 내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으니 나에게 직접 연락 달라고 요청한다는 내용과 1시간 내에 전화연락이 없으면 지금 전화받은 당신을 비롯해서 지난번과 똑같이 다시 책임을 묻고 내 시간제 페이를 SK텔레콤 측에 청구한다고 메모 내용을 첨부해주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30분 만에 온 전화에서 팀장은 다시 CS센터의 전화 상담원이 건방 떤 것에 대해 사과하고, 이 문제가 2월이면 해결될 줄 알았는데, 미납급을 추궁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그 부서에는 매달 1일 자신이 직접 고지하지 않으면 이런 기계적인 추궁을 하게 되어 있다는 설명과 사과를 덧붙였다.


“혹시 4월 1일에도 해결이 안 될지 모르니 4월 1일에는 해당 부서에 처리하고 다시 고객님의 현지 전화기로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화가 났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상대를 잡는 것은 도의적으로 할 행동이 아니기에 그렇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3월 중순까지 기다리다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 연락을 했다. 부장과 그 꺼벙한 안도현 조사관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팀장이라는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부장님이 2월에 코로나 확진이 되셔서 일이 늦춰졌구요. 오늘 제가 그 일을 토스받아서 바로 답변드렸는데요. 지금 이메일을 확인해주시겠습니까?”


“2월에 코로나 확진이 되었는데, 격리되어 일처리를 못해도 그쪽에서는 한 달을 요양하나 보죠? 지금 그걸 핑계라고 나한테 따박따박 말대답이랍시고 하는 거요?”


“아니, 그게....”


“김범룡 부장의 근무일수를 한콘진 감사실에 연락 취해서 서로 확인해볼까요?”


“아닙니다. 일단 제가 담당으로 오늘 배당받아서 애플에서 일주일 전에 온 답변을 보내드렸으니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주일 전에 온 걸 지금 항의 전화해서 난리 쳤더니 보냈다라?”


“죄송합니다. 저희도 일이 많아서요.”


“일단 메일 내용 확인하고 나서 다시 얘기합시다.”


혹시나 애플사측에서 자신들의 행정착오를 인정하고 환불이 진행되었다고 사과라고 하는 내용이라면 이 지겨운 닭들을 조지는 일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에 메일부터 확인했다.


역시나 글로벌 대기업의 위세는 나의 어설픈 기대를 확실하게 박살 내주었다.


소비자의 환불 요청 건에 대하여 검토 결과, 환불로서 지원이 어려웠음을 전달드리게 되었습니다.

전달된 검토 결과와 관련해서는, 이용약관을 참고하시도록 해당 링크 페이지를 기재하였습니다.


그들이 붙여준 링크의 내용은 그들이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길게 늘어놓은 내용이었다. 그중에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을 인용한다.


계정 


서비스를 사용하고 콘텐츠에 액세스 하려면 Apple ID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Apple ID는 Apple 환경 전반에서 사용되는 계정입니다. Game Center를 사용하려면 본 계약이 적용되며 Game Center 계정 또한 필요합니다. 귀하의 계정은 소중하며, 그 계정의 기밀성과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귀하의 책임입니다. Apple은 귀하 계정의 무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떠한 손실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귀하의 계정이 손상된 것으로 의심될 경우 Apple에 문의하십시오.


뭐가 어렵고 고객을 챙기는 것처럼 수사법을 구사하고 있으나 아주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당신의 아이디가 누군가에게 해킹이 되어 피해를 입어도 그것은 당신이 감당해야 할 피해이지, 글로벌 대기업 Apple사에서는 한 푼도 책임지지도 범죄 수사의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지급을 보류하는 행위조차도 하지 않겠다고 지들이 규정을 정하고 그걸 기준이라고 버젓이 기관에 제출한 것이다.


내가 더욱 열 받은 것은, 그간의 사안들을 정리하여 법적인 내용까지 인용하여 아이디가 도용되었다는 증거와 특히 마지막 Apple사의 상담원이라는 ‘애들’이 안내를 잘못하는 바람에 항의 전화가 이루어지고난 다음 날에도 10여만 원이 추가로 결제되었음을 항의하였다는 내용까지 정리해서 문건을 정리해 보내준 것이 한 달 전의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당일’ 부장에서 자신에게 할당되어 자신이 담당자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여자 팀장에게 다시 연결했다.


“내가 하나만 물읍시다. 내가 한 달 전에 김범룡 부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안도현 조사관에게 보내줬던 상황 정리한 문건은 확인을 했습니까?”


“네?”


“당신이 이 사안에 대한 담당자라고 그랬잖아요? 한 달 전에 보낸 가장 핵심적인 사안들을 일목요연하게 피해자가 직접 정리해서 자료로 애플사에 요청하라고 보내줬어요. 그런데, 그걸 보지도 않고서 지금 애플사의 뻔한 답변을 다시 보내와서 포워딩만 해줬어요. 당신이 나 같으면 화가 안 날까?”


“네?”


“내 한국말이 어려워요? 내가 정리해서 애플에 항의할 때 사용하라고 작성해준 문건을 봤냐구요? 그리고 애플사에 보냈는데도 이따위 답변이 와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결국 그 파일을 그제서야 찾은 그녀가 그저 사과하고 일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그녀는 다시 뻔뻔하게 또 말을 이어나갔다.


“이 문건은 답변의 형태로 공식적으로 답변하신 건가요?”


“아니 조사관이 메일 보냈고 담당 조사관한테 메일로 답변 파일로 첨부해서 보낸 게 공식적인 답변이 아니면 그건 뭔가요?”


“공식 답변이라고 제목이 안되어 있어서요.”


“당신 지금 제정신으로 변명이라고 떠드는 겁니까?”


“......”


“자아, 아이디가 도용되었어요. 애플사에 항의했는데, 그 다음날 그 게임의 아이템 결제가 또 이루어졌어요. 어떤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 항의한 다음날 다시 또 그걸 결제합니까?”


“같은 게임인가요?”

“그걸 지금 말이라구....”


정말로 머리에서 김이 나올 정도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 삽질을 했던 안도현 조사관에서부터 중간에 지가 직접 해결하겠다고 마지못해 나섰다가 코로나 확진을 핑계 대고 슬그머니 시간 끌며 떠들었던 김 부장까지 했던 설명을 긴 시간에 걸쳐 세 번째로 그녀에게 해주었다. 통화시간이 한 시간에 가까워지자 그녀가 그제서야 문건을 화면에 띄웠는지 몇 가지 핵심을 이해하고는 대답했다.


“저를 호통치시는 시간을 아껴서 전화를 지금 끊어주시면 제가 지금 바로 이 문건을 다시 애플사에 보내서 정식 환불 요청을 하겠습니다.”


“이제사?”


“네?”


“내가 그 문건을 준 게 한 달 전이고, 담당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 이제사? 당신은 당신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 한번이라도 나에게 사과라도 했나?”


“아, 그건 뭐, 죄송합니다.”


“자기가 일해야 할 걸 내가 다 작성한 문건 그대로 한 달이 지나서야 애플사에 보낸다는 게 지금 나한테 사과 없이 당당하게 일해야 하니까 전화 끊자는 말을 할 맥락은 아니지 않나?”


“알겠습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으니까 이제 끊어도 되지요?”


“후우. 그럽시다. 결과, 피드백 콜 기다리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끝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애플사에서 답변이 왔다면서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에서 메일이 왔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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