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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03. 2022

해킹 피해 환불 원정대(Feat. 공무원‘들’)-6편

사회는 결코 한 마리 쥐가 좀 먹는 것이 아니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971



“김범룡 부장님 되시나요?”


“예. 아, 연락 몇 번 주셨다는 교수님이시군요.”


부장이 아는 척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가 왜 살가운 척하는지, 꺼벙한 조사관이 한콘진의 국장을 통해서 다 들었다가 엎을 거라는 말이 전달된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긴 조사관들은 원래 일을 이따위로 하나요? 원칙적으로 규정이 되어 있는 아이디 도용으로 인한 사안에 대해 멋대로 기각하고 종결지어버리겠다고 공문을 보내구요?”


“죄, 죄송합니다. 그게 최근에 그것과 관련된 부분에 조항이 개정되어서....”


“개정이 되었다는 것도 확인해보고 따져봐야 하겠지만, 본래 콘분위가 어떤 목적에서 설립되었고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부장님도 알고 저도 잘 알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아이디 도용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에 대해서 피해구제를 도와주는 일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요?”


“맞, 맞는 말씀이십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게 저희도 원칙이라는 게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면 한콘진에 직접 항의해서 이 조항에 대한 변경사유와 내가 지금 요구하는 사안이 나만 특별하게 봐달라는 건지 콘분위가 잘못한 건지 제대로 따져보기로 하지요.”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이 건은 제가 직접 체크하고 살피도록 하겠습니다. 노여움을 거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장님이 나 같으면 화가 안 나겠어요?”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안드로이드 같은 경우는 직접 게임사에 항의 공문을 보내면 문제 해결이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데, 애플 같은 경우는 앱스토어가 아닌 자기네가 직접 관할하고 돈을 챙기는 구조이다 보니 굉장히 빡빡하게 나와서 저희 위원회를 통해서도 거의 애플은 환불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거부당하는 일이 최근에는 많아진 상황이라서요.”


“아, 그러니까 지금 부장님 말은, 애플이 갑이라 콘분위가 제대로 사안을 바로잡는데 어렵다, 뭐 이런 얘기신가요?”


“아,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건 아니구요. 애플과의 건이 최근 어떤 상황인지를 있는 그대로 말씀드린 겁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환불신청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굉장히 희박하다는...”


“그게 지금 콘분위의 부장의 입에서 나올 말이요? 사안에 대해서 명확하게 파악도 하지 않고서 상대가 애플이니까 그렇다고? 당신 공무원 맞아? 어떻게 부장이라는 사람이 그 따위 안일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거죠? 콘분위가 애플에 스폰이라도 받나 보죠?”


“아이구! 큰일 나실 말씀 하십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그런 거 아니면, 사안을 명확하게 파악해서 사실관계에 의거해서 요구할 거 있으면 요구하고 잘못된 거 있으면 바로 잡으면 될 거 아니요? 그게 콘분위에서 하는 일 아니요? 그래서 담당자들의 명칭이 ‘조. 사. 관’ 아니요? 뭘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안된다고부터 선을 그어, 긋길!”


“알겠습니다. 일단 피해 상황에 대해서 자료를 좀 명확하게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검토하고 애플사측에 답변을 요청하겠습니다.”


“후우, 그럽시다.”


그렇게 어이없는 통화를 마치고 바로 37건에 대해 일일이 금액과 청구내역을 일종의 애플사만의 일련번호가 필요하다고 하여 캡처 하고, 분명히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 콘분위의 꺼벙한 공무원이라는 애들을 생각하여 일목요연하게 표로 만들어 일련번호를 일일이 기입하고 그 옆에 금액까지 정리하여 총액을 적은 한 장의 표로 한글 파일로 만들어 유일하게 메일 주소가 있는 안도현 조사관이라는 꺼벙한 담당자 메일로 보냈다.


일반기업이나 외국에 보낼 때는 반드시 pdf파일로 전환해서 보내지만, 관공서는 기본적으로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보낸 것이었다.


일주일이나 지나서 조사관에게서 다시 어이가 없는 답장이 왔다. 피신청인(애플사)측에 내가 보낸 내용대로 환불 신청 요구를 보냈더니 그들에게서 답변이 왔다는 것이었다.



해당 건에 대하여 다음의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 주신다면 조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 제공해 주신 주문번호(M으로 시작)가 소비자가 주장하는 총금액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통신사를 통하여 결제 내역에 대하여 제공받은 후, 이 이메일의 회신으로 첨부하여 제공을 부탁드립니다.


답변을 받는 즉시 검토를 진행할 것이며, 결과 확인되는 대로 연락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사관 안내]


번거로우시더라도 피신청인 측에서 요청한 내용을 확인하여 본 메일로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어이가 없어 다시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았더니 꼬리를 말고 머리를 풀섶에 박은 꿩처럼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버텼다. 그래서, 바로 이메일 답장으로 ‘내가 일일이 주문번호 나온 사진 파일을 캡처 해서 보내줬고 한글 문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까지 다 해줬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메일을 보냈더니 5분 안에 냉큼 읽고 나서는 바로 구차한 변명의 답변 메일이 돌아왔다.


안녕하십니까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안도현 조사관입니다. 


해당 내용은 확인한 사항이나 신청 내용에 총 37건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혹시나 미기재된 결제 건이 있는지 확인 차 메일 드렸다는 점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회신해주신 내용 확인하였으며, 오늘 중으로 사건 접수 및 진행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이 조사관 녀석이 또 삽질을 한다는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직접 부장에게 전화를 해서 따졌다. 부장은 아주 곤란한 목소리로 피하면 더 욕을 먹을까 싶어 꾸역꾸역 전화를 받았다.


“내가 일하기 편하라고 속도를 내라고 그쪽에서 정리해야 할 사진 파일들을 한글 파일로 일목요연하게 표 한 장으로 정리까지 해서 보내줬더니 내용이 다르다면서 다시 통신사에 자료 요청해서 보내달라고 합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아, 그게... 사실 지금 방금 저도 전화 주셔서 확인했는데, 애플사쪽에 한글 파일을 보냈는데 그쪽에서 한글 파일을 열지 못해서 이런 해프닝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담당 조사관이 먼저 파일을 열람하고 그게 애플사쪽에 보낼 거라면 pdf로 변환해서 보내주고 내용을 체크하는 건 기본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체크도 안 하고 일처리를 했다는 게 조사관의 변명입니까? 조사관이 아예 체크를 안 한 거잖아요. 사실관계 조사 다시 한번 해볼까요? 이따위로 일 할 겁니까, 정말로?”


“잠시만요. 제가 한번 상황을 다시 파악하고 나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5분도 안되어 그에게 전화가 왔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조사관이 첨부해주신 파일의 이미지 파일만 체크하고 마지막에 함께 첨부된 한글 파일은 놓치고 못 봤답니다. 그냥 이미지 파일들이라고만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걸 말이라고... 거기 시험은 보고 뽑습니까, 사람을?”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바로 다시 문서 조치해서 애플사에 보내서 처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한 번만 더 이런 식의 말도 안 되는 삽질이 계속되면 정식으로 항의하겠습니다. 부서 감사받아봤습니까?”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셔도 애플사가 워낙 뻔뻔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하는 곳이라...”


“제발 좀! 그런 헛소리는 사안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나서 합시다.”


그렇게 불쾌한 전화를 끊자마자, 문제의 조사관 녀석에게 뒤늦은 사과 메일이 왔다.


안녕하십니까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안도현 조사관입니다. 


방금 회신드린 내용이 잘못 안내되어있어 재 회신드립니다.지난번 회신해주신 메일 중 이미지 파일만 미리보기로 확인한 뒤 미처 한글 파일은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부분 정말로 죄송하단 말씀드리며, 해당 사건 진행 중 또다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사건 확인 및 진행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15분이 지난 후, 다시 메일이 와서 담당 조사관이 자신에서 아예 김범룡 부장으로 바뀌었다는 메일이 다시 도착했다.


그리고 그 메일을 읽고 난 후 30분이 지나지 않아 수서경찰서의 사이버 수사팀 담당이라며 남자 경찰관에게 신고자인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다는 연락이 왔다. 바로 그 연락처로 전화를 했다. 퇴근했단다. 그래서 언제 다시 전화하면 되냐고 물었더니, 연가를 써서 이틀이나 뒤에 있다가 나온다는 안내를 했다.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원래 사이버 수사팀은 시급을 요하는 사건들이 많은데, 이렇게 연가를 쓰고 일을 안 해도 된답니까?”


“아, 저 그게....”


전화를 받은 이제 경찰일을 한지 채 5년도 안되어 보이는 젊은 경사는 나름 솔직하게 답변해주었다.


“저희도 위에서 급격한 코로나 환자 증가로 인해 가급적이면 출근하지 말고 연가를 최대한 쓰라는 공문이 내려와서 그 지침에 따르고 있는 중입니다.”


이젠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들이 경찰 민원실의 전화받는 안내 직원도 아니고 현장에서 사건을 당장 수사해야 하는 현장직인데, 가급적이면 연가를 최대한 쓰고 일을 하지 말라는 정식 공문이 내려왔다니, 이게 대한민국 경찰의 수뇌부들이 내린 결정이란 말인가?


무엇보다 나는 그 경제범죄팀의 꺼벙하고 뻔뻔한 여자 경위에서 뜬금없이 사이버 수사팀으로 사건이 이첩된 경위와 왜 일을 그따위로 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는지 따질 요량이었다.


결국 그의 연가 이틀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전화가 연결되었다.


“예. 제가 사건 담당자 이건수 경사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읍시다. 이 건을 직접 가서 신고했더니 경제수사팀에 배당해놓고 담당자라는 여자 경위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이걸 잡고 있다가 애플사에 당장 결제 건을 막아달라고 했더니 자기도 똑같이 애플 고객센터에 전화했더니 책임자를 바꿔주지 않아서 전화를 끊었다고 합디다. 원래 강남 한복판에 있는 수서경찰서의 경찰들이 어디 낙도 파출소 분소처럼 일을 이따위로 처리합니까?”


“네? 저희는 경제수사팀에 이 사건이 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그냥 설이 지나고 나서 저희 팀에 배당되어서 저에게 배당된 것뿐입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대로라면 그건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 사건 배당이나 신고 접수를 한 게 아니라서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은 없지만 잘못된 건 말씀하신 것처럼 맞는 것 같아 보입니다.”


“후우! 진작 사이버 수사팀에 왜 배당하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는 여자 경위가 ‘사기’에 해당하니 자기네들이 맡는 게 맞다고 헛소리를 하더니... 내가 당신에 서장이랑 다시 이 건으로 전화해서 그 여자 경위랑 사건 배당을 잘못한 작자부터 조져드리면 될까요?”


“많이 불쾌하시고 화가 나시는 건 제가 지금 들어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결국 조속한 사건 해결이 목적이시니 이번 한번 그냥 눈감아주시지요. 제가 대표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에게 매를 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단 애플사에 어차피 서버 자료 열람 조회 신청하실 거죠?”


“네. 그래야죠.”


“사건을 언제 받았는데 아직 조회 신청을 안 하신 겁니까?”


“네? 그게....”


“됐고. 신청하시면서 그쪽에서 발생한 범죄 피해금액에 대해 환불 조치하도록 하는 게 정상이라는 건 경사님도 인정하시죠?”


“그게... 말씀은 맞는데 저희가 그걸 요청하는 게...”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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