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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29. 2016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더라,

섹스? 데이트!

"오늘 웅이 결이가 빨리 잘까?"

"그건 웅이 결이만 알지"

"빨리 자면 좋겠는데..."


음... 말 줄임표의 뜻을 압니다. 하지만 모르는 척 합니다.


"아우, 왜 이렇게 피곤하지. 오늘은 세상에, 여기서도 OO씨, 저기서도 OO씨, 서로 자기 일이 급하다고 빨리 해달라고 하는데 내가 열 명이라고 생각하는지, 나 육아휴직했을 때 회사가 어떻게 굴러갔을까 싶었다니까"


그렇게 일이 많지 않았는데, 과장에 과장을 하고 억지로 하품을 합니다.


아이들을 재울 시간


"아무래도 내가 애들보다 먼저 잠들 것 같아. 내일 봐요."


아쉬운 듯, 손을 슬쩍 잡고 아이들을 데리고 침실에 갑니다. 이 정도면 "빨리 자면 좋겠는데..." 했던 남편도 침실문을 열지 못 할 겁니다.


남편의 말줄임표 속 바램


섹스리스 : 보통 1년에 10회 미만 월 1회 미만으로 성관계를 갖는 경우를 말하며 우리나라 부부의 약 40%가 이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19금 포스팅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닌데,) 남편과 저는 섹스리스 부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남편이 원하는 만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9금 포스팅 아닙니다) 관계를 갖지는 않습니다.


직장과 육아에서 오는 몸의 피로, 마음의 피로가 주요 원인이지요. 핑계가 아닙니다. 하루종일 동동. 파김치를 넘어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을 때 침대에 눕는 날이 다반사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어제 꿈에 송중기 나왔어" "어머 어머! 좋았겠다"

했었는데 이젠

"어제 꿈에 송중기 나왔어" "넌 힘도 좋다. 난 꿈 꾸기도 귀찮아"

합니다.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려 분위기 잡는 날도 있습니다. 남편과 손을 잡으면 웅이가 뒤척이고, 다시 남편 손을 잡으면 결이가 되집습니다. 결국 두 녀석이 푹 잠들때까지 기다리다가, 엄마아빠도 잠들어버립니다.


그래도 섹스리스는 아닙니다. 남편에게 먼저 신호를 보내진 않지만, 남편의 신호에 가능한 최선을 다해 거절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의 바램


저도 불만은 있습니다.

남자에게 섹스가 중요한 만큼 여자에겐 데이트가 중요합니다.

섹스리스는 아니지만 우리 부부는 분명 데이트리스입니다.


결혼하기 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만나는 매 순간이 데이트였는데 이젠 언제 같이 손잡고 산책했는지, 같이 영화관간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같습니다. 직장과 육아에서 오는 몸의 피로, 마음의 피로.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입니다.


우리 둘이 아닌 넷이기에 어딜 가도 넷이 함께입니다. 남편과 항상 손을 잡고 다녀서 '눈꼴 시리다'는 핀잔도 꽤 많이 들었는데, 이제 남편 손 대신 웅이 결이 손을 잡습니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부모니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립습니다. 남편 손을 잡고 하염없이 걷다가, 힘들면 팔짱을 끼고 은근슬쩍 제 무게를 남편에게 실었던 날이요. 그러다 남들 눈 안보이는 척 살짝 뽀뽀를 나눴던 시간이요.


과학적으로도 여자에겐 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옥시토신의 작용을 강화하기 때문에 여자는 남자보다 옥시토신 호르몬 수용체가 5배나 많아 옥시토신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옥시토신은 1분에 40회 이상 피부를 접촉할 때, 껴안을 때, 낭만적인 대화를 나눌 때 분비된다고 합니다. 남자인 당신에게 부부관계가 중요한 만큼 여자인 나에겐 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낭만이 넘치진 못하더라도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가 누릴 수 있는 수준의 데이트는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데이트로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면, 당신의 음흉한 눈빛을 흔쾌히 받을 확률이 엄청엄청 높아집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바랍니다. 가끔 내가 먼저 "오늘 웅이 결이가 빨리 잘 것 같아" 했을 때 음흉한 눈빛 대신 달달한 영화 DVD를 준비해줬으면 합니다. 극장은 가지 못해도, 최신 영화는 보지 못해도, 우리 집엔 영화관보다 편한 푹신한 소파와 대형모니터, 팝콘을 대신할 강냉이가 있지 않습니까.


가끔은 꽃 한송이를 받고 싶습니다. 데이트할 때 남편은 툭하면 꽃을 내밀곤 했습니다. 결혼하고도 기념일마다 꽃다발을 사오지만 (겉으로는 괜한 돈 썼다고 구박하지만, 속으로는 좋습니다) 가끔은 아무 이유없이 꽃 한 송이를 받고 싶습니다. 아무 날 아니지만, 꽃을 받으면 특별한 날이 되니까요. 단, 한다발말고 한송이요. 꽃 한다발을 보고 있으면 '이 돈이면 소고기가...' 생각 날 게 뻔하거든요. 한송이면 충분합니다.


현실. (모두 웃고 있습니다! 중요합니다!!)


주말, 친정에 갔었습니다. 아이들 돌보느라 정신없는 남편과 저를 보고 엄마가 이야기하십니다.


"아이들 챙기다가 우리 딸, 사위 다 늙겠다."

"애들 좀 키면 여유가 생기겠죠."

"한 번 자식은 영원히 자식이야. 크면 큰 대로 챙겨야 할 부분이 있어. 그러니 애들 핑계대지 말고, 둘만 놀러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


집에 돌아오는 차 안, 남편이 이야기합니다.


"장모님 말씀도 있고 하니, 오늘 밤엔 애들 빨리 재워볼까?"

"그래! 그리고 우리 영화보자!"


남편 씨, 아이들 잠 든 다음에 할 일은 부부관계 말고도 많~습니다 :p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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