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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30. 2016

산후도우미에게 배운 살림노하우

샤워하고 거울닦고, 바나나먹고 소파닦고.

둘째를 낳고 산후도우미 이모님을 찾을 때, 업체에 신신당부한 게 있습니다.


"깔끔하게 살림을 잘 하시는 분으로 배정해 주세요"


둘째라 신생아가 어떤지 알고 있습니다. 목욕 시키는 법도 알고 기저귀 채우는 법도 압니다. 첫째 때는 아기가 울면 이유를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는데 둘째는 배 고플 때, 기저귀가 축축할 때 울음소리가 어떻게 다를지 알고 있습니다.


둘째를 돌보는 것 보다 더 걱정했던 부분은 살림입니다. 결혼하고 만 일년이 지나지 않아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고, 복직하고 6개월 만에 다시 임신을 했던 터였습니다.


그러니까, '5년차 주부'이지만 결혼 5년 동안 제가 살림을 제대로 했던 시간은 결혼하고 임신하기 전까지 1년 뿐입니다. 첫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했지만, 음식보다는 이유식, 살림보다는 육아에 집중했으니까요.


그래서 깔끔하게 살림을 잘 하시는 분이 필요했습니다. 보고 배우려고요. 친정엄마에게 알게 모르게 배운 것들이 많지만, 육아와 살림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에게선 또 다른 점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산후도우미는 신생아와 산모를 돌보며 동시에 집안 살림까지 담당합니다. 차례차례 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멀티태스킹'이 기본이지요. 입주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2주간 생활해보니 역시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고 계셨습니다.


# 샤워하고 거울 닦기


아침에 샤워를 한 뒤 수건을 가지고 나오십니다. 그 수건으로 거울과 창문을 닦으시더군요.


"이모님 왜 지금 거울을 닦으세요?"

"먼지는 자주 제거해야 좋은데, 씻고 닦은 수건은 물기가 적당히 베어있거든. 그 수건으로 거울이랑 창문 닦으면 아주 잘 닦여. 깨끗한 몸 닦은 수건이고, 어차피 빨래할 꺼니까 수건을 재활용하는 거지."


새 수건에 물 적셔서, 혹은 물티슈로 거울을 닦곤 했는데 이젠 저도 샤워하면, 거울을 닦습니다.



# 식초는 분무기


저는 생선을 즐겨 먹지 않습니다. 비린내를 싫어하거든요. 생선을 구운 날에는 행주에 식초를 묻혀 온 주방과 식탁을 닦곤 하죠.


그걸 보신 이모님이 분무기를 달라고 하십니다. 식초를 분무기에 넣어서 칙칙. 칙 뿌리고 닦고, 칙 뿌리고 닦고. 설거지할 때도 싱크대에 칙칙.


편하네요. 게다가 골고루 뿌릴 수 있습니다.



# 휴지통엔 종량제 봉투


휴지통에 일회용 봉투를 씌워 둡니다. 휴지가 가득차면 봉투를 쓱 빼서 버리면 되니까요. 이모님은 일회용 봉투 대신 종량제 봉투를 씌우셨습니다.


종량제 봉투를 씌우니, 쓰레기가 가득차면 그대로 빼서 묶어 버리면 됩니다.


쓰레기가 가득 찬 일회용 봉투를 다시 종량제 봉투에 쑤셔 넣곤 했는데, 수고를 덜었습니다. 동시에 일회용 봉투도 아낄 수 있으니 자원절약입니다!



# 냄비위엔 국자


"결이엄마~ 미역국 냄비 위에 국자 좀 올려놔요."


결이를 씻기시던 이모님이 소리를 치십니다.


"냄비 위에요?"

"네. 위에 걸쳐놔요. 그러면 국이 끓어도 넘치지 않거든"


아, 그렇군요. 결이는 씻기는 동안 국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예방책'으로 국자를 올려두라는 뜻이었습니다. 국 올려놓고 다른 일 하다가 국이 끓여 넘쳐서 일 낼 뻔한 적 많은 저에겐 '유레카'입니다. (지금도 아 맞다, 국자 올려놓을껄. 넘쳐버렸네 뒤늦게 후회할 때가 더 많긴 하지만요)


이모님은 과일 껍질에도 역할을 찾아 주셨습니다.


결이가 태어난 건 여름. 아이들이 좋아해 포도를 자주 사먹였습니다. 포도를 간식으로 먹으면 이모님은 꼭 포도껍질을 모아 도마 위에 올려두셨습니다. 포도 껍질이 도마에 벤 마늘 냄새를 없애준다면서요.


바나나 껍질도 그냥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소파를 닦고 버리셨죠. 바나나 껍질 안쪽 부분으로 가죽 소파를 닦으면 얼룩이 제거되고 광택도 살아난다고 하셨습니다. 바나나 껍질로 닦고, 마른 천으로 다시 닦아주면 됩니다. (이모님께 배운대로 저도 바나나 껍질로 소파를 닦곤 하는데, 그걸 본 걸까요. 결이도 바나나 껍질만 보면 들고와 소파를 부빕니다)




오늘 아침, 샤워하고 나와 수건으로 거울을 닦고 있으니 남편이 그럽니다


"우리 아이 하나 더 낳고, 산후도우미 이모님 도움 한 번 더 받을까? 그럼 당신 살림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모든 말에 대꾸할 필요는 없습니다.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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