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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23. 2016

워킹맘 vs 전업맘,
구멍난 속옷은 같다.

워킹맘 죄책감 줄이는 법

토요일, 빨래하는 날입니다. 

결이가 태어나고는 매일, 돌을 지나면서는 격일, 복직하고 얼마 뒤부터는 삼일에 한 번, 그리고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 합니다. 

세탁기 물높이는 만땅. 세탁이 된 빨래를 거실로 옮기니 말 그대로 '빨래산'입니다. 

수건, 런닝셔츠, 아이들 내복... 종류별로 정리를 하는데 남편 속옷 앞에 눈길이 멈춥니다. 

'어?? 구멍났네. 손가락도 들어가겠다, 언제 구멍이 난거지.'

이 정도 크기로 구멍이 생기기까지 여러 번 빨래를 하고, 널고, 걷고, 접었을텐데 몰랐네요. 

나도 참 정신없는 마누라다. 민망해집니다.

내친 김에 아이들 내복, 속옷 모두 꼼꼼하게 보며 놓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며 빨래를 널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와이셔츠도 살폈습니다. 


목깃이 많이 낡았습니다. 2,3번 더 세탁소에 맡기면, 세탁소에서 사망선고를 받을 것 같은 게 두 벌 있습니다. 

이렇게 무심했었나,싶어 뜨끔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무심보다는 정신이 없었고 시간이 없었습니다. 졸린 눈 부비며 빨래를 널었으니 잘 안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바깥일 하느라 집안일에 소홀한 티가 나네요. 

그런데 복직을 하기 전에도 남편의 속옷엔 구멍이 났던 기억이 납니다.

'에이, 구멍났네. 버려야 하나? 아깝다. 

이번 달도 적자인데, 조금 더 입지 뭐.'


구멍이 보이지 않게 착착 접어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놨었습니다. 

워킹맘인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전업맘이었던 그 때는 돈이 없어서,
이유는 다르지만 남편은 구멍난 속옷을 입는다는 결론은 같습니다.

결과가 같은게 위안이 됩니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워킹맘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내가 워킹맘이라서...' 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워킹맘이라는 것 자체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죄책감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워킹맘이라서, 아이가 자주 아픈건가'
두살배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며 
'내가 워킹맘이라서 아이의 첫 기관생활이 빨라질 수 밖에 없나'
아이가 손톱을 뜯어도 
'내가 워킹맘이어서 아이가 불안한가'

아이는 아이라서 자주 아픈 것이고,
두살배기는 동생이 태어나 어린이집에 일찍 다니게 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워킹맘의 아이도 전업맘의 아이도 손톱 뜯습니다. 누구나 자라며 겪을 수 있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내가 워킹맘이라서'가 원인인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적다고 합니다.

마음의 원인 말고, 진짜 원인을 생각해 보세요. 내가 워킹맘이 아니었어도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방금 엉망인 집을 보며 내가 워킹맘이라 어쩔 수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복직 전을 기억해 봅니다. 역시나 집은 엉망이었네요. 어린 아이가 있으니 집이 엉망인 게 당연한 것이지요. 그러니 '워킹맘' 탓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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