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를 포기합니다.

by 틈틈이

출근하는 길, 다리가 시립니다. ‘백화점에 갔을 때 입어 본 그 바지 그냥 살걸…’ 후회합니다. 지난 주말 겨울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었습니다. 사실 ‘사러’ 간 건 아니죠. ‘보러’ 갔습니다.

백화점에서 사면 가격표에 적힌 금액을 그대로 내야 하지만 온라인 쇼핑을 하면 같은 옷을 최소한 20% 할인한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온라인 쇼핑을 하면 사진빨에 속을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보고 만져보고 입어본 뒤, 온라인에서 같은 옷을 가장 싼 가격에 파는 곳을 찾아 주문을 합니다. 택배가 도착하면 마음에 드는 옷을 가장 싼 가격에 샀다는 생각에 뿌듯하죠. ‘난 참 알뜰해’

지난 주말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백화점에서 적당한 바지를 찾았고 인터넷에서 주문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월요일 화요일이 지나고 오늘은 수요일인데도 주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남편에게 따뜻한 장갑을 선물하려고 찜 찍어놨는데 장갑 역시 주문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넷 쇼핑을 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오늘도 얇은 바지를 입은 저를 보고 남편이 한소리 합니다.

“그러니까 주말에 그냥 사라니까 얼마 아끼겠다고…”
“나라고 인터넷 쇼핑할 시간이 없을 줄 알았겠어?”
“시간도 돈이야. 백화점에서 입어본 옷하고 같은 거 찾아서, 거기에 더 싸게 사겠다고 제일 싸게 파는 쇼핑몰 또 찾고, 주문하면 바로 오는 것도 아니잖아. 몇 일 기다려야 하고. 그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그건 결코 이득이 아니야.”

제가 화장지 하나도 인터넷 최저가로 사야 직성이 풀리는 걸 아는 남편은 잔소리를 이었습니다. 요즘들어 이것저것 주문한다고 새벽까지 깨어 있는 게 마뜩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티끌모아 태산이야. 알뜰하다고 칭찬할 땐 언제고!”
“알뜰도 상황 봐가면서 해야지. 회사 다니고 퇴근하면 애들보고 살림하느라 새벽 2시 넘어야 겨우 자잖아. 지금 당신은 돈이 아니라 시간을 알뜰하게 써야 한다고요.”

구구절절 맞는 말입니다. 복직을 하니 출퇴근하며 인터넷으로 장을 보고 양치질하면서 옷을 갈아입는 것은 기본입니다. 일, 육아 살림 사이에서 가장 부족한 건 시간입니다. 해야할 일이 많으니 잠을 줄일 수밖에요. 복직하고는 4시간 넘게 잔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이런 일상을 이야기하면 선배 워킹맘들은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렇게 버티지. 계속 그렇게 지내면 몸에 무리오고 탈난다. 지금 네 생활이 지속가능한지 판단해서 포기할 껀 포기해라’고 충고합니다. 남편도 돈을 아끼지 말고 시간을 아끼라고 합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자꾸 욕심이 납니다. 공백이 있었기에 일도 더 잘하고 싶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적으니 함께 있을 때라도 꽉찬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내가 직접 먹일 수는 없지만 내가 직접 한 음식을 아이에게 주고 싶고 금쪽같은 새끼들 떼어놓고 벌어 온 돈이라 더 아껴쓰고 싶습니다. 그럴수록 나 스스로를 들볶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다가는 한 여성운동가의 말처럼 슈퍼우먼이 아니라 ‘피곤해 하는 엄마’ ‘피곤해 하는 아내’ ‘피곤해 하는 동료’로만 남을 것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피곤해 하는 여자’는 딸아이에게 되고 싶지 않은 롤모델입니다.

워킹맘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페이스 조절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첫번째는 '최저가 포기하기'입니다(으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