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삼재', 버거운 하루입니다.

by 틈틈이

미역국에 생선구이, 감자볶음, 숙주나물. 둘째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차렸는데 도통 입을 벌리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콧속에 누런 콧물이 꽉 차 있습니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도 납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머리 속은 복잡합니다. 몇일 전부터 맑은 콧물을 흘렸는데 비염이 있는 아빠를 닮아 콧물을 달고 사는 녀석이라 이번에도 그런가 싶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귀를 자주 만지길래 새로운 놀이인가 했습니다. 누런 콧물에 열, 귀를 만지는 걸 보니 중이염이 왔나 싶습니다. 일단 병원에 가야겠는데 출근도 해야 합니다. 이모님께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할까 싶은데 이모님은 아직 둘째가 다니는 병원을 모르시니 제가 같이 가야 합니다.

%BA%B4%BF%F8.jpg?type=w1200


첫째를 어린이집에 평소보다 일찍 데려다주고 이모님과 같이 병원에 갔다가, 저는 출근하고 이모님은 둘째와 함께 집에 돌아오면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회사에 전화해 조금 늦는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복직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지각하려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런데 출근하신 이모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얼굴이 안좋으세요. 피곤하세요?’ 여쭤보니 눈물을 쏟아내십니다. 우리집에 오는 길에 친오빠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으셨답니다.

......

보내드려야합니다.


워킹맘을 위한 조언 하나. 주변에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을 최대한 확보하라
워킹맘을 위한 조언 두울. 필요할 땐 주저없이 도움을 요청하라.


두 아이를 돌봐줄 사람부터 찾아야 합니다. 이미 출근한 남편은 올해 남은 휴가가 없습니다. 가까이 살고 조카들이라면 끔뻑 죽는 친언니는 하필 오늘 이사를 갑니다. 그 다음은 친정엄마. 하지만 엄마는 이미 언니의 두 아이를 돌보고 계십니다. 우리집과 친정은 차로 1시간 거리. 아이 둘 태우고 우리집에 오는 건 무리입니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합니다. 바로 출발하신다고 하네요. 휴….

시어머니가 오시면 이모님이 가시기로 했습니다. 대충 상황이 정리됐으니 첫째 어린이집부터 보내고 이모님과 같이 둘째 병원에 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둘째는 목감기였습니다. 많이 심하진 않다고 하네요. 저도 요즘 임파선이 눈에 띄게 붓는 것이 신경쓰였던 터라 같이 진료를 봤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엄마도 열을 재보자고 하시네요. 열이 나는 것도 몰랐는데 37.7도. 진료실을 나오며 스스로 이마를 짚어보니 뜨끈합니다. 어제 밤에 온몸이 쑤신 건 열 때문이었나 봅니다.

떨어지기 싫다고 우는 둘째를 이모님과 보내고 허둥지둥 택시를 잡습니다. ‘약이라도 내가 먹여서 보낼 걸….’ 뒤늦게 후회합니다. 속이 상합니다. 워킹맘 죄책감이 몰려오지만 털어내야겠죠. 이럴땐 긍정 주문이라도 외우면 도움이 됩니다.

‘이런날도 저런날도, 좋은날도 나쁜날도 있다. 내가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둘째는 아팠을지도 모른다. 나도 남편도 이모님도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생긴 일일 것이다….’

“많이 먹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더 놀고 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요즘 첫째의 애창곡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모양입니다. 어제 퇴근했더니 “엄마가 보고싶었는데 꾹 참았어요”라고 개사했더군요. “아들이 보고싶었는데 꾹 참았어요” 덧붙이며 꼭 안아줬습니다.

지난해 ‘케어닷컴(Care.com)’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워킹맘 4명 중 1명은 일주일에 한 번은 운다고 합니다. 그 날이 오늘인가 봅니다. 울고 싶은데 꾹 참은 하루가 지나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복직하기 좋은 시기? 그런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