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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새벽2시의 기록
by 틈틈이 Mar 25. 2018

요즘 워킹맘인 저의 '유리천장'은 이것입니다.

몇일 전 한 방송 관계자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나는 워킹맘입니다’ 책을 통해 저를 알게 됐고 몇 가지 궁금한 게 생겼다고 했습니다. 전화통화로 이어졌습니다. 


물으시더군요. “회사 입사했을 때 목표가 뭐였어요?” 


음… 저는 ‘특별한’ 사람 아닙니다. 책 서문에도 썼지만 쇼윈도에 진열된 부츠를 신으면 딱 맞는, 종아리 두께까지 대한민국 평균인 사람입니다. 주목받는 편도 아닙니다. 학창시절 학생기록부에는 매번 조용하지만 묵묵한 학생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열심히 사는 편이지만 소위 말하는 ‘큰 뜻’은 없습니다. 


대학 4학년 2학기에 (지금도 일하고 있는 이) 언론사에 입사하며 때되면 한계단 한계단 오르는,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는, 그러다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정년을 맞는 직장생활을 꿈꿨었습니다.(그 때만해도 회사에서 정년을 맞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정년은 채우고 싶었지만, 어느 자리까지 올라가겠다고 다짐한 적은 없습니다. 



다시 물으시더군요. 높은 목표를 가진 적 없냐고요. 아마 ‘우리 회사 최초의 여자 000’ 이런 타이틀을 꿈꾼 적 없냐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 최초의’ 타이틀을 떠올린 적은 있습니다. 가볍게, 누구나 한 번쯤 막연하게 꿈꾸는, 딱 그정도로요.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 될 확률은 0.74%에 불과합니다. 남녀를 합한 확률이 0.74%이지, 그 중 여자 임원을 추리면 0.0074%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내가 그 0.0074%?’떠올린 적은 있지만 0.0074%를 바라보며 노력한 적은 없습니다. 


글쎄요. 어쩌면 이런 저의 대답이 실망스러웠을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선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촉망받던 여성이 엄마라는 이유로 여러가지 제약에 부딪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인정받지 못하고 유리천장에 부딪혀 좌절하고 있습니다.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대단한 야망을 품은 것도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에게조차 이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단지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겠다는 것 뿐인데도 좌절하고 숨어 우는 날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추구권’이 있습니다. 엄마가 된 뒤로는 엄마라는 역할만 강요받을 뿐 ‘엄마가 된 한 사람’의 행복추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걸 찾아야 한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랐지만 엄마가 된 저에게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엄마니까 행복해야지’라고들 하지만 행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말마따나 엄마가 되니 “자아 실현은 욕심이며 자기 유지를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오기가 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나 스스로 나에게 물으며 행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도 직장에서는 엄마가 되기 전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게 억울했습니다. 동기들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갈 때 저만 거북이 걸음인 게 속상했습니다. 가끔 ‘애엄마가 아니었다면 인사고과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을텐데, 동기들보다 빠르게 승진했을텐데’ 싶어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 또한 예전처럼 일에 몰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일에 몰두하는 동시에 아이들에게도 몰두할 수는 없습니다. 한 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 쪽엔 소흘해집니다. 일이 소중한만큼 아이들도 소중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워킹맘이 된 지금, 처음으로 ‘야망’이 생겼습니다. 아이를 희생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요. 일-가정-나 사이의 균형을 지키며 승진을 하고 싶습니다. 꼭 내가 아니어도 됩니다. 누군가 일-가정-나 사이의 균형을 지키며 승진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주류가 되길 바랍니다. 


압니다. 지금의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게 요즘 우리 세대가 깨고싶은 ‘진짜 유리천장’ 같습니다. 우리 윗세대 워킹맘들이 ‘남자보다 더 남자처럼’ 일하면서라도 유리천장을 깨길 바랐다면 요즘 워킹맘들은 ‘워라밸(Work-Life Balance)’를 지키며 직장에서도 인정받길 원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더 막막합니다. 차라리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면 무조건 더 열심히 일하면 될텐데 단순히 승진이 목표가 아닙니다. 일-가정-나 사이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승진하는 건 원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의 노력보다 정책이 마련되고 사회가 바뀌어야 합니다. 기대보다 더디지만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단단해지려고 합니다. 일에 엑셀을 밟고 싶어지면 꼭 밟아야 하는 엑셀인지 다시 한 번 살피려고 합니다. 브레이크는 밟되 멈추지는 않겠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춘 동료로 행복한 기운을 전하겠습니다. 그러려면 나부터 행복해야겠지요. 


부모가 되고 알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 것이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요. 브레이크를 밟는 건 엑셀을 밟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안주하는 것 아닙니다.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최선입니다.


+ 이 글을 쓴 이유는, 전화통화를 끊고 찜찜한 마음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야망 없어요?’ 라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거든요.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야망’이  있더라고요. 나를, 아이를, 가족을 희생시키지 않고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요. 아마 그런 사회에선 저를 포함한 많은 부모직장인이 부모노릇 잘하며 성취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을 겁니다. 유리천장을 깼다는 말에는 이제 사회적인 성공 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성공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한 사람의 성공을 말할 때는 그 사람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맞는 롤모델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부디 이 ‘야망’이 헛된 야망이 아니길 바랍니다.


틈틈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대학 4학년에 언론사에 입사해 14년째 그 언론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 7살 5살이 된 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워킹맘 생활을 더 즐겁게, 덜 힘들게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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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글쓰는, 아이둘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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