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43개월, 훈장과 흔적 사이

by 틈틈이

“가슴이 아니라 흔적기관(ㅠ_ㅠ)이겠군요.”


제가 43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했다고 하면 많은 아이 엄마들의 반응이 이렇습니다. 장장 3년7개월이죠.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는데 어느새 약 4년이 훌쩍 흘렀습니다.


오늘은 지하철을 타러 가며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여보, 나 이제 퇴근하니 피자 시켜요. 콜라도 같이!’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피자 먹는 날이니까요. 아니 콜라를 마시는 날이라고 해야 할까요? 피자에 우유나 물이 아닌, 콜라를 마실 수 있다니 감격 그 자체입니다.


수유 때문에 그동안 탄산음료를 멀리 했습니다. 첫째 웅이는 26개월, 둘째 결이는 17개월 23일이 되던 지난 주말까지 모유를 먹었습니다. 도합 43개월입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당연히 모유를 먹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사가 갓 태어난 아이를 안겨주며 ‘어서 젖을 물리라’고 했을 때 수많은 눈 아래 가슴을 드러내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현실’에 당황했지만, 엄마니까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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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을 시작하고 모유가 아이의 ‘주식’이 아닌 ‘간식’이 되었을 때, 단유(斷乳)할까 고민했지만 ‘쭈쭈 먹자’는 한 마디에 만사 제쳐두고 다다다다 기어오는 아이를 보면서 이왕 시작한 수유, 내가 아닌 아이가 그만 찾을 때까지 계속 하자고 굳게 마음을 먹었죠.


복직을 하며 다시 단유(斷乳)를 고민했지만 낮 동안 떨어져 지낸 아이와 애착을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는 방법이 수유라기에 계속했습니다. 워킹맘이 되니 아이가 아플 때 가장 힘든데, 아이가 아프면 모유에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하니 모유 수유를 고집할 이유는 차고 넘쳤습니다.


복직 초기에는 엄마가 눈에 안 보이는 것이 불안한지 ‘쭈쭈’를 자주 찾던 결이는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친해지며 자연스레 쭈쭈와 멀어졌습니다. 자기 전에는 꼭 젖을 찾았지만 지난 주말부터는 침대에 같이 누워 옛날이야기를 해주면 스르륵 잠듭니다. 그리고 오늘까지 젖을 찾지 않네요.


모유 수유의 장점을 잘 알면서도, 젖을 떼는 시기는 우리가 아닌 아이들에게 맡기자고 다짐했으면서도 망설인 이유는 하나입니다. 아이들의 젖인 동시에 내 가슴이니까요.


제가 43개월 모유 수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친구는 ‘너는 네 가슴이 소중하지도 않냐’며 버럭 화를 냈습니다. 백화점 수유실에서 만난 한 엄마는 “우리 남편은 가끔 아들 잡고 ‘엄마 가슴을 1년이나 빌려줬으면 처음하고 같은 상태로 돌려줘야지. 너무 한다’고 하소연을 하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편도 “모유 수유는 장점이 크지만 그만큼 단점도 크다”고 한 마디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답답한 마음에 전문 자료를 뒤져봤습니다. 미국 성형외과의사 브라이언 링커가 1998~2006년 가슴이 처져 고민이라는 여성 132명을 조사한 결과 가슴이 처지는 것은 모유 수유와 관계없다고 밝혔습니다.


모유 수유를 한 여성과 하지 않은 여성 모두 어느 정도의 가슴 처짐이 있었으며 가슴이 처지는 것은 모유 수유와 관계없이 출산한 여성이라면 대부분 겪는 현상이었다네요.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다릅니다. 수유하기 전 입었던 속옷들이 맞지 않습니다. 속옷 매장 직원이 “걱정하지 말라”며 “모유를 끊으면 가슴에 지방이 서서히 차면서 3개월 뒤에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단언했지만, 글쎄요. 의문입니다.


오죽하면 두 아이를 모유로 키운 할리우드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조차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가슴성형이 필요하다”고 했겠습니까.


남편에게 (위로를 바라며)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이 답합니다. “부모가 된 훈장이잖아. 내 눈에 당신은 언제나 예뻐 보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런데 왜 남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처럼 느껴질까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건 제 기분 탓으로 돌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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