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엄마가 된 선녀, 하늘(회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옛날 옛날에 ‘아빠 나무꾼’이 산 속에 나무를 베러 갔다가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는 걸 봤대. 근데 선녀가 엄마처럼 정말정말 예쁜거야. 그래서 ‘아빠나무꾼’은 ‘엄마 선녀’랑 결혼해서 한 집에서 살고 싶어졌대. 어떻게 하면 하늘에 못 올라가게 할까 고민하다가 글쎄! 아빠 나무꾼이 엄마 선녀의 날개옷을 감춰버렸어.”
“아빠 나쁘다!!”(웅이)
“선녀는 날개옷이 없어져서 엉엉 울었지 뭐야. 그때 아빠 나무꾼이 짜잔 나타나서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예쁜 옷도 사줄게 우리집에 같이 가서 살자고 했어. 그래서 엄마 선녀는 아빠 나무꾼이랑 결혼해서 웅이랑 결이처럼 예쁜 아들 딸을 낳았대.”
“우와!! (짝짝짝)”(웅이)
웅이 눈높이에 맞춘 ‘선녀와 나무꾼’이야기에 남편이 기가 막힌 표정입니다.
“그래서, 날개옷 돌려줘?”(남편)
“날개옷 돌려줘도 어디 못 가네요. 애 둘 키우며 회사 다니는 것도 무리인데 무슨…”
만약 제가 진짜 엄마 선녀이고 회사가 하늘이라면? 전래 동화 속 선녀는 아이 둘을 안고 하늘로 훨훨 날아갔지만 현대판 '워킹맘 선녀'에게 아이 둘이 생긴다면 어떤 풍경일까요.
애 하나였을 때는 마음은 아프지만, 날개옷만 있으면 큰 무리없이 회사에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애가 둘이 되면 겨~~우 겨~~우 날 수는 있을 것 같네요.
웅이, 한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인 저와 웅이 결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워킹맘인 저의 일상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웅이 엄마: 퇴근 후 웅이를 무릎에 앉히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면 남편이 뒷정리를 하고 저는 웅이와 신나게 놀았습니다. 2시간 정도 재밌게 놀면 웅이도 ‘이제 잘 시간~’이라는 말에 큰 저항없이 침대로 갔습니다.
웅이결이 엄마: 퇴근 후 한쪽 무릎에 웅이, 한쪽 무릎에 결이를 앉힙니다. 두아이는 엄마를 반쪽에서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합니다. 저녁이요? 젓가락질 할 여유 없습니다. 손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빵 김밥 고구마로 대신합니다. ‘웅아, 아빠 무릎에 앉을까?’ 물으면 ‘싫어! 결이가 아빠 무릎에 앉으면 되잖아’ 17개월 결이가 양보할 리 없습니다. 이미 온몸을 저에게 딱 붙였습니다.
저녁을 대강 때우면 남편이 뒷정리를 합니다. 웅이 결이의 엄마 쟁탈전은 이어집니다. 웅이는 책을 읽어 달라고 하고 결이는 까꿍놀이를 하자고 합니다. 복직을 하기 전 남편과 ‘어른이 둘인데, 아이도 둘이니까 어른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전담하면 무리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엄마아빠 둘’ 이지만 아이들에게 ‘엄마 한 명’만 보일 줄은 몰랐습니다.
출근길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웅이 엄마: 웅이가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고 울면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저 웅이 셋이 같이 집을 나섰습니다. 마을버스 지하철을 같이 타고 회사 앞에서 빠이빠이 인사를 했습니다. 아침외출에 신난 웅이는 울지 않고 잘 헤어졌던 기억입니다.
웅이결이 엄마: 웅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요즘. ‘엄마 회사 다녀올게’ 인사하면 결이가 웁니다. 엄마도 출근하는데 오빠까지 같이 나가는게 더 서러운 모양입니다. 엄마에게 팔 한 번 벌렸다가 오빠한테 팔 한 번 벌리고. 한 명이라도 못 나가게 하고 싶은 얼굴입니다.
엄마가 현관문을 나설 때 울던 웅이는 이제 어린이집 앞에서 웁니다. ‘엄마가 회사에 가기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낮잠도 안잤는데, 나는 어린이집에서 자는 게 싫다’며 서럽게 웁니다. 아침전쟁이 두 번입니다.
덕분에 엄마 선녀는 살이 쭉쭉 빠집니다. 주변에서는 '요즘 다이어트하냐'고 묻지요. 너털웃음만 지을 뿐입니다.
워킹맘 버전 '선녀와 나무꾼' 결말은 어떨까요.
"애 둘 엄마 선녀는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날아가다가, 날개옷이 찢어지면 꼬매고 헤지면 덧대느라 지상에 자주 돌아왔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답니다"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