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관련해 웹서핑을 하다보면 전업맘과 워킹맘을 비교하는 글이 자주 눈에 띕니다. 우리 엄마도 우리 삼남매를 낳고 키우면서 내 손으로 아이를 키워야 하나 일을 해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셨다고 하니 꽤 오래된 이야기꺼리인 것 같습니다.
몇 해 전 페이스북에는 한 워킹맘이 전업맘에게 보낸 편지가 화제였습니다. 편지의 작성자는 의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워킹맘으로 일과 육아 사이에 균형을 찾는 법 등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고 하네요. 편지를 읽다보니 뭉클합니다. (미국 엄마들은 좀 편할 줄 알았는데 이런 글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웅이를 낳고 15개월, 결이를 낳고 15개월 간 전업맘으로 지냈던 시간도 기억나고 평생을 전업맘으로 지낸 친정엄마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복직을 앞두고 남편에게 ‘워킹맘과 전업맘, 둘 중 어떤 길도 선택할 수 없다. 전업맘도 대단하고 워킹맘도 대단하다. 내가 무슨 용기로 엄마가 된 지 모르겠다’며 울 때 남편이 그랬습니다.
전업맘도 위대하고
워킹맘도 위대해.
어떤 길을 택해도
당신은 위대한 엄마니
마음 편하게 생각해
누군가는 그랬습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워킹맘’이다. 일하는 곳이 집 안이냐, 집 밖이냐만 다를 뿐”이라고요. 무슨 말인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아래 편지가 뭉클한 것도 제가 엄마이기 때문일 겁니다.아래 편지를 올리니 읽어보세요.
전업맘에게.
사람들은 가끔 당신에게 하루 종일 집에서 무얼하냐고 묻습니다. 나는 당신의 일과를 알고 있어요. 나도 엄마이고, 나 또한 잠시나마 전업맘이었으니까요.
당신의 일과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됩니다. 월급도 없이, 힘들기만 하고 생색도 나지 않는 일들이 하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일은 당신이 잠들어도 끝나지 않죠. 주말도 없고 밤도 없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건 행복하지만 매순간 행복하진 않습니다.
커피나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없습니다.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 없으니 당신은 항상 ‘멀티태스킹’을 해야 합니다. 내 집에 있어도 한 순간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시간이 없습니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쉬라고요? 아이가 두 명이면 낮잠 자는 시간도 다릅니다.
같이 수다를 떨고 응원해 줄 동료도, 내가 아플 때 빈자리를 채워 줄 동료도 없습니다. 아이의 이유없는 짜증도 배변훈련도, 식사시간마다 전쟁을 치르며 밥을 먹이는 것도 벽에 낙서를 하는 것도, 아이들끼리 싸울 때도 모두 오롯이 엄마인 당신의 몫입니다.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아이를 먹이고 집안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다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일과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는 당신이 얼마나 간절히 단 한 시간의 평화로운 점심, 휴식을 꿈꾸는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충분히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걸까 자문하고 직장에 다니는 친구가 부러울 때도 있다는 것도 압니다.
당신의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이제 좀 쉬자’고 하는 그 순간은 당신도 가장 쉬고 싶은 순간입니다. 남편이 당신과 아이는 나몰라라하고 소파에 누워버리면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습니다.
육아의 고충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이들은 밥만 주면 저절로 크고, 말썽부리지 않고 논다고 생각합니다.당신은 하루종일 커피를 마시며 즐긴며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죠. 그들은 당신이 집에서 무보수의 일을 하고 있는 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월급을 받으며 경제적으로 독립해있던 그 날들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금요일이면 ‘TGIF’를 외치는 사람들은 얼마나 부러운지요. 전업맘에게는 주말도 휴식도 없으니 ‘TGIF’는 그림의 떡입니다.
전업맘 여러분, 나는 당신이 어떻게 그 일들을 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끝없는 인내심을 존경합니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을 새로운 날인 것처럼 즐기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선물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매 순간에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함을 존경합니다. 어떤 보상도, 명예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 존재인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습니다. 네, 당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냥 당신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모두 엄마니까요. 나는 알고 있습니다.
워킹맘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