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50분.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멍~ 때립니다. 지금부터 10분 동안은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홀짝거립니다. 바닥에 먼지가 굴러다녀도, 잊었던 집안일이 생각나도 꾹 참고, 적!극!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워킹맘에게 아침 시간은 전쟁터입니다. 아이들이 일어나면서부터 첫째 웅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기까지 2시간은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생각할 틈도 없이 정해진 순서대로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웅이 결이가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재우고 싶지만 7시에는 아이들이 일어나야 회사에 늦지 않습니다. 아무리 따뜻하게 불러도, 사자 호랑이도 변신해 재밌게 깨워도 아이들 눈꺼풀은 무겁습니다.
4살 웅이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어디서 저런 말을 배웠는지... 새근새근 아주 잘 잤는데 말입니다) 인상을 찡그리고 결이는 울음으로 답하기 일쑤입니다. 어르고 달래 아침밥상에 앉히지만 억지로 일어난 아이들은 입맛이 통 없나봅니다. 그나마 한 입이라도 더 먹으라고 아침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저도 먹이기 쉬운 한그릇음식을 준비하지만 웅이 결이 입은 열리지 않습니다.
출근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엄마인 저의 긴장지수는 높아갑니다. ‘이제 양치질해야 할 시간인데’ ‘이제 옷 갈아입혀야 하는데…’ 할 일은 많은데 아이들이 장난만 치고 있으면 짜증이 솟구치죠. ‘아이들에게 소리치지 말자. 혼은 내도 화는 내지 말자’고 스스로와 약속한 게 무색합니다.
“그러니까 밤에 일찍 일어나라고 했잖아!”
“양치질은 세면대 앞에서 하는 거야. 돌아다니면서 하면 안돼요!”
“웅아! 양말은 혼자 신어야지. 너 신을 줄 알잖아!”
한 번 목소리가 커지니 계속 커집니다. 큰 소리내서 웅이 결이가 말을 들으면 효과라도 있지요. 엄마 목소리가 커질수록 아이들은 말을 더 듣지 않고 제 혈압만 더 오릅니다.
아이들에게 큰소리 내고 출근한 날은 마음이 계속 불편합니다. 화를 냈어도 풀고 출근했으면 괜찮을텐데 시간에 쫓겨 충분히 화해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했습니다. 화를 내지 말 껄 그랬습니다.
이런 후회가 몇 번 반복되며 적어도 아침에는 화를 내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마음먹기는 쉬운데 실천은 어렵습니다. 시간에 쫓겨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 더 쉽게 큰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정우열 원장은 육아서 ‘엄마만 느끼는 육아감정’에서 긴장되고 조급해질 때마다 몸이 쉬는 시간을 만들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 한정된 시간에 아이를 챙기느라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보다는
몸이 피곤해도 30분 더 일찍 일어나서
긴장을 최소화하며 준비하는 것이
육아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 훨씬 유익하다
정신과적 치료방법에 이완요법이 있는데,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기 때분에 몸이 긴장하면 마음도 불안해지는 것이고 몸의 긴장을 이완시키면 마음도 편해진다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마음을 다잡는 것보다 몸을 먼저 잡는 게 더 수월하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는 어려워도 규칙적으로 몸을 쉬어줄 수는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침 6시 50분부터 10분간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10분 더 자자는 유혹을 이겨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만, 멍 때림의 효과는 큰 것 같습니다. 새벽에 겨우 일어나 씻고 출근준비를 하고 아침밥상을 차리는 동안 이미 지친 몸은 다시 충전됩니다. 가만히 앉아 커피를 마시다보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떠오르며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로 바뀌어 있습니다. 웅이 결이와 함께 하는 아침 2시간은 여전히 아슬아슬하고 예측불가능하지만 좀 더 즐기는 기분이랄까요. 이불 속 단잠을 10분 포기하는 건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