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이모 말고 엄마가 되어주세요

by 틈틈이

"싫어! 놀이터 갈 거야! 안 추워!!" 현관 밖으로 웅이 목소리가 들립니다.


"밖에 봐. 깜깜하지. 밤에는 밖에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제 저녁 먹고 집에서 놀다가 자야 해." 남편이 타이릅니다.


남편과 웅이의 대치 상황. 좀 더 지켜볼까 하다가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웅아 결아~ 엄마 왔어!"


웅이가 울면서 뛰어옵니다. "엄마, 놀이터 가고 싶은데 아빠가 안된데." 남편이 어깨를 으쓱합니다.


"이제 밤이잖아. 밖은 깜깜하고 추워요. 놀이터는 내일 가자." 웅이를 안고 이야기하는데 눈꺼풀이 무거워 보입니다.


"웅이 오늘 낮잠 안 잤어?"

"응! 나 오늘 많이 놀고 싶어서 안 잤어."


웅이는 진짜로 놀이터에 가고 싶은 게 아니라, 졸려서 그냥 트집을 잡고 짜증을 내는 것 같습니다. 이모님과 주고받는 메모장을 펼쳐보니 '웅이가 자고 싶지 않다고 해서 재우지 않았다'고 적혀있네요.


"그리고 있잖아. 엄마 나 오늘 옥토넛도 4개나 봤어. 터닝메카드도 봤다~"


옥토넛은 편 당 10분. 4개를 봤으면 40분. 터닝메카드는 편 당 25분입니다. 10*4+25=65. 웅이 말이 맞다면, 웅이는 오늘 동영상을 65분 봤습니다. '동영상은 하루 30분' 우리집 규칙을 어겼습니다.


"웅아, 동영상은 하루에 30분만 보기로 엄마아빠랑 약속했잖아."

"응. 괜찮아. 이모님은 내가 보여달라고 하면 다 보여주거든~."



웅이가 요즘 '이모님 짱'을 외치길래 내심 기뻤는데,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엄마아빠는 동영상도 하루에 30분만 보여주고, 졸리지 않다고 해도 낮잠시간이 되면 낮잠을 재우고, 초콜릿도 하루 한 조각만 주는데 이모님은 웅이가 해달라는 걸 다 해주는 모양입니다.


"엄마 초콜릿 주세요."

"안돼. 오전에 먹었잖아. 먹고 싶으면 내일 줄게."

"치. 오늘 이모님 안 오셔?"


'이모님 안 오셔?'의 뜻을 이제 알겠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이모님께 '웅이가 이모님을 많이 좋아해요. 주말이면 이모님 많이 찾아요' 했습니다.


이모님께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이모님, 혹시 웅이가 동영상 30분 보여줬는데 더 보여달라고 하나요?"

"어휴. 눈물 뚝뚝 떨구면서 하나만 더 보여달라고 해요. 어떻게 안 보여줘요 더 보여주죠."

"밥 먹을 때 반찬도 잘 먹나요?"

"웅이는 치즈랑 김만 달라고 해요. 다른 반찬 먹이려고 하면 도망가죠."


예상대로 마음씨 좋은 이모님이 웅이의 뜻을 다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웅이가 우는 게 마음 아파서' '웅이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가 이유입니다. 이모님은 '저는 웅이 못 이겨요'라며 웃으셨습니다.


조카를 대하는 제 마음과 비슷합니다. 언니는 아들의 이가 썩을까 봐 사탕을 주지 않지만, 저는 조카가 좋아하는 사탕을 언니 몰래 입에 넣어 줬었습니다. 언니는 '팝콘뇌'가 될까 봐 아들에게 동영상을 되도록 적게 보여주지만, 저는 조카가 좋아하는 뽀로로 꼬마버스타요 동영상을 USB에 담아 선물했습니다. 조카가 장난감을 사달라면 언니 몰래 사줬습니다.


언니는 그럴 때마다 '나라고 내 자식 좋아하는 거 안 해주고 싶겠니. 엄마니까 말리지. 네가 이모여서 다 해주는 거야. 엄마면 그러지 못해'라고 했습니다. 언니 말이 맞네요.



결이는 오전 8시반부터 오후 7시까지, 웅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니)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이모님과 함께 합니다.


그 시간은 이모님이 두 아이의 '주양육자'입니다. 그러니 이모님은 웅이 결이에게 이모가 아닌, 엄마가 되어 주셔야 합니다.


아이의 기쁨이 우선인 이모가 아닌, 아이를 올바르게 이끌고자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셔야 합니다.



먼저 냉장고에 우리집 규칙을 붙이고 이모님께 메모를 남겼습니다.


"이모님, 웅이 결이가 아무리 울고 떼써도 규칙은 규칙입니다. 아이들이 지킬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잘못했을 땐 혼내셔도 좋습니다. 웅이 결이의 낮시간 엄마는 이모님입니다. 단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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