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금요일 하교 시간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 품에 파고들어 "이번 주 끝! 내일은 토요일이니 아침에 깨우지 마요~" 신나서 외쳤습니다. 엄마는 제 등을 토닥이며 "그래. 우리 딸 주말에 푹 쉬자" 하셨죠.
엄마가 되었습니다. 금요일 퇴근길, 주말에 해야 할 일이 떠오릅니다. 서로 자기부터 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머리 속이 시끄럽습니다.
'웅이가 주말에 수족관이랑 동물원에 가자고 했지. 따뜻하면 동물원 가면 좋은데, 미세먼지는 얼마나 되려나...'
'지난주에는 회사 일이 많아서 빨래도 자주 못했지. 세탁기를 두 번은 돌려야겠다. 요즘 결이가 소파 밑에 물건 넣는 걸 좋아하던데 소파 끌어내서 청소도 해야지. 아 맞다, 화장실 청소는 언제 했더라...'
토요일 오전 7시. '웅이 알람'이 울립니다.
"엄마! 아빠! 일어나요. 오늘 회사 안 가는 날 맞지? 빨리 놀러 가자."
평일에는 8시에 깨워도 비몽사몽인 녀석이 주말은 귀신같이 알고 일찍 일어납니다. 아직 새벽(?)이니 조금 더 자자고 웅이를 품에 안지만 소용없습니다. 5분마다 '엄마 아직 새벽이야?' 묻는 통에 더 버틸 수 없습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동물원에 다녀옵니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2시. 피곤한 웅이와 결이가 낮잠을 잡니다.
남편도 잡니다.
아침부터 외출하느라 싱크대에 아침 설거지가 한 가득,
빨래 바구니에 빨래도 한가득,
거실엔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니는데,
... 아이들 깰게 봐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합니다. 다 끝내니 오후 4시. 털썩 주저앉아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접속합니다.
'우리집 식구들 모두 잡니다. 저만 빼고요.'
'애들은 주말이라 놀러 가자는데 낮잠 30분만 자겠다던 남편은 2시간이 지나도 일어나질 않네요.'
뿔난 엄마들의 함성이 들립니다. 저 또한 뿔이 납니다. 일도 육아도 살림도 하며 힘든 건 남편이나 저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말에 쉬고 싶은 것도 남편이나 저나 똑같습니다.
'2015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자녀 기혼취업자'의 경우 평일(근무일) 남자는 회사일(유급노동)에 9시간18분을 씁니다. 여자는 7시간32분을 쓰고요. 하지만 남자는 가사노동(무급노동)에 41분을 씁니다. 여자는 3시간 12분을 씁니다.
남편들이 회사일로 더 피곤한 건 맞지만, 전체노동(회사일+가사노동)시간을 보면 남편은 10시간, 아내는 10시간44분 입니다. 매일 아내가 44분 더 일을 한다는 결론입니다.
주말(비근무일)은 더 심합니다.
주말 남편은 회사일에 25분, 아내는 13분을 씁니다. 가사노동의 경우 남편은 2시간 36분 아내는 5시간33분을 쓴다고 하네요. 총노동시간은 남편 3시간1분, 아내 5시간46분입니다.
평일에 남편보다 44분 더 일하는 아내는 주말에 남편보다 2시간45분을 더 일합니다.
여가시간을 비교해 볼까요.
같은 조사에 따르면 남자의 평일(근무일) 여가시간은 3시간14분, 주말(비근무일) 7시간50분입니다. 여자는 주중 2시간45분, 주말 5시간51분입니다.
남자의 평일 여가시간은 여자보다 29분 더 길고 주말에는 1시간59분 더~~ 깁니다.
'기혼취업자의 일-생활 균형' 논문은 아래와 같이 지적합니다.
취업을 하고 있음에도 기혼여성들은 근무일과 비근무일에 가사노동의 부담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특히 비근무일에 남성은 여가집중형이 1순위로 나타난 반면 여성은 가사집중형이 1순위로 나타나 쉬는 날에 가사노동을 집중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알 수 있다.
엄마들에게 주말은 회사에 다니느라, 아이들에게 집중하느라 미뤄 둔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주말은 아이와 가사일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상대적으로 아빠의 주말은 아이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인 셈이죠.
또 다른 연구결과를 볼까요.
1980년대 미국에서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혼하지 않은 부부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남편의 가사 분담 비중이 높을 때'였다고 합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가 야근을 많이 할수록 부부싸움을 적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아내가 야근을 하면 남편이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공평'해지기 때문이라네요. 주부들은 월요병이 없는데, 아이를 돌보느라 가사일을 하느라 힘든 주말을 보내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남편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부모가 되어 행복하지만 피곤한 것, 압니다. 결혼할 때 '아침밥만은 꼭 챙겨달라'던 당신이 아빠가 된 뒤로는 '밥 먹을 시간에 잠을 자겠다'고 했죠. 내 시간은커녕 쉴 시간도 부족한 것도 압니다. 평일은 평일이라는 이유로 버티지만 주말에는 풀어지고 싶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들이 낮잠자는 시간만 기다린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나도 똑같습니다. 주말에는 읽고 싶어 샀지만 한 장도 넘기지 못한 책도 읽고 싶고, 팔다리 쭉 뻗고 낮잠도 자고 싶습니다. 내 마음과 같을 당신의 마음을 알기에 낮잠을 자지 말라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혼자 2시간 자지 말고, 같이 1시간 자고 같이 일어나 움직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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