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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안에 베이비시터와 친해지기

by 틈틈이

“엄마 회사 다녀올게~”

눈물은 가득 고였지만 ‘빠이빠이’ 손을 흔들어줍니다. 결이를 꼭 안고 최대한 밝게 웃으며 ‘오늘도 이모님하고 재밌게 지내. 결이가 저녁밥 먹고 놀고 있으면 엄마 일 열심히 하고 올게’ 인사를 합니다. 결이는 “응!” 대답했지만 얼굴은 울상입니다.

벌써 복직한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쉬고싶다는 생각도 사치인 시간이었습니다. 나 하나 복직했는데 남편과 두 아이의 삶의 질은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끼니때마다 갓 지은 밥에 새로운 반찬을 올린 상에 모여 앉던 일상은 주말에나 가능해졌고 각 잡혀 차곡차곡 쌓여있던 빨래들은 건조대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뛰어가서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면 첫째는 벌써 ‘엄마다’ 소리치며 깡총깡총 뛰고 있습니다. 둘째도 다다다 기어와 안아 달라고 두 팔 들고 기다립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들이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는 겁니다. 솔직히 걱정이 많았거든요. 복직을 5일 앞두고 아이들을 봐주시기로 했던 베이비시터가 건강에 이상 이 생겨서 새로운 분을 찾아야 했습니다. 워낙 급해서 여기저기 알아보지도 못하고 지인이 소개해주신 분께 바로 아이들을 맡겼습니다. 복직 이틀 전에야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아이들이 처음 만났고 그날부터 같이 생활했습니다. 게다가 이모님은 베이비시터 경험이 없는 분이었으니, 저부터 불안했습니다.


대리양육자에게 아이를 맡길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엄마-아이-대리양육자가 함께 있으며 아이와 대리양육자가 친해진 다음, 엄마가 조금씩 자리를 비우는 것입니다. 30분간 자리를 비웠다가, 1시간 3시간 6시간… 그리고 하루종일. 그렇게 조금씩 시간을 늘리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대리양육자와 적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직 이틀 전에야 시터 이모님을 만났으니 저도 아이들도 이모님과 친해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모님 또한 아이들을 파악할 시간이 없었고요.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게 급선무입니다. 아이들의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가운데, 주양육자만 바뀌어야 아이들의 적응을 돕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려면 이모님이 아이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일단 웅이와 결이의 하루 일과부터 최대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 웅이가 일어나면 결이가 따라서 일어남.
- 결이가 일어나자마자 울면 배고픈 것. 고구마 말랭이나 과일 주고 빨리 아침 준비하기.
오전 8시: 웅이, 결이 아침 먹이기.
- 웅이는 반찬을 밥 위에 모두 얹어서 덮밥 식으로 주면 혼자서도 잘 먹음. 결이는 밥보다 반찬 좋아하니 배고플 때 밥 먼저 먹이고 반찬은 나중에 주면 먹이기 수월함.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놀이도 표로 만들고 싫어하는 것도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문서화해 이모님께 드리고 집에도 비치해 언제든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저 또한 이모님이 낯설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이모님과 최대한 친근하게 행동했습니다. 이모님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반갑게 맞았습니다. 아이들은 타인을 대하는 엄마의 목소리톤, 표정에서도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힌트를 얻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모님이 오실 때 밝고 건강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반겼습니다.

4살 웅이에게는 복직을 결심한 순간부터 ‘엄마가 회사에 가면 너와 결이를 돌봐 줄 이모님이 오실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이모님이 갈 것이고, 집에 같이 와서 간식을 먹고, 지금처럼 ‘터닝메카드’도 보여줄 것 등 이모님이 오셔도 아이의 일상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걸 반복해서 알려줬습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은 불안을 에너지로 쉽게 바꾼다고 합니다. 아이가 낯선 이모님의 등장을 불안해 하면 이모님께 드릴 환영 편지를 쓰기, 이모님과 함께 읽을 책을 고르기 등 불안을 기대로 바꿀 수 있는 놀이가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웅이에게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모님이 오시기 전 웅이에게 ‘오늘은 이모님한테 무슨 책 읽어 달라고 할까? 5권 골라볼까?’하면 웅이는 신나서 책을 고르고 이모님을 기다렸습니다.

웅이는 말이 통하고, 자기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에 이모님과의 적응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또 웅이는 어린이집에서 4시에 하원하니 제가 퇴근할 때까지 3시간만 이모님과 함께 하면 됐습니다.

반면 생후 16개월 결이는 다릅니다. 겨우 이틀 같이 지낸 이모님과 하루 종일 같이 있어야 합니다. 일단 결이가 적응할 때까지 시어머니가 도와주시기로 했습니다. 하루 종일 같이 계시다가 점차 시간을 줄였습니다.

결이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엄마는 회사에 갔다가 돌아온다는 것도 자주 이야기했고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 자체로 아이에게 큰 위안이 된다고 하더군요. 까꿍놀이나 장난감을 숨기는 놀이를 하면서 눈 앞에서 사라져도 다시 나타난다는 걸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출근할 때 결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저와 떨어지는 걸 더 힘들어 하길래 아침에 밥을 든든히 먹이고 새벽에 깨면 안아서라도 다시 재웠습니다. 잘 자고 잘 먹으면 기분이 좋으니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출근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서면 결이의 울음 소리가 복도까지 울립니다.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가 안아주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되돌아가면 아이는 울음으로 엄마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조언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 달.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이모님께 다가가 장난을 칩니다. 두 달, 세 달이 지나면 아이들은 이모님과 더 친해지겠죠. CCTV를 보니 아이들은 볼풀장에서 이모님과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육아서에서 “아이는 베이비시터와 적응하며 세상에는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이 많다는 걸 배울 수 있다”고 읽었습니다. 지금 웅이 결이도 그런 과정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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