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웅이가 피곤한가봐요. 점심을 먹다가 졸리다고 해서 교실 한 쪽에 이불 펴줬더니 금방 잠들었습니다." (2016. 1. 25. 어린이집 알림장)
“아침밥을 먹이려고 좀 일찍 깨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전에 피곤해 하는 것 같아요.” (2016.1.26 알림장에 답글)
“아침밥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침잠도 중요해요. 아침에 조금 늦게 깨우는 건 어떨까요?”(2016.1.26. 어린이집 선생님의 답글)
어린이집 알림장에 요즘들어 부쩍 웅이가 피곤해한다, 졸려한다는 내용이 많아졌습니다. 아마 제가 부서가 바뀌며 출근시간이 빨라진 뒤부터인 것 같습니다. 부서가 바뀌며 출근이 한 시간 빨라졌고 웅이도 어린이집에 한 시간 먼저 등원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 빨리 어린이집에 가려면, 한 시간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웅이는 보통 스스로 일어나는 편인데 한 시간 일찍 깨운 뒤로는 스스로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웅아 일어나 엄마랑 놀자~'라고 해도 가까스로 일어나 짜증 잔뜩 섞인 말투로 '엄마 왜 이렇게 일찍 깨워요. 난 한숨도 못 잤단 말이에요'라며 입을 쭉 내밀고 맙니다.
아침을 먹이려고 식탁 앞에 앉혀놔도 수저를 들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침을 먹어야 쑥쑥 자라요' 이야기하지만 웅이는 '먹일 테면 먹어봐' 표정입니다.
친정엄마를 생각하면 아침밥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아플 때도, 바쁠 때도 엄마는 ‘아침밥을 먹어야 집을 나갈 수 있다. 아침밥은 모든 일의 시작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열이 올라 입맛이 없을 때도 엄마는 밥에 물이라도 말아서 한 입이라도 먹이셨고 늦잠을 자서 허둥지둥 할 때도 밥그릇 들고 따라다니며 먹여주셨습니다. 그 땐 참 귀찮고 짜증났는데 제가 엄마가 되니 엄마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리고 저 또한 아이들에게 아침밥은 꼭 챙겨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기분 좋게 아침을 먹이고 싶지만, 출근시간이 정해져있으니 아침밥을 먹이려면 깨워야 합니다. 웅이는 보통 밤 10시반에 잠들고 7시에 일어나니 8,9시간을 자는 거죠. 어린이집에서 낮잠은 1시간 반 정도 자니, 합치면 9~11시간 자는 게 됩니다.
미국 수면재단(NSF: National Sleep Foundation)이 공개한 ‘연령대별 권장 수면시간’에 따르면 만 3세인 웅이는 10~13시간 수면이 권장(Recommended Range)됩니다. 8,9시간 자거나 14시간 자는 건 괜찮은 편(may be appropriate)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웅이의 절대적인 수면 시간은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차는 있겠죠. 웅이가 유독 아침잠이 많은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출근시간이 빨라지며 한 시간 일찍 깨우는게 웅이에게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아침밥을 먹이지 않는다면? 30분은 더 늦게 깨워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침밥도 습관이라 매일 아침밥을 먹는 게 몸에 배어야 합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침밥을 거르는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습관적으로 안 먹는다'고 답했는걸요.
아침에 저절로 눈을 뜨고, 기분좋게 식탁에 앉아, 맛있게 밥을 먹는 모습은 지금 이 상황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아침에 혼자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 세수 시키고 옷 입혀 바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거나 △아침에 억지로 깨워 입맛이 없을지는 몰라도 밥을 먹여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엄마여서 그런건가요. ‘아침 먹지 말고 조금 더 잘까? 일어나서 아침 먹을까?’ 내 일은 고민거리도 아닌데 아이들 문제가 되니 아침밥 하나로도 몇일을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