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잠이 많은 첫째는 요즘 새벽같이 일어납니다. 제가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면, 드라이어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죠. ‘엄마 일어났네. 나 엄마 옆에 있을래,’
머리를 말리고 아침준비를 하느라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는데 웅이는 엄마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좋다며 옆에서 실실 웃습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며 그렇게 아침을 시작합니다. 그 모습이 예뻐 꼭 안아주는데... 열이 느껴집니다. 이마를 짚어보니 뜨끈합니다. 37.5도. 열이 납니다.
“웅아 어디 아파?”
“아니~”
“혹시 목이 따갑거나 침 삼킬때 목 아파?”
“아니 괜찮아.”
아빠를 닮아 비염, 엄마를 닮아 편도선이 큰 웅이는 자주 열감기를 앓습니다. 열이 나면 90%는 목이 부었기 때문입니다. 목이 아프지 않다는 걸 보니 심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출근준비를 하며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보내지 말아야 하나. 고민합니다. 시터 이모님은 둘째를 주로 돌보시기에 웅이를 잘 돌봐주지 못하실 겁니다. 웅이가 많이 아프지 않다면 집에서 심심해 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하고, 혹시 모르니 해열제를 챙깁니다. 열이 38도가 넘으면 약을 먹여달라고 쪽지를 남겼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면서 ‘내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날은 그냥 끼고 있을텐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회사에서도 아이 생각이 계속납니다. 열이 나면 어린이집 선생님께 연락이 오겠지, 휴대전화를 계속 봅니다. 웅이 하원 시간까지 휴대전화는 울리지 않았고 한시름 놓습니다. 아이 생각은 떨치고 일에 집중하다가 혹시 모르니 시터 이모님께 웅이 가방 안에 해열제통이 비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연락을 합니다. 비었다고 합니다. 열이 났다는 뜻이죠. 갑자기 정신이 없어집니다.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퇴근을 하고 싶지만, 사실 저 또한 오늘 아침에 심한 감기에 탈수로 병원에 들러 수액을 맞고 출근하느라 조금 지각을 했습니다. 아침에도 지각했는데 조기퇴근까지는 무리입니다. 퇴근 시간만 기다립니다. 퇴근 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아이를 만나자마자 이마를 짚어보니 38도는 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단 다행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목이 많이 부었다고, 오늘 좀 힘들었을꺼라고, 오늘 밤에 열이 많이 날지 모르니 잘 살펴보라고 하십니다.
애들이 왜 이렇게 자주 아플까요. 이럴 땐 꼭 제 탓 같아요
제가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걸 아시는 의사 선생님은 “그런 죄책감 가지면 안 되는 거 알죠? 한때에요. 이 시기 지나면 애들 덜 아플 거에요” 위로하십니다.
집에 오자마자 어린이집 알림장을 폈습니다. 아이가 열이 났고, 해열제를 먹이고 전화를 했었는데 제가 받지 않았다고 적혀있습니다. 열이 나는 아이들은 교무실 침대에서 쉬게 하는데, 낮잠이라도 집에서 편히 자게 하시려고 전화하셨답니다. 저와 통화가 안되고 웅이는 교무실에 가지 않겠다고 해서 교실 한쪽에 이불을 펴고 쉬게 하셨다고요. 약을 먹고 열이 떨어지니 놀고 싶다고 해서 정규 수업을 다 받고 하원했다고 합니다.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이가 아픈건 제 탓이 아니라고 해도, 낮잠마저 편히 자지 못하게 한 게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휴대전화를 다시 확인하지만 어린이집에서 걸려온 부재중 통화는 없습니다. 점심에 회식이라고 지하에 있는 식당에 갔는데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휴대전화를 던져버리고 눈물을 참습니다.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첫째는 오늘따라 ‘난 엄마가 참 좋아’ 노래를 부르며 따라다니네요. 둘째부터 얼른 재우고 첫째를 안아서 재워야겠습니다. 그래서 아빠랑 놀고 있으면 엄마 결이 재우고 올게. 이야기 하고 둘째를 재웁니다. 아빠랑 책을 읽던 웅이가 조용해집니다. 쇼파에서 혼자 스스르 잠들었다네요.
미안합니다. 가슴에 불이 난 것 같습니다. ‘오늘 많이 힘들었어?’ 물었을 때 ‘응. 그런데 약 먹고 괜찮아졌어’ 웃으며 답하고 ‘그리고 난 엄마가 좋아’ 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복직하고 첫째보다 둘째에게 더 신경이 쓰였습니다. 4살 첫째는 아빠에게 미루고 둘째에게 집중했습니다. 4살도 아직 엄마가 고픈 나이인데, 첫째라는 이유로 신경을 덜 썼습니다. 요즘들어 엄마가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첫째를 충분히 안아주지 못한 걸 반성하고 있었는데... 엉엉 소리내서 울었습니다. 오늘은 워킹맘인 게 많이 속상한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