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만 3세가 될 때까지
하루 최소 3시간은 엄마와 함께해야 하며
3일 이상은 엄마에게서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육아서 ‘하루 3시간 엄마 냄새’에서 강조하는 ‘양육 3·3·3 법칙’입니다. 이 책은 한때 엄마들의 필독서로 불릴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동시에 직장맘들 사이에선 금기서로도 유명합니다. 중학생, 초등학생 아들을 둔 한 직장맘은 ‘왜 그런 책이 나와서 직장맘들 겁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는 것을 본 친구도 ‘읽어봤자 눈물만 난다. 복직을 앞두었으니 읽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하루 3시간 아이 옆에 있어줘야 한다는데 직장다니며 그게 쉽습니까. 자는 아이 얼굴에 뽀뽀하고 출근하고, 집에 가면 또 잠들어 있는 아이에게 미안해 잠든 아이라도 품어보는 게 다반사인걸요. 운이 좋아 일찍 퇴근한 날은 집안 정리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그런데 매일 하루 3시간이랍니다. 그것도 ‘최소’ 3시간이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답니다. 아이 제대로 키우려면 회사 그만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남편에게 직장다니며 아이 제대로 키우려면 이 책처럼, 혜민스님 말처럼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 같이 놀아줘야 하나. 나는 일어난다 치고, 자는 애 깨워서 놀아야 하나? 졸리다는 애 잡고 하루3시간 채워야 하나?’ 투덜거렸던 기억입니다.
이론 적으로 맞는 말이라 아침에 자는 아이를 깨워 봤지만 아이는 입을 쭉 내밀고 ‘엄마는 왜 맨날 깨워!난 한숨도 못 잤단 말이야’라고 투덜거립니다. ‘엄마가 웅이랑 놀고 싶어서 깨우지~’ 그러면 ‘밤에 놀자’며 뒤돌아 눕더군요.
현실은 이렇습니다. ‘2015 일 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는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에 39분을 씁니다. (남편은 14분) 아이들이 어려 육아에 많은 시간을 쓰는 30대로 한정해 보겠습니다. 30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아내는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에 1시간 37분을 씁니다. 남편은 36분입니다. ‘하루 3시간’에는 역부족인 시간입니다. (비맞벌이 30대 부부의 경우 아내는 3시간29분 남편은 41분을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에 씁니다)
하루 3시간… 출장이라도 가면? 안그래도 아이에게 미안한 직장맘은 이젠 아예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양보다 질’이라는 또다른 조언들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루 12분으로 맞벌이 부부도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open-ended) 질문을 던져 아이의 입부터 열어야 한다네요.
영국의 소아심리학자 클레르 할시는 이같이 주장하며 연령대에 따른 10가지 질문을 소개했습니다.
만 3,4세
- 오늘 무슨 장난감 가지고 놀았어?
- 엄마랑 선생님 중에 누구 키가 더 크지?
- 오늘 한 놀이 중에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만 4~8세
- 쉬는 시간에 뭐했는지 보여줄래?
- 엄마가 오늘 뭐했는지 맞춰봐.
- 오늘 얼마나 많이 웃었어? 뭐가 제일 신났니?
만 8~14세
- 너한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데… 네 얘기 먼저 듣고 엄마 얘기도 해줄게.
- 요즘 학교에 떠도는 소문 없니?
- 오늘은 친구랑 어디에 갔었어?
- 학교에서 무슨 프로젝트 하고 있니? 엄마가 도와줄 건 없을까?
특히 ‘엄마가 오늘 뭐했는지 맞춰봐’나 ‘너한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데… 네 얘기 먼저 듣고 엄마 얘기도 해줄게’ 같은 질문은 다른 육아서에서도 추천하는 내용입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엄마 이야기 먼저 풀어놓아야 한다네요.
아쉽게도 아직 둘째는 모든 질문에 ‘응!’ 대답하는 18개월이라 이 질문들을 해보려면 한참 기다려야합니다. 그래도 오늘 밤엔 첫째 둘째 모두 침대에 눕혀놓고 ‘엄마가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 했는지 이야기해줄까?’ 물어보렵니다. 둘째는 ‘응!’ 대답할꺼고 첫째는 ‘엄마 어서 이야기해줘요’라며 귀를 쫑긋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