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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헤어졌어?" 워킹맘 안부인사

by 틈틈이

“잘 헤어졌어?”

출근길 회사 엘리베이터, 워킹맘끼리의 안부인사입니다. 아침 출근길에 아이가 회사에 가지 말라고 떼를 쓰거나, 울거나 혹은 시무룩하게 등돌려 앉아있지 않았냐는 질문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밝게 웃으며 “네. 배꼽인사받고 나왔어요” 대답하곤 했습니다. 동료 엄마들은 ‘떨어지지 않겠다고 우는 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인사를 하고 나와야 하는 걸 알지만 아이가 떼를 쓸게 뻔해서 동영상 틀어주고 도망치듯 나왔다’며 ‘효자 뒀다’고 저를 부러워했죠.

맞습니다. 아침마다 고마웠습니다. ‘엄마 회사 다녀올게’ 인사하면 배꼽인사하고 두 손 흔들며 ‘안녕’ 밝게 인사하는 둘째 덕분에 저도 진심으로 웃으며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침이 두렵습니다.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오실 시간이면 현관문을 가르키며 이모님을 기다리던 둘째가 어느 날부터 이모님이 오시면 밀어냅니다. 이모님이 오시면 엄마가 출근하는 걸 알고 이모님을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출근 준비를 하는 내내 옆을 맴돕니다. 옷을 입고 가방을 집는 순간 울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엉엉 울더니 몇 주 전부터는 우는 중간 ‘음마, 음마’ 소리까지 섞어 웁니다. 둘째를 꼭 안고 ‘우리 결이가 엄마 회사가서 속상하구나.’ 마음을 읽어주고 상황을 설명하고, 타일러도 울음은 이어집니다. 외투에 눈물콧물을 다 쏟아내니 물티슈가 출근 준비물이 됐습니다.

그렇게 아이와 헤어지면 진이 빠집니다. 집을 나설 때 워킹맘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다더니 이제야 실감이 납니다. 우는 아이를 떼어놓고 집을 나서면 하루 종일 아이의 울음 소리가 쟁쟁합니다. 아이 앞에서는 끝까지 웃으며 인사했지만, 문을 닫으면 제 눈에도 눈물이 고입니다.

배꼽인사하던 녀석이 왜 갑자기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까요. 아무리 생각하고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모님과 남편도 이유를 모르겠답니다.

일단 이유 찾기는 미루고 해결책부터 찾기 시작했습니다. 육아서, 전문가의 조언은 죄다 뒤졌습니다.

엄마 대용품 만들어주기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기
엄마가 돌아오는 시간을 시계에 표시해 두기



그나마 “아이는 울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충분히 설명했어도 아이가 울면 울게 둬라”는 말이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둘째는 울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중입니다. 울음을 억지로 멈추려 하면 아이는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테니 둘째가 충분히 울 때까지 안고 다독이는 것 밖에 없습니다. 또 "엄마가 현관을 나서지 못한다는 걸 아이도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 우는 것이니 충분히 설명한 뒤에도 울면 인사하고 집을 나오라"고도 하네요.

그리고 오늘, 출근길에 결이는 울지 않았습니다.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진 않았지만 적어도 눈물을 쏟진 않았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선배 워킹맘에게 ‘아침 전쟁’을 이야기했습니다. 선배는 “아이가 많이 컸구나”라며 웃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멋도 모르고 엄마와 잘 떨어지지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으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고요. 그런가 싶습니다.

또 다른 선배 워킹맘은 “결이가 두 번째 분리불안을 겪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아이는 두차례 분리불안을 겪는데 첫 번째 분리불안은 돌 전후에, 두 번째 분리불안은 18~20개월 사이에 온다고 합니다. 결이는 18개월입니다.

결이의 성장통이었던 것 같습니다. 떼쓰고 울어도 원하는 걸 갖지 못한다는 걸 배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하며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에게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하기는 싫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맙다고 말하죠. 퇴근하면 아이를 꼭 안고 말해야겠습니다. "잘 이겨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