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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Apr 25. 2016

새벽형 엄마가 됐다.  잠잘 시간이 생겼다.

워킹맘 시간관리 part.3

'이게 뭐지. 꿈인가? 눈을 감았다 떴다 감았다 떴다. 뭐야 꿈이 아니잖아. 대체 몇 시야?'


쿵쿵쿵쿵.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웅이를 결이를 재운 게 마지막 기억. 제가 먼저 잠들었는지 웅이 결이가 먼저 잠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며 같이 잠든 것 하나는 확실합니다.


휴대전화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어젯밤 결이와 지점토 놀이를 했는데, 아이들과 뻥튀기 가면을 만들어 거실이 과자 부스러기 투성일 텐데, 게다가 세탁기도 돌렸는데…. 말 그대로 망했습니다. 뒷수습 하나 하지 못하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잠든 마누라를 깨우지 않은 남편이 원망스러워 괜히 째려봅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해야 합니다. 서둘러 거실에 나갔습니다. 제자리에 들어가지 못한 지점토는 딱딱하게 굳었고 뻥튀기 가면은 널브러져 있습니다. 세탁기 뚜껑을 여니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다시 빨래를 돌리고 서둘러 집 정리를 합니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휴... 이 정도면 선방했습니다.


이제 씻고, 아침 전쟁을 준비해야죠. 머리를 감는데, 어라? 몸이 좀 개운합니다. 회사에 복직하며 보통 5시간, 많이 자면 6시간 자는 게 전부였는데 어제는 웅이 결이 재우면서 잠들었으니 7시간을 잤습니다. 한 시간 더 잔 효과인 것 같습니다. 멘붕이었던 오늘 새벽 상황이 감사해집니다.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은 아침에 아이들 깨우는 순간부터 집을 나설 때까지입니다.

하루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은 두 아이를 재우는 시간이지요.


아이들을 재우려고 자장가를 불러주면 왜 제가 더 졸린 건지요. 자장가를 끝내기도 전에 스르르 잠들기 일쑤입니다. 웅이는 노랫소리가 작아지면 '엄마 나 아직 안 자!' 화를 냅니다. 아이들이 푹 잠들 때까지 토닥이다 보면 온 몸이 나른해지며 같이 자고 싶습니다. 하지만 주부에겐 남겨진 일들이 있죠. 잠들면 안 됩니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뜹니다.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유독 잠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침대에 눕히고 '우리 웅이, 결이 오늘 하루도 씩씩하고 행복하게 보내줘서 고마워. 이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꿈나라로 가자. 잘 자~' 굿 나이트 뽀뽀도 예쁘게 나눴는데 30분이 지나도, 50분이 지나도 아이들이 잠들지 않으면 슬슬 짜증이 납니다. '빨리 자라고! 지금이 몇 시인지 알아?' 이 악물고 낮게 소리를 지르죠. 아이들이 잠들어야 집안일을 하고 나도 잘 수 있는데, 아이들은 엄마 마음을 모릅니다. '빨리 자라고' 재촉하는 엄마에게 '지금 괴물 놀이하는 거야?'라며 웃을 뿐입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잠들어버린 어젯밤이 편했습니다. 남은 집안일에 마음이 동동 거리지도 않았고, 잠들면 안 된다고 내 허벅지를 꼬집지도 않았습니다. 새벽에 눈을 떠 멘붕이었지만, 집안일도 어느 정도는 마무리했습니다.


깜깜한 방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환한 거실로 나오면 일단 눈이 잘 떠지지 않습니다. 환한 빛에 적응하느라 소파에 조금 앉아있고, 하루 일과에 무거워진 몸을 달래서 겨우 일으킵니다. 쓰으윽 쓰으윽 걸레질도 느립니다. 집안일이 늘어집니다. 효율이 떨어집니다.


오늘 새벽은 달랐습니다. 밤 사이 충전된 몸은 힘내라고 달래지 않아도 말을 잘 들었습니다. 쓰으윽 쓰으윽 하던 걸레질이 쓱쓱. 속도가 붙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새벽형 인간'의 장점을 이제 알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턴 아이들을 재울 때 같이 잘 생각입니다. 빨리 자라고 아이들을 재촉할 일도 없고 졸음을 쫓으려고 허벅지를 꼬집는 일도 없겠죠. 대신 새벽 5시에 일어날 겁니다. 2시간 더 자는 대가로 1시간 더 일찍 일어나는 건 분명 남는 장사입니다.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돼지우리 따로 없는 거실이, 빨랫감으로 가득한 세탁기가 계속 마음에 걸릴 겁니다. 할 일을 다 하지 않고 잠자리에 드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집안일이 끝나야 하루가 끝났다고 생각된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하루의 끝을 새벽 6시로 바꾸는 겁니다. '애들 자면 하지 뭐' 했던 것들을 '내일 아침에 씻기 전에 하면 되지 뭐'로 바꾸는 거죠. 억지이긴 하지만, 그래서 1시간 더 잘 수 있다면 억지 좀 부리렵니다. 1시간 더 자면, 다크서클 가리느라 짙게 화장하는 시간도, 화장품값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잠도 더 자고, 화장품값도 덜 들고. 억지 부릴 만 합니다(라고 또 억지를 부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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