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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Apr 26. 2016

워킹맘 '직업병'에 걸리다.

웅이 임신과 출산, 수유, 육아휴직, 복직,

결이 임신과 출산, 수유, 육아휴직, 복직


임신해서, 수유해서, 육아휴직 중이라 매번 건강검진을 미뤘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5년 만에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웅이 땐 몰랐는데 결이를 낳고 키우며 한 군데씩 삐그덕거리는 몸. 복직까지 했더니 아예 병원의 단골 환자 입니다. 지난해 제 의료비만 80만원을 넘었었습니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회사에 '만40세 이하 홀수년 출생자' 건강검진 신청 공지가 뜨자마자 신청했지요.


소소하게 불편한 곳은 많지만 크게 걱정되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전 타고난 건강체질입니다. 웬만하면 아프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이 좋은 건 아니었던터라 건강검진은 긴장됐습니다.


엄마가 되니 내 몸은 공동구역입니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병이 있으면 어쩌지? 싶었던 걱정이 이제 혹시 내가 아프면 우리 아이들은 누가 돌봐주나?로 바뀌었습니다. 생각은 꼬리를 물더니 '내가 무슨 보험을 들어났더라'까지 가더군요.



오전 9시에 시작한 검진은 오후 1시가 되어 끝났습니다. 정작 검사를 받는 시간보다 더 떨린 건 결과지를 받기까지 기다림이었습니다.


드디어 결과지가 도착하는 날. 5년 전에도 발견되어 추적관찰 중인 항목들을 제외하면,


비타민d 결핍

십이지장궤양

저체중

영양 불균형


이 추가됐습니다.


비타민d 결핍은 직장인과 학생에게 흔하니 대수롭지 않습니다. 단 '부족'이 아닌 '심한 결핍'이니 영양제를 먹으라고 하네요. 영양제를 매일 챙겨먹을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주사로 맞기로 했습니다.


돌을 씹어 삼켜도 소화시키는 저였는데, 십이지장궤양이라고요? 전화로 상담해 주신 간호사분이 증상이 없었냐며 놀란 목소리입니다. 속이 자주 아프긴 했습니다. 밥을 먹으면 배를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날도 있고, 심한 날은 허리가 펴지지 않아 누워있었던 적도 많습니다. 병원에 가야하나, 싶으면 괜찮아져서 두고보고 있던 참입니다. 십이지장궤양 때문이었군요.




더 놀란 건 저.체.중.


음... 복직을 하고 체중이 많이 줄긴 했습니다. 아이들 깨워서 아침 밥 먹이고 출근 준비하고. 물 한 모금 마실 틈 없습니다. 그나마 결이가 혼자 밥을 먹겠다는 '자립심'이 생겨 요즘은 우유 한 잔은 마시지요.


점심은 회사에서 먹으니 외식입니다.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의 연장일 때가 많습니다. 다른 팀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외부 사람들과 미팅 겸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그럴 땐 주로 스파게티 피자 등 밀가루 음식을 먹게 되지요.


퇴근하면 아이들이 달려듭니다. 두 아이 품고 밥을 제대로 먹는 건 아직 역부족입니다. 국에 말아 후루룩 먹거나 대접 꺼내서 비벼서 먹지요. 밥을 '먹는다'가 아니라 '마신다'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겁니다.


그래서 저체중과 영양 불균형, 십이지장궤양이 찾아왔나 봅니다. 십이지장궤양이 있으니 속이 계속 불편하고, 식욕은 떨어지고, 먹는 게 부실해집니다. 그럼 회복이 되지 않죠. 악순환입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서천석 선생님은 "워킹맘은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 하는데 그러다보니 소화불량성 부작용이 종종 생긴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영양 불균형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제 건강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저체중, 영양 불균형, 십이지장궤양'은 모두 '워킹맘 직업병'이었던 겁니다.


다들 그러고 사는거지 뭐, 싶다가 직업병도 병이니 고치자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전 배가 아파 누워있을 때 비타민 영양제를 들고 와 약이라며 먹으라던 웅이가 떠오릅니다. 건강검진을 했던 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켜보려고 했는데, 치료 받으려고요. 예약해 주세요."


웅이에게 이야기했더니 뿌듯한 표정으로 "우리엄마 잘 했어!" 합니다. 5살 짜리를 걱정시키면 안되죠. 약 잘 챙겨 먹어야겠습니다.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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