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틈이 Apr 27. 2016

"엄마는 내가 좋아 회사가 좋아?"

"엄마 내일 회사 가?"

"응. 내일은 월요일이잖아. 이제 엄마 휴가도 끝났으니 회사 가야지."

"안가면 안되?"


침대에 누운 웅이가 슬쩍 물어봅니다. 일주일 내내 붙어있던 엄마가 다시 회사에 가는 게 싫은 모양입니다. 웅이만 싫겠습니까. 저도 오랜만에 월요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분 1초라도 아끼려고 온몸의 촉을 세우는 하루의 연속입니다. 하루종일 외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너무도 팽팽한 이 줄이 끊어질까봐 전전긍긍. 그 생활로 다시 들어가려니 입안이 바짝 마릅니다.


"가지 말까? 엄마도 웅이랑 계속 같이 있으면 좋겠다."

"응! 그럼 가지마."

"근데 출근은 엄마랑 회사의 약속이야. 가기 싫은 날도 있지만 그래도 가야 해. 웅이도 어린이집 가기 싫은 날 있지? 그래도 가야 하잖아."

"치..."


웅이는 등을 돌렸습니다.


"엄마는 내가 좋아 회사가 좋아?"



헉. 유치하지만 어려운 질문입니다. 대답 잘~ 해야 본전입니다.


"웅이는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어. 웅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지."

"그럼 회사 가지 마."


웅이, 결이가 가장 소중한 것, 사실입니다. (남편아 미안)

'웅이랑 회사는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저는 이미 웅이와 회사, 웅이 결이와 회사를 두 번 비교했습니다. 복직을 앞두고요. 하루에도 수백번 복직과 사표 사이에 갈등하며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난 아이들을 떼어놓고 출근할 만큼 일을 좋아하나.'

'경제적 상황을 생각하면 복직하는 게 맞지만, 내가 덜 쓰고 더 아끼고 욕심 부리지 않으면서 아이들 곁을 지키는 게 맞는 건 아닐까.'


워킹맘도 전업맘도 정답이 아닌 '선택'이었기에 고민은 끝이 없었습니다. 아이들 곁에 있자고 마음을 먹으면 경제적 상황과 커리어가 걸렸고 복직을 하자 마음을 먹으면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남은 쪽에 미련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좋아 회사가 좋아?" 질문이 아직도 어렵습니다. 당연히 웅이 결이가 최우선인데, 최우선인 아이들을 두고 출근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니까요.


"웅아, 웅이 아이스크림 좋아하지?"

"응."

"아이스크림 한 개 먹고 두 개 먹고, 맛있어서 또 먹으면 어떻게 될까?"

"배 아파."

"아이스크림이 좋아도 한 개만 먹고, 밥도 먹고 생선도 먹고 시금치도 먹고 고기도 먹어야 하는 거지?"

"응."

"엄마도 그래. 웅이랑 결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지만, 엄마는 설거지도 해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고 회사도 가야 해. 그게 엄마의 할 일이야. 엄마는 웅이랑 같이 있을 때도 기쁘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할 때 회사에서 일을 할 때도 행복해. 그래서 웅이가 엄마의 할 일을 존중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존중해 주면 좋겠어."



아직 '존중하다'는 말은 이해하지 못했을 겁니다. 더 쉽게 설명하고 싶은데,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 웅이는 생각보다 더 '워킹맘 엄마'를 잘 받아들였습니다. 엄마가 회사에 가고, 웅이가 어린이집에 가도 우린 서로 마음 속에 있다는 거. 그래서 보고싶을 때면 마음 속에서 꺼내 보면 된다고 저에게 이야기해주는 듬직한 아들입니다.


웅이가 엄마도 아빠도 좋아하는 걸 알면서도 제가 가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묻는 것처럼 웅이도 엄마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 이었겠죠. 자질구레한 설명 따위 필요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설명한건 아이에게 '너보다 회사가 소중해서 일하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싶어서 였습니다.  


웅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나 스스로에게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세상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워킹맘이라고 아이보다 일이 소중해서 출근하는 게 아니라는 걸요. 전업맘이라고 일 할 능력이 없어서 아이들 곁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워킹맘 '직업병'에 걸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