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을 시작하며
한국나이 36세.
미국나이 35세.
약봉투나이 34세.
병원에 가면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나이가 34세로 찍힌 처방전, 약봉투를 받으니까요. 이런 게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음.... 나이가 들었나봅니다.
아침에 거울을 보다보니 화장을 하고 있는 내가 꽤 익숙합니다. 대학생 시절 친구들이 아이라이너 마스카라에 볼터치까지 예쁘게 화장할 때, 전 민낯이었습니다. 화장이 귀찮았고, 이제 막 화장을 배운 티가 나는 얼굴이 싫었습니다. 내 얼굴에 화장 연습을 하는 게 싫었습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니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 하네요. 화장한 내 얼굴이, 아이라이너를 든 내 손이 어색합니다. 친구들은 대학 시절 다 끝낸 화장 연습을, 저는 첫 출근과 함께 시작했던 기억입니다. 그 때 처음으로 '대학 다닐 때 화장 좀 해볼 껄' 후회했습니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서른 여섯의 내가 이 모습일 줄 알았더라면 그 때 다른 선택을 했을까, 싶은 순간이요.
스무 살의 나는 16년 뒤에 지각할까봐 5살 아들을 업고 뛰고 있을 줄 몰랐으니까요.
스물 다섯 살의 나는 11년 뒤 아는 노래라곤 동요 뿐이 없어 노래방 가는 게 가장 두려운 일이 될 줄 몰랐으니까요.
서른 살의 나는 6년 뒤 내가 두 아이를 낳고도 사회생활을 계속 할 지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저 같은 엄마에겐 추억을,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들에겐 힌트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 생후 20개월인 우리집 작은 아가씨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어떤 아줌마는 그랬다더라,며 슬쩍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