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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04. 2016

세상의 모든 워킹맘 자식들에게

오늘도 씩씩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냈니?


아줌마가 아줌마의 아들 웅이랑 딸 결이에게 매일 밤 묻는 질문이야. 아직 결이는 대답을 못 하지만 웅이는 항상 큰 소리로 '네!' 한단다. 그럼 아줌만 참 고마워.


어제는 웅이가 그랬어. 어린이집이 끝나면 엄마가 데리러 오면 좋겠다고.


웅이도 엄마가 회사에 갔다는 걸 알고 있지. 저녁밥을 먹을 때가 되어야 엄마가 집에 온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런데 친구 유성이는 항상 엄마가 데리러 오는데 웅이는 이모님이 오니까 부러웠나봐.



하루는 어린이집이 끝날 때 아줌마가 데리러 간 적이 있어. 웅이가 친구들한테 "우리 엄마야" 선생님께도 "우리 엄마에요!" 팔딱팔딱 뛰며 큰소리로 자랑하더라. 너희들도 그렇지?


그럴 땐 일하는 엄마인 게 미안해. 아직은 부모에게 이해받기만 해도 되는 나이인데, 너희들은 항상 붙어있고 싶은 엄마가 회사에 다니는 걸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잖아. 가끔은 그게 너희한테 너무 버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아줌마 친구들 중에 너희처럼 어렸을 때 엄마가 회사에 다녔던 친구가 있어. 그 아줌마가 그러는데 엄마가 회사에 다녀서 속상할 때가 많았대. 운동회에 엄마가 오길 기다리면서 운 적도 있고 놀이터에서 엄마랑 노는 친구들 보면 엄마가 많이 보고싶었대.


근데 그 아줌마가 쪼~끔 더 크니까 엄마가 자랑스러웠대.


너희들 병원 가 본 적 있지? 여자 의자선생님 만나본 적 있지? 여자 의사선생님은 네가 모르는 어떤 친구의 엄마일 수 있어. 슈퍼마켓에서 네가 고른 과자를 계산해 준 아줌마도 또 다른 친구의 엄마일 수 있지. 네가 입고 있는 옷도 어떤 친구의 엄마가 만든 걸지도 몰라.


그렇게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고 너희 엄마도 그 중에 하나를 하고 있어. 그래서 너희들이 아플 때 치료를 받고 과자도 먹고 옷도 입을 수 있는거야.


아줌마도 회사에서 일을 하지. 어제는 사람들에게 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을 알려줬고 오늘은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힘내야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해. 웅이에게 엄마가 오늘 회사에서 무얼 했는지 말해줬더니 웅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진짜?' 놀라더라.


하지만 엄마가 아무리 자랑스러워도 보고 싶은 건 보고 싶은 거야. 


아줌마도 그래. 내 일을 열심히 하고, 일 할 수 있어서 행복하지만 웅이랑 결이가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거든.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막 집에 달려가고 싶을 때가 많아. 그럴땐 마음 속에 넣어둔 웅이 결이를 쓱 꺼내서 보곤 한단다. 그럼 힘이 생겨. 



웅이한테 물어봤더니 웅이도 어린이집에서 엄마 생각이 나면 아침에 엄마가 해 준 뽀뽀를 생각하고 마음 속에 있는 엄마를 꺼내보기도 한대. 밤에 뭐하고 놀까 생각도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웅이도 결이도, 엄마도 조금씩 참으면서 커가는 거 아닐까 해. 잠깐 떨어져 있지만 우린 가족이니까 엄마 딸, 엄마 아들이니까 평생 같이 할 꺼잖아.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참자. 



"엄마, 나 오늘 선생님한테 혼났어."

"왜?"

"내가 친구한테 물을 튀겼거든."

"친구 차갑고 속상했겠다. 웅이 왜 그랬어?"

"손을 씻었는데 수건이 없어서."


서랍을 보니 어제밤 접어 둔 손수건과 식탁보가 그대로 있습니다. 어린이집 가방에 넣었어야 하는데, 잊었습니다. 웅이는 손수건이 없어 친구에게 손을 툭툭 털었고 식탁보가 없어 반찬을 옷에 흘렸다고 합니다.


"엄마가 준비물을 잘 챙기지 못했어. 웅이 오늘 많이 불편했겠다. 미안해."


5살 웅이가 엄마를 이해해고 용서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싫은데 자꾸 사과할 일이 생깁니다.


아이 입장에서 워킹맘 자식으로 사는 손익계산서를 두드려 봅니다. 5살 꼬마에게, 20개월 아기에게 이득은 적고 손해는 크네요. 미안해서 아무 말도 못 했는데 오히려 웅이가 다독여 줍니다. "괜찮아.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엄마를 이해하겠다는 뜻인가 봅니다. 저도 말해야 겠습니다. 사랑한다고, 우주보다 더 많이 사랑한다고요.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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