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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05. 2016

엄마가 되니 엄마가 보입니다

to. 친정엄마에게 from. 엄마딸

어느덧 어버이날이네요.

매년 카네이션을 드리며 엄마아빤 일년 364일을 자식의 날로 살고, 자식은 일년에 하루 어버이날을 챙긴다고. 그래서 죄송하다고 했죠. 그리고 항상 덧붙였습니다. "이제부턴 잘 할게요"

이제부턴 잘 하려고 했는데, 더 잘 한게 없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내 가정을 꾸렸지만 아직도 엄마아빠 그늘에 숨을 수 있다면 잽싸게 숨는 철없는 딸일 뿐입니다.

오늘은 웅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들었다며 반지를 줬어요. 어버이날 선물이라면서요. 웃기게도 남편이 명품가방 사줬을 때보다 더 설레는거 있죠.

내 엄지발가락에 들어갈만큼 큰 반지라 손가락에 끼고 빠질까봐 주먹 꽉 쥐고 있었습니다. 저 조그마한 손으로 어떻게 리본에 구슬을 붙였을까, 그 모습을 상상하니 많이 컸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웅이도 결이도 잠든 지금. 반지를 보고 있으니 점점 무거워집니다. 반지에 얹힌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느껴져서 인 것 같아요. 이제 5년차 엄마인 나에게도 무거운데 우리엄만 벌써 40년을 이 무게를 이기고 살았겠구나.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 나, 남동생. 아이 셋을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렸을 때 껌 하나를 여덟 등분해서 엄마 언니 나 동생 넷이 이틀을 씹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그리 넉넉한 형편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엄만 자식들 먹인다고 맛있는 과일 한 조각 안 드셨을테고, 백화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겠죠. 엄마가 되니 어디서 공돈이 생기면 자식들 먼저 생각나는 걸 보면 엄마도 그런 삶을 살았겠구나, 싶어요.



고맙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니 이제서야 진심을 다해 고맙습니다.

입버릇처럼 "엄마 늙으면 내가 다 갚아줄게"했던 말도 이젠 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요. 자식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갚지 못합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른 걸요. 그리고 자식에게 댓가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거든요.

그래도 갚고 싶습니다. 다는 갚지 못해도 조금이라도 되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엄마, 조금이라도 더 갚을 수 있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있어주세요. 건강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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