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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08. 2016

좋은 베이비시터를 찾고 있다면

베이비시터 면접 실전 팁 7가지

첫번째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건 2013년 5월이었습니다. 복직을 4개월 앞두고 웅이를 돌봐 줄, 낮 시간 웅이의 엄마가 되어 줄 분을 찾기 시작했었습니다.

믿음이 가는 베이비시터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전단도 붙이고 이모넷, 시터넷 등 시터 연결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관련 단체에도 연락을 했습니다. 연락은 많이 왔지만 이 분이다 싶은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통화가 전화 면접으로 이어진 경우가 스물 세 번, 그 중 여덟 분과 실제로 만나 면접을 했습니다.

세상에 후보자는 많습니다. 그 중 적임자를 찾아내는 건 면접관의 몫입니다. 특히나 말 못하고 밥도 혼자 먹지 못하고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는 '내 새끼'와 '내 집'을 맡기는 일이라면 '엄마 면접관'은 모든 촉을 동원해 '최상의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마음이야 우주 최강 베이비시터를 찾고 싶지만 면접을 당하기만 했지 면접관이 된 적은 없으니 막막합니다.


후보자들은 한결같이 '아이 이유식을 직접 해 먹였다. 내가 돌보는 동안 아이는 아픈 적 없다' '아이들과 노는 건 자신있다, 엄마처럼 돌보겠다'고 했습니다.


말만 들으면 모두 최상의 베이비시터입니다. '밭 갈래 애 볼래하면 밭 간다'는데, 그렇게 힘든 육아를 맡기는 건데 질문 몇 개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몇 가지 기준을 정했습니다.




1. 출퇴근 시간에 면접하기

면접은 출퇴근 시간에 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힌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면접에 늦지 않으려면 일찍 출발해야 하죠. 차가 막혔다는 이유로 지각한 분들이 있었습니다. 출근하는 날 베이비시터의 지각은 저의 지각으로 이어집니다. 첫 면접에 지각한 분들은 최종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2. 초인종 vs 문두드리기

'아기가 있으니 초인종 누르지 말아 주세요.'

택배를 시킬때 기사님께 남기는 메모입니다. 엄마들은 아기를 재우기 전 인터폰을 내려둡니다. 아기들이 초인종 소리에 곧잘 깨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기를 키워 본 베이비시터는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경력자' 베이비시터가 그러는 건 아니지만 초인종을 누르는 대신 문을 두드리는 베이비시터라면 좀 더 아기에게 세심하겠지요.


3. 손 씻기

면접을 한 여덟 분 중 다섯 분은 현관에 들어서자 마자 화장실 위치를 확인하셨습니다. 외출한 뒤 손 씻기는 습관입니다. 아기와 가까이 해야 한다면 아주 중요한 습관이지요. 면접을 여름에 본다면 발도 보세요. 웅이를 돌봐주셨던 베이비시터 이모님은 샌들을 신고 오실 때는 가방에 양말을 챙겨오셨습니다.



4. 따뜻한 커피 vs 차가운 커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아이와 베이비시터만 남겨 두세요. 간식을 준비하겠다며 자리를 비우면 자연스럽습니다.


간식은 포도나 수박같이 아이에게 줄 때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게 좋습니다. 포도를 씻으면서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보세요.

보통 아이들은 낯선 사람에게 가지 않습니다. 그럴 때 아이를 억지로 안으려고 하는지, 장난감을 이용해 아이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지를 살펴보세요. 낯가림이 심한 아이는 억지로 안으려고 하면 역효과가 납니다. 노련한 베이비시터는 장난감을 이용해 아이의 환심을 사려고 하죠.

포도를 가져갑니다. 베이비시터는 아이에게도 권할 겁니다. 껍질은 벗겨주는지 씨는 제거하는지 잘 보세요.


과일을 먼저 드리고 차도 권해 보세요. 엄마들은 아이를 돌볼 때 뜨거운 커피를 마시지 않습니다. 혹시 아이가 건드려 다칠 수 있으니까요. 커피를 드린다고 하면 베이비시터는 아마 '뜨거운 건 아이에게 위험하니 괜찮다' '차가운 커피로 주세요'라고 할 겁니다.


5. 면접자에게 면접 당하지 않기

후보자 중 한 분은 우리집에 오시자마자 집안 곳곳을 둘러보셨습니다. 저의 살림솜씨를 평가한 겁니다. '직업이 뭐에요?' '자가에요 전세에요?' 물어본 후보자도 있습니다. 물론 베이비시터에게 우리집은 근무지이기 때문에 충분히 질문할 수 있습니다.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하고요. 하지만 아이와 관련없는 질문에는 답할 필요 없습니다.



6. 요청사항은 가능한 자세히.

아이 관련 업무: 아침 식사 정리. 아이 점심 저녁은 직접 해서 먹이기. 목욕은 이틀에 한 번. 빨래는 매일.

어른 관련 업무: 저녁 반찬 이틀에 한 번 준비.

가사: 화장실 청소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기 돌리기 이틀에 한 번.


업무 범위는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정하세요. 아이가 어리다면 가사보다는 아이에게, 아이가 어느 정도 컸다면 가사와 아이 돌보기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업무는 최소가 아닌 최대를 적으세요. 약속한 업무에서 한 개를 빼는 건 쉽지만 한 개를 더하는 건 어렵습니다. 처음부터 최대를 제시하면 베이비시터에게 '죄송하지만, 부탁드려요' 할 일도 줄어듭니다. 면접을 할 때마다 요청사항을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종이에 적어 보여주시고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물어보세요.


질문도 자세해야 합니다. '아이 이유식은 직접 하셨나요?'보다는 '아이에게 어떤 반찬을 어떤 방식으로 해주셨어요?' '간은 어떻게 맞추셨나요?' '아이가 응가했을 때 뒷처리는 물티슈로 하시나요 물로 하시나요?' '아이 낮잠은 어떻게 재우셨나요?' 와 같이 구체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 이유식을 해 먹였는지, 말로만 했다고 하는건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7. 직전 근무지 연락처 받기


아무리 좋은 베이비시터라도 무경험자보다는 유경험자가 낫습니다. '내 자식 내가 키웠으니 그게 경력이지'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내 자식 내가 키울 때'는 젊으셨잖아요. 육아는 체력전입니다. 젊어서 하는 육아와 나이들어 하는 육아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또 내 자식 키우는 것과 남의 자식 키우는 건 다릅니다. 의욕 넘쳤던 초보 베이비시터들이 일주일 만에 연락두절하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경력자라면 전에 돌보셨던 아이의 엄마 연락처를 받으세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베이비시터 이모님에게 물었던 질문들과 같은 질문을 하세요. 답이 같은지, 다른지를 보세요.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음식솜씨는 어떠셨어요?' 집집마다 입맛은 다릅니다. '어떤 음식을 잘 하셨어요? 짜거나 달진 않나요?'가 낫습니다. 지각은 한 적 없는지, 무단결근은 없었는지도 확인하세요. 그만둔 이유도 물어봐야 합니다.


베이비시터와 아이도 궁합이 있습니다. 이 집에서 좋은 평가를 했더라도 저 집에서 나쁜 평을 할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두 군데에 연락해 보세요.


참, 신분증과 건강검진 결과지도 면접에서 꼭 확인하세요. 이 사람이다 싶으면 바로 계약하지 말고 '인턴' 기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2,3일 정도 같이 생활하면서 실제 모습을 확인하세요.


마지막으로 세상엔 좋은 베이비시터가 많다는 걸 잊지 마세요. 첫번째 면접에서 내 마음에 꼭 맞는 베이비시터를 만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면접을 다섯 번 했으니 이 중에서 골라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마음에 맞는 분을 만날 때까지 면접을 계속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음은 여유롭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베이비시터를 찾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좋은 베이비시터는 만나는 게 아니라 찾는 겁니다. 행운이 아니라 노력입니다.

좋은 베이비시터를 만날 때까지 계속 찾는다면, 결국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지치지 마세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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