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틈이 May 10. 2016

베이비시터 적응, 한달 vs 이틀

육아휴직 중인 후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복직이 6개월 남았는데 베이비시터 구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고요. 언제부터 알아봐야 하는지, 아이와 어떻게 적응시킬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후배는 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 육아휴직도 두 번 했습니다. 첫 번째 복직은 2013년 5월. 두 번째 복직은 2015년 11월이었죠.


첫 번째 복직은 계획하고 있었기에 모든 걸 차근차근 진행했습니다. 복직을 네 달 앞두고 웅이를 돌봐 줄 베이비시터를 찾기 시작했고, 복직 한 달 전에 '이 분이다' 싶은 분을 찾았고, 한 달 동안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적응 기간을 가졌습니다.


두 번째 복직은 예정에 없었습니다. 복직을 2주 앞두고 회사에 사표를 들고 갔다가 한 선배의 만류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2주 안에 웅이 결이를 맡길 베이비시터를 찾고 적응까지 마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웅이 한 명을 맡길 베이비시터를 찾는데 세 달이 걸렸는데, 이번엔 둘입니다.

웅이는 베이비시터와 한 달 동안 같이 지냈는데도 힘들어했는데, 결이는 베이비시터를 찾는 것부터 적응까지 2주뿐이 시간이 없습니다.

과연 가능할까.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시터넷 이모넷 등 베이비시터 연결 사이트를 뒤질 여유도 없었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믿을만한 분을 찾으려면 지인 추천이 최선입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놀이터에서 낯을 익힌 베이비시터 이모님들이 떠올랐습니다. 놀이터에서 만나며 '좋은 베이비시터구나' 싶었던 분들을 무작정 찾아가 소개를 부탁드렸습니다.



한 분을 소개받았습니다. 소개해 주신 이모님은 "아이를 본 경험은 많지 않은데 그 집 아이들이 참 반듯하고 예쁘게 컸어. 그거 믿고 맡겨봐요"라고 하셨습니다. 직접 만나보니 '이 분이다' 싶지는 않았지만 '괜찮겠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면접은 복직 나흘 전이었습니다. 이모님은 복직 이틀 전부터 출근하시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복직을 앞둔 워킹맘들에게 베이비시터와 아이가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라고 이야기합니다. 웅이 때는 FM으로 그 기간을 한 달 가졌죠. 이모님과 웅이가 만난 첫 주는 하루 4시간, 둘째 주는 하루 종일 함께 했습니다. 셋째 주부터는 하루에 한 시간 제가 외출했고 다음 날은 두 시간, 그 다음날은 네 시간 외출했습니다. 넷째 주는 출근하는 것과 같은 일과를 보냈습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왔죠.


교과서적으로 완벽한 적응기간이었습니다. 저도 이모님과 2주를 같이 보내며 웅이에 대해 집안 살림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려드렸습니다. 웅이도 이모님과 친해진 뒤에 엄마가 외출을 시작하니 크게 힘들어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출근하는 것과 똑같이 아침에 나가 저녁에 돌아온 건 후회가 남습니다.


당시에 전 커피숍으로 출근했습니다. 커피숍에 앉아 휴대전화로 집안에 설치한 CCTV를 보며 웅이를 살폈습니다. 웅이가 침실 거실 화장실을 돌아다니며 '엄마' '엄마'를 찾는 걸. 이모님 품에서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소파에 앉아서 버티다가 꾸벅꾸벅 조는 걸 모두 지켜봤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면서 아랫입술을 수도 없이 깨물었습니다.


복직 첫날. 진짜 출근을 하며 꼭 그랬어야 했나, 어차피 이렇게 출근하면 하루 종일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왜 한 주 먼저 웅이와 떨어져 있었는지, 참 멍청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베이비시터와 아이가 적응할 시간이 충분한 건 좋지만, '출근 예행연습'은 하지 말라고요. 엄마에겐 연습이지만 아이에겐 엄마와 떨어져 있는 매 순간이 실전이니까요. 연습이라면 하루에 한, 두 시간 떨어져 지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실전은 실전일 때 겪으면 됩니다.



반면 결이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틀이었습니다. 이틀 내내 이모님과 저, 결이 웅이는 함께 했습니다. 결이를 씻기는 법, 결이가 잘 먹는 반찬, 웅이가 좋아하는 놀이, 웅이 어린이집 위치와 하원 시간 등 아이들에 관한 모든 걸 보여드리고 말씀드렸습니다. 시간이 짧기에 문서로 만들어 냉장고 앞에 현관 앞에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틀은 절대적으로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결이는 엄마의 복직 전날 처음으로 엄마와 2시간 떨어져 있었습니다. 걱정이 컸습니다.


엄마가 없다면, 아이들이 친숙한 누군가가 아이들 곁에 있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시어머니께 SOS를 했습니다.


복직하고 처음 출근하던 날, 베이비시터 이모님이 오전 8시에 우리 집에 도착하셨고 시어머니도 비슷한 시간 도착하셨습니다. 웅이가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려가며 적응했다면 결이는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며 적응시키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복직 첫 주. 결이는 하루 종일 할머니, 베이비시터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복직 둘째 주. 시어머니는 오후에만 오셨습니다.

복직 셋째 주. 시어머니는 격일로 오후에만 오셨습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결이는 할머니가 주는 밥만 먹다가 이모님과 익숙해지자 이모님이 주는 밥도 잘 먹었습니다. 할머니 손을 잡고 놀이터에 갔는데, 시간이 흐르며 이모님 손도 잡았습니다.


웅이가 베이비시터와 적응하는 데도 한 달. 결이가 베이비시터와 적응하는 데도 한 달이 걸린 것 같습니다. 웅이는 엄마와, 결이는 할머니와 적응 기간을 거쳤다는 게 다르지만요. 각각의 장단점은 있었습니다.


웅이 때는 복직 한 달 전부터 베이비시터가 출근했으니 경제적 부담이 컸습니다. 분명 적응 기간이 길면 아이가 덜 힘들어하겠지만 그만큼 엄마와의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비시터와 적응하는 시간은 달리 말하면 엄마와의 시간을 뺏기는 것입니다.


결이는 베이비시터와 적응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모님과 제가 합을 맞추는 기회가 적으니 출근해서도 이모님과 수시로 카톡을 주고받았습니다. 출근해서 정신없는 와중에 이모님의 카톡에도 실시간으로 답을 해야 하니 정신이 더 없었습니다. 이모님을 지켜본 시간이 짧으니 저 스스로도 이모님에 대한 믿음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더 자주 연락하고 더 꼼꼼하게 양육 일지를 챙겼습니다.


장단점까지 이야기하니 후배는 셋째를 낳는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습니다.

만약 내가 셋째를 낳는다면 (그럴 계획은 전혀 없지만요) 그래서 육아휴직을 하고 다시 복직한다면 중간을 선택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복직하기 이주 전부터 베이비시터 이모님과 적응기간을 가지고 복직하기 3일 전부터 하루에 한 두 시간 아이와 떨어지는 연습을 할 겁니다. 아이에겐 엄마와 떨어지는 연습도 중요하지만 엄마가 회사에 가도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도 중요하니까요. 확신의 바탕은 함께한 시간이고, 그 시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 틈틈이 이야기는 네이버 포스트 (post.naver.com/zinc81)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문해 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베이비시터를 찾고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