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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18. 2016

'곰손' 엄마의 5분 아침밥

"아들, 주말엔 새우튀김 해줄게!"

"엄마 오늘 아침은 뭐야?"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웅이가 묻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자 킁킁 거립니다.


"아, 알겠다. 냄새 나. 전복밥이구나!"


코가 예민한 녀석은 침실에서도 아침 메뉴를 잘 맞춥니다. 메뉴가 마음에 들었는지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쪼르르 갑니다.


복직을 하고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는 웅이 결이의 아침입니다. 웅이는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결이는 이모님과 점심을 먹죠. 복직 초기에는 웅이 결이와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요즘은 저녁도 이모님과 먹습니다. 해가 길어져서 퇴근하고 아이들과 산책을 다니거나 놀이터를 가거든요. 그 재미에 아이들이 이모님과 저녁을 먹고 엄마 아빠의 퇴근을 기다립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세 끼 중 아침만 엄마표입니다. 그래서 골고루 잘 챙겨 먹이고 싶은데 아침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어 합니다. 잘 챙겨도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면 소용없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잘 먹는 것으로 초점을 바꿨습니다.


준비하는 시간도, 정리하는 시간도 짧아야 합니다. 영양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빵보다는 시리얼, 시리얼보다는 밥을 먹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주로 한그릇 음식을 준비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전복밥.



음식솜씨 없는 '곰손' 엄마도 실패하지 않는 메뉴입니다. 쌀 씻고, 밥솥에 넣고, 웅이 결이 한 마리씩 전복 두 마리를 쌀 위에 올립니다.


참, 남편 아침도 챙겨야지요.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간단한 간식을 싸서 출근합니다. 오늘은 밤을 싸줘야겠습니다. 밥 할 때 밤을 올리면 맛있는 찐밤이 되거든요. 한 쪽에는 전복, 다른 쪽에는 밤을 올렸습니다.


밥이 다 되면 밤 먼저 꺼내고, 전복 잘게 다지고, 참기름 반 스푼, 간장 한 스푼 넣고 쓱쓱 비벼주면 끝.



웅이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밥을 다독다독해 하트 모양으로 만들거나 김 오려서 웃는 얼굴을 만들어줍니다. 밥상 앞에 앉은 웅이는 "내가 널 다 먹어버리겠다"며 와구와구 먹죠. 오빠가 와구와구 먹으면 결이도 덩달아 와구와구 먹습니다.


(전복 대신 소고기를 넣어도 좋습니다. 쌀 위에 소고기 한 덩이 올리고 소금 솔솔 뿌려서 취사 누르면 완성.

밥톳도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쌀 위에 밥톳 한 줌 넣고 취사 누르면 끝.

밥이 다 되면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만 맞추면 됩니다.)


'식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밥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웅이는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잘 먹었습니다. 엄마가 해 준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하네요.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웅이에게 묻습니다.

"웅아, 내일 아침엔 뭐 해줄까?"

웅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새우튀김, 돈까스. 하지만 웅이는 계란말이, 전복밥, 주먹밥만 이야기합니다. 새우튀김 돈까스를 해달라고 해도 정신없는 아침 시간, 엄마가 해 줄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지요. 미안한 마음에 설레발을 칩니다.

"엄마가 요리사 아저씨처럼 뚝딱뚝딱 요리를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침에도 금방 새우튀김 해줄 수 있을텐데 말이야."
"괜찮아. 난 엄마가 해주면 다~ 맛있어."

5살, 아직 엄마에게 이해받고 용서받기만 해도 되는 나이인데 웅이는 엄마를 이해할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워킹맘 자식으로 산다는 건, 또래보다 먼저 엄마아빠를 이해하고 또래보다 먼저 철 드는 건가 봅니다.


+ 새우튀김은 주말에 해주기로 손가락 걸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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