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주말엔 새우튀김 해줄게!"
"엄마 오늘 아침은 뭐야?"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웅이가 묻습니다. 대답을 하지 않자 킁킁 거립니다.
"아, 알겠다. 냄새 나. 전복밥이구나!"
코가 예민한 녀석은 침실에서도 아침 메뉴를 잘 맞춥니다. 메뉴가 마음에 들었는지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쪼르르 갑니다.
복직을 하고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는 웅이 결이의 아침입니다. 웅이는 어린이집에서 점심을, 결이는 이모님과 점심을 먹죠. 복직 초기에는 웅이 결이와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요즘은 저녁도 이모님과 먹습니다. 해가 길어져서 퇴근하고 아이들과 산책을 다니거나 놀이터를 가거든요. 그 재미에 아이들이 이모님과 저녁을 먹고 엄마 아빠의 퇴근을 기다립니다.
그러다보니 하루 세 끼 중 아침만 엄마표입니다. 그래서 골고루 잘 챙겨 먹이고 싶은데 아침이라 그런지 입맛이 없어 합니다. 잘 챙겨도 아이들이 잘 먹지 않으면 소용없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잘 먹는 것으로 초점을 바꿨습니다.
준비하는 시간도, 정리하는 시간도 짧아야 합니다. 영양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빵보다는 시리얼, 시리얼보다는 밥을 먹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주로 한그릇 음식을 준비합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전복밥.
음식솜씨 없는 '곰손' 엄마도 실패하지 않는 메뉴입니다. 쌀 씻고, 밥솥에 넣고, 웅이 결이 한 마리씩 전복 두 마리를 쌀 위에 올립니다.
참, 남편 아침도 챙겨야지요.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간단한 간식을 싸서 출근합니다. 오늘은 밤을 싸줘야겠습니다. 밥 할 때 밤을 올리면 맛있는 찐밤이 되거든요. 한 쪽에는 전복, 다른 쪽에는 밤을 올렸습니다.
밥이 다 되면 밤 먼저 꺼내고, 전복 잘게 다지고, 참기름 반 스푼, 간장 한 스푼 넣고 쓱쓱 비벼주면 끝.
웅이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밥을 다독다독해 하트 모양으로 만들거나 김 오려서 웃는 얼굴을 만들어줍니다. 밥상 앞에 앉은 웅이는 "내가 널 다 먹어버리겠다"며 와구와구 먹죠. 오빠가 와구와구 먹으면 결이도 덩달아 와구와구 먹습니다.
(전복 대신 소고기를 넣어도 좋습니다. 쌀 위에 소고기 한 덩이 올리고 소금 솔솔 뿌려서 취사 누르면 완성.
밥톳도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쌀 위에 밥톳 한 줌 넣고 취사 누르면 끝.
밥이 다 되면 간장과 참기름으로 간만 맞추면 됩니다.)
'식사'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밥을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뿐입니다. 웅이는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잘 먹었습니다. 엄마가 해 준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하네요.
매일 밤 침대에 누워 웅이에게 묻습니다.
"웅아, 내일 아침엔 뭐 해줄까?"
웅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새우튀김, 돈까스. 하지만 웅이는 계란말이, 전복밥, 주먹밥만 이야기합니다. 새우튀김 돈까스를 해달라고 해도 정신없는 아침 시간, 엄마가 해 줄 수 없다는 걸 아는 거지요. 미안한 마음에 설레발을 칩니다.
"엄마가 요리사 아저씨처럼 뚝딱뚝딱 요리를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침에도 금방 새우튀김 해줄 수 있을텐데 말이야."
"괜찮아. 난 엄마가 해주면 다~ 맛있어."
5살, 아직 엄마에게 이해받고 용서받기만 해도 되는 나이인데 웅이는 엄마를 이해할 일이 점점 많아집니다. 워킹맘 자식으로 산다는 건, 또래보다 먼저 엄마아빠를 이해하고 또래보다 먼저 철 드는 건가 봅니다.
+ 새우튀김은 주말에 해주기로 손가락 걸고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