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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틈이 May 18. 2016

단추가 툭, 띠동갑 후배의 대처법

"반짓고리 있어? 입을 때 불안했는데 단추가 떨어졌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블라우스를 입으며 단추가 떨어질 것 같아 불안했는데 역시나 떨어졌습니다. 사물함 서랍에 반짓고리를 넣어둔 것 같은데 안 보입니다.


"선배, 화장실에서 봐요."


다행입니다. 후배에게 반짓고리가 있나 봅니다.


"어? 반짓고리 있는거 아니었어?"


화장실에 갔는데 후배 손엔 반짓고리가 없습니다. 대신 양면테이프가 있습니다. 후배는 대답없이 양면테이프를 손가락 한 마디 길이로 뜯습니다. 그리고 단추가 있던 자리에 테이프를 붙입니다. 블라우스가 딱 붙었습니다.


"오!! 이거 간편하다. 근데 옷 상하진 않아?"

"옷핀으로 고정하면 구멍 생기잖아요. 단추를 새로 달면 시간도 걸리고요. 급할 때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인데 억지로 떼기 전까진 잘 붙어 있어요. 옷감 상할 정도로 접착력이 강하진 않고요. 집에 가실 때까진 신경 안쓰셔도 되요."


유레카!! 선배, 동기들과는 항상 반짓고리로 해결했는데 12살 어린 후배여서 그런가요. 대처법도 상큼합니다.



회사에서 (일 외에) 난감한 순간은 두 가지입니다. 예정일이 아닌데 마법에 걸렸거나, 단추가 떨어졌을 때. 후자의 경우 반짓고리를 찾느라 바빠집니다. 의외로 반짓고리를 회사에 두고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반짓고리는 찾기 힘들지만, 양면테이프는 사무실에 많죠. 단추를 새로 다느라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니 간편하기도 합니다.


후배는 여름에 양면테이프는 필수품이라며 서랍에 넣어두라고 했습니다. 블라우스 단추 사이가 벌어져서, 벌어질까봐 신경 쓰일 때 양면테이프를 붙여놓으면 편하다면서요. 몸을 숙일 때 앞섶이 신경쓰일 때도 양면테이프를 맨살과 옷 사이에 붙이면 손으로 가리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고 했습니다.


또 유레카!!



찾아보니 비슷한 제품이 "패션 테이프"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되어 있네요. 여배우들이 드레스를 입을 때 가슴선에 이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5개가 들어있는데 10달러, 굳이 비싸게 살 필요 없지요. 양면테이프로 충분합니다.




얼마 전 퇴근길에 만났을 때 후배에게 배운 팁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창 연애 중인 후배는 그 날따라 예쁘게 화장하고 예쁜 치마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야, 연애하는 티가 나네. 근데 회사에선 치마가 안 짧아 보였는데 지금은 짧은 것 같아. 회사 밖에서 보니까 그런가봐."


후배는 큭큭 웃더니 치마 허리를 살짝 보여줍니다. 치마 허리를 살짝 잡아 클립으로 고정했네요.


허리를 클립으로 찝으면 치마 길이가 짧아지죠. 상의가 있으니 클립이 보이지 않습니다. 



"진짜 짧아진 거 맞아요. 회사에선 단정하게 입고, 퇴근하면 클립으로 허리를 살짝 찝어요. 그러면 치마가 쓱 올라가거든요."


학창시절 교문을 나서며 교복 치마 허리를 돌돌 말아 짧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직장인이 되니 허리를 돌돌 말지 않고 클립으로 고정하네요.


후배는 데이트용으로 치마에 클립을 찝었지만 애엄마에게도 유용합니다.


저는 무릎길이 H라인 치마를 자주 입습니다. 단정하고 무난해서 직장용으로 좋거든요. 하지만 보폭이 좁아서 빨리 걷기는 불편합니다. 1분이라도 빨리 회사에 도착해야 하는 출근길, 1초라도 빨리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에 가야하는 퇴근길, 빨리 걷고 싶은 만큼 치마 보폭은 더 좁게 느껴집니다. 후배처럼 치마 허리를 클립으로 찝으면 치마 길이가 짧아지고, 치마가 짧아지면 보폭을 크게 할 수 있어 종종걸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 해봤더니 치마가 살짝만 짧아져도 체감 효과는 큽니다. 그래서 아예 치마에 클립을 꽂아놨습니다.



 남편에게 치마 허리를 보여주니 깔깔 웃습니다.


"우리 부인, 데이트할 때는 항상 무릎길이 치마만 입더니 애엄마 되니까 과감해지는데?"

"과감은 무슨! 삶의 지혜가 늘어가는 거거든!!"


올 여름, 장바구니 필수품은 양면테이프와 클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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