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엄마들의 카톡 동창회

벌써 15년이 흘렀다

by 틈틈이
양OO


페이스북 친구 추천에 낯익은, 가물가물한 이름이 떴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나 한창 친하게 지냈던 후배입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보니 그 시절 그 얼굴이 맞습니다. 이야,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친구요청을 보냈습니다.


만 하루가 지나기 전 후배는 친구요청을 수락했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렇게 당시에 어울렸던 4인방을 모두 찾았습니다. 4인방이 모두 서로의 페북 친구가 된 날 다들 반가워 어서 만나자고 의견을 모았죠.


처음 만났을 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후배 둘, 대학 1학년이었던 친구와 저.

15년이 지난 지금 모두 직장인입니다. 그 중 셋은 애엄마입니다.


"퇴근하고 만날까?"


넷 중 유일하게 아이가 없는 후배가 제안합니다.


아이가 있는 셋은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주말은 어때? 남편 찬스 쓰고 만날 수 있는데…"

"만날 수는 있는데 9시 전에 집에 가야 해. 애들 재워야 하니까"


모두 엄마이기에 어떤 상황인지 압니다. 30대 중반인 우린 어린 아이의 엄마이고, 어린 아이의 엄마는 큰 맘 먹어도 외출 한 번이 어렵습니다.


"우리 일단 단톡방부터 만들자"


15년 전 우린 매일 밤 컴퓨터 앞에 앉아 각자 뽀로롱, 징크스, 당랑권, 바라바라밥 아이디로 채팅을 했습니다. 이제 휴대전화로 채팅을 합니다.


모두가 퇴근했을 시간, 단톡방이 열렸습니다.



교복을 입고 정모에 왔던 후배의 카톡 프로필에는 6살 어린아이가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연애부터 하고 싶다던 다른 후배는 프로필 사진에 남편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올렸네요.

퇴근 시간에 맞춰 열린 단톡방은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됐습니다.


남녀가 미팅하듯, 어디에 살고 있느냐, 직장은 어디냐, 아이는 몇이고 몇 살이냐.


알고 봤더니 근처에 살고 있어서 놀라고, 6살 5살 아이의 엄마라는 소식에 또 놀랍니다. 잠깐의 채팅으로도 이렇게 반가운데, 우린 왜 그동안 서로 연락할 생각도 못했을까 아쉬워합니다.


애엄마들의 단톡방은 30분만에 조용해졌습니다. 이제 각자 가사와 육아로 돌아갈 시간이거든요. 누구 하나 아이 돌보러 간다, 설거지하러 간다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일상이 뻔하기에, 묻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오후 11시가 넘어, 아이를 재우고 집안일을 마무리 한 뒤 채팅방은 다시 열렸습니다.


15년 전 커뮤니티에서 같이 활동했던 남자 선배들의 이름이 하나 둘씩 나옵니다.


"A오빠랑 연락하는 사람 있어?"

"나. 알고보니 우리 회사에 다니더라. 만나서 밥도 먹은 적 있어."


"B는?"

"B는 페북 친구여서 근황은 알아. 페북 주소 알려줄까?"


"C오빠는?"

"그 오빠 어디서 들었는데 선생님 됐데."

"완전 안 어울려 ㅋㅋ"

"나중에 우리 애 담임선생님으로 만나는거 아니니?"


깔깔 웃으며 늦은 밤까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분명 지금은 2016년인데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고 있으니 2001년 PC앞에서 밤을 새며 채팅을 하던 그날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아련합니다. 15년 전 우린 미래를 이야기했는데 지금 우린 과거를 이야기합니다. 그 시절 우린 참 잘 놀았다고, 재밌었다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따뜻합니다. 그리고 연락하지 못한 시간동안 잘 지내줘서, 이름만 떠올려도 웃음이 나는 추억이 되어주어 고맙습니다.


"어른들이 밴드에서 동창회한다더니, 우리가 딱 그 모습같다. 우리 나이 들었나봐."


30대 중반, 동창회가 재밌는 나이가 시작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