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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의 전작인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2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하지만 구입한 분들은 많아도 아마 끝까지 읽으신 분들은 훨씬 적을 듯 합니다. 그만큼 독자에게 편안한 책은 아닙니다. 최근에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사회과학 논문처럼 딱딱한 문체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상당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2016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센델은 이를 엘리트 위주의 능력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고 말합니다. 1979년에는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40% 이상 수익이 많았습니다. 2000년에는 그 수치가 80%로 뛰어올랐습니다. 1970년 CEO는 일반사원보다 30배 연봉이 높았지만, 지금은 30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특히 이런 현상은 한국이나 미국 같은 불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두드러집니다.


과거 소련이 무너지고 신자유주의가 들어서면서 분배보다는 경쟁에 그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경쟁에는 당연히 능력이 우선입니다. 능력있는 사람은 자신이 받는 보상이 당연한거라 여깁니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스스로의 무능을 탓하면서 자괴감에 빠집니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한만큼 더 많은 소득을 얻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노력한다고 해도 각자의 재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죽을만큼 훈련을 해도 올림픽 선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재능은 노력으로 얻은게 아닙니다. 단지 운이 좋아 그렇게 태어났을 뿐입니다. 그리고 가정환경도 성공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처음부터 출발점이 다르면 같은 노력으로도 다른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능력있는 사람도 무인도에 떨어지면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세계 1위 부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졌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혼자 200조의 부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의 부는 결국 지구의 자원에서 나옵니다. 이런 자원에서 얻는 이익은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공지능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킬거라 생각합니다. 최근에 개발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흐름 때문입니다. 모든 사회가 디지털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동화의 다른 이름입니다. 디지털의 특성상 복사가 자유롭습니다. 한번 만들면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자동화의 수준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센델은 공동체의 선을 회복하자며 책을 마무리지었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방안이 너무 부족합니다. 기본소득, 로봇세, 교육 등 여러가지 주장들이 있지만 무엇이 최선일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미래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릅니다. 미리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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