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눈_#1
다이소의 빛
치간칫솔을 사러 들어가던 다이소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찬란한 형광등의 향연, 백색의 빛, 영상쟁이들이라면 'K 값이 높다'라고 좀 더 유식한 표현을 썼을 것이다. 왜 그런가. 주광은 백색, 저녁 광은 노란색이고 백색광 아래서 사람은 더 각성하고 이성적이 된다. 책상 불빛이 노란색이면 뇌가 잠잘 준비를 하는 것도 원래 자연의 섭리가 그래서다. 가성비를 생각하는 이성적 고객이라면 백색광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즐길 것이다. 반대로 감성적 가치에 돈을 쓰고 싶다면 왕 색광의 업소로 들어가면 된다.
같은 업종, 다른 조명
거의 모든 편의점은 백색광을 쓴다. (상대적으론 비싸지만) 대체로 싼 일용품을 팔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 중에서도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E마트 24는 유일하게 노란색 광을 사용한다. 물건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싸도 감내하시라는 의미다. (물건이 비싸다기보단 약간 비싼 종목들을 들여놓고 있다). 사실 빛이 희네, 노랗네 하는 것은 조명이나 촬영 전문가들이 아니면 의식적으로 느끼지 않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이런 기준을 무의식적으로는 다 따라가고 있다.
형광 식당의 종말
그래서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형광등을 켜고 장사하는 식당들이다. 예전의 맛집들은 거의 예외 없이 형광등 식당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삼겹살집이나 생선구이 집 등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점심 식당 (여의도에 많다)은 형광등의 백색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아마도 직장인들의 삼겹살/소주 회식엔 회식 특유의 '정신 줄 안 놓음'이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이 신홍합(이대, 신촌, 홍대, 합정) 권의 식당들은 눈에 띄게 황색 광음 많이 사용하고 있다. 새로 생긴 식당이라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색광의 전멸은 거실에서
각성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시대에서 저녁의 여유와 감성을 즐기는 선진국형 문화로 가는 최후의 시대적 사인은 아마도 거실의 빛이 색깔을 바꾸는 그때 일 것이다. 한국에 오는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신기한 현상이 바로 '거실 등이 왜 형광등이냐'라는 것이다. 직장에서 퇴근하여 쉬어야 할 집의 거실에 사람을 각성시키는 백색들이 켜져 있는 것이 이들 눈에는 정말 신기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도 바뀌고 있다. 새로 짓는 집들을 중심으로 등의 색깔을 황/백으로 전환할 수 있는 LED 등을 사용하거나 아예 황색 스탠드만 사용하는 집들이 서서히 늘어가고 있다. 형광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새벽종을 울리고 밤까지 열심인 사람들의 시대가.
글: 문단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