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기획자의 눈_#7

by 문단열

문 밖에 호랑이가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를 두려워했다. 그중에 호환은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를 뜻했다. 지금도 중국의 동북 지방에선 백두산 호랑이 종이 사람을 공격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올라오기도 하는데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하긴 바로 우리 할머니조차 내가 어릴 때 보채면 '호랑이가 잡아간다'라고 으름장을 놓곤 했다. 그만큼 호랑이는 공포의 존재다. 사람의 사이즈라고 해봐야 고양이 앞에 참새 정도니까 일단 호랑이 앞에 서면 그땐 그냥 기도밖엔 할 게 없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 호랑이가 지금 마을 어귀를 넘어 골목마다 거닐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두려운 마음에 문을 걸어 잠그고 또 어떤 이들은 호기심에 창으로 고개를 열고 긴장 속에 이들을 지켜보고, 또 간이 큰 다른 이들은 이들을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문을 나선다. 이번에 한국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호랑이의 학명은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라고 하며 말도 한다고 한다. 일명 ChatGPT다.


1년 전으로

2022년 11월경 처음 ChatGPT가 화제를 몰고 왔을 때 사람들은 '기술 거품'이니 '어그로 마케팅'이니 '유행의 주기'니 하면서 이를 고양이나 살쾡이 정도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메타버스나 다른 신기술처럼 이 '사람말을 하는 AI'가 잠깐 붐을 일으키다가 바로 식을 거라 보는 시각이 만만찮았다. 하지만 실제로 치타 정도의 사냥 능력을 보여 주던 구버전 (GPT 3.5)은 곧 퓨마 정도로 변해 우리를 불안하게(혹은 벅차게)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여전히 깔깔거리며 구경을 즐길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아직 동물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고도로 훈련된 사육사들이나 우리에 들어가 그들과 대화하고 소통했지 일반인들과 이 큰 고양이 사이에는 철망이 있었고 우리는 겨우 그 철망 사이로 먹이를 던지고 재롱을 보는 수준이었다. 물론 시시각각 커가는 이 동물이 얼마나 커질지 불안한 마음을 누른 체 말이다.


동물원장의 발표

그런데 얼마 전 동물원에서 발표가 있었다. 퓨마는 덩치가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백두산 호랑이만 해 졌고 어차피 사람은 이 거대 호랑이들을 가둘 수 없는 상황이라서 우리의 문을 모두 개방했다고. 이제 사람들은 알아서 이 호랑이들과 마을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집에서 공존해야 한다고. 이 탈출극, 아니 방임극으로 몇 주새 벌써 세계적으로 수 없는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포기했고, 이미 셀 수없는 사람들이 생명(같은 직업)을 잃거나 그럴 위기에 처했다. 동물원 안의 짐승조차 작가나 예술가들의 밥줄을 끊고 있었는데 전문가의 통제를 벗어난 괴물들이 절단 낼 직업의 종류는 논할 필요도 없다. 아니, 호랑이가 안 건드릴 직업을 세는 게 빠를 것이다. 그럼 누가 이들을 통제하나. 누가 이 호환을 견딜까.


들개냐 반려견이냐

들개는 무섭다. 최근 제주도 산지에 야생화한 들개들은 무리를 이뤄 소도 사냥한다. 하지만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반려견은 죽을 때까지 사람과 함께한다. 문제는 목줄이 있냐, 그 줄의 통제를 받느냐는 건데, 정말 다행인 것은 지금 사방에 깔린 이 무서운 호랑이들은 목에 목줄을 다는 밴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밴드를 잡고 올라타는 순간 우리는 이 호랑이를 통제할 수 있는데 이 목줄의 이름이 gpts('지피티들' : 지피티에게 자연어로 체계화된 명령을 심어 지피티가 나만을 위해서 지시대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 이번 업그레이드부터 시작된 기능으로 벌써 이를 이용해 셀 수 없는 새로운 AI어플들이 탄생하고 있다.)다. 사육사들이 호랑이를 풀어 버린 대신 이 호랑이를 통제할 수 있는 치트키를 호랑이에 달아 놓은 것이다. 떼 지어 다니는 호랑이는 공포 그 자체다 그러나 목줄을 잡고 올라타는 순간 우리는 '반려호'를 가지게 된다


말 알아듣는 호랑이

동물원에 있던 호랑이는 사육사 말 (코딩)로만 통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풀린 종은 일반인의 말도 잘 알아듣는 신박한 놈이다. '뭐 해줘' 정도의 말 말고 '나에게 이런 호랑이가 돼서 나를 위해 앞으로 이런 일을 해줘'라는 말까지 알아듣고 그렇게 한다. 심지어 그런 호랑이를 종류별로 여럿 거느릴 수도 있다. 아니 그럼 '호환'이 아니잖느냐 너무 과장이 심하지 않으냐 하실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강아지가 아니라 호랑이다 보니 지금까지 우리에게 심어진 공포심이 크다는 거다. 이렇게 우리 삶을 (지금부터) 송두리째 바꿀 존재인데도 다가가기 무서운 마음, 사육사 말고는 다루지 못할 거라는 믿음에 문을 잠그고 떨고 있다는 거다. 결국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 지하실에서 덜덜 떨다가 며칠 후 거리로 나아왔을 때 옆집 아저씨도 뒷집 초등생도 하나씩 호랑이를 타고 유유자적 거닐거나 들판을 달라고 있을 것이니까. 지금 타령 소리가 들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목에 하네스를 감은 반려범이 내려온다.'



KakaoTalk_Photo_2023-11-24-12-42-59.png 위 내용으로GPT가 그려준 호랑이





글: 문단열

그림: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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