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롱혼 Jul 05. 2023

개코같은 소리가 그리웠다

우리의 소리를 찿아서

정겨운 언어들


한때 MBC라디오에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숨은 구전민요를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인기를 끌다 보니 나중에 개그맨들이 이를 패러디하여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예로서 나무위키에 보면 은지원의 노래 '160'에서 이수근이 끼어들어 이 소리는 할머니에게만 돈을 줘서 삐지신 할아버지의 소리입니다. '나는~ 나는~ 나는' 이라든가 1박 2일 시청자투어에서 이소리는 강호동이 복불복에 져서 끝까지 우기는 소리입니다. '다시 할래~ 다시 할래~ 다시 할래~' 이러다가 조금 발전하여 개그맨 김성호는 '이 소리는 00 할아버지가 **에서 ^^하는 소리입니다'라며 원본과 같은 형식을 갖추고 패더리를 하여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 결정적인 것은 배칠수 씨가 전직 대통령의 목소리로 까다로운 시사이야기에 얹혀 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어려운 시사성 핵심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반전의 재미로 하는 패러디로 아주 즐거웠었다.


이렇듯 우리들이 일상에서 자주 사용했던 비정제된 언어로 하는 이야기는 이념 성향을 떠나 정겨워서 머리에 쏙쏙 재미있게 틀어 박혀 좋았는데 언제부턴가 방송에서 사라지더니 대신 젊잖은 언어를 사용하고있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아주 직설적이며 과격한 싸움의 표현들로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지는 날카로운 방송이 되어가고 있다. 


개 코같은 소리를 한다


하지만 반가운 일이 생겼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선거철이 다가오려는지 누가 누가 돋보이나 앞장을 서려고 해서 인지 사람들 귀에 쏙쏙 박히는 말들을 잘도 골라한다. 그중 요즘 틈틈이 서로 애용하는 말로써 대꾸하기 싫거나 황당하다는 표현에  '개 코 같은 소리를 한다'라 했다.


개코같다 :  보잘것없고 시시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


우리 어렸을 때 동네에서는 개코대신 '개똥 같다',  '개똥 같은 소리 하지 마라'등을 자주 듣고 써온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어른이 되면 고상한 척 이런 친근했던 말을 쓰면 안 되는 분위기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젊잖다는 정치인들이 나서서 써주니 더욱 정겹고 고맙기까지 하다.


그런데 요즘 길을 걷다 어린 학생들 무리 주변에 있다 보면 내가 듣기에는 참으로 듣기 거북하기 이를 데 없는 욕설이 섞인 언어들이 난무하는데 그들은 그것이 정겹고 그들의 언어로 자리 잡힌 것 같다. 그러다 뿔뿔이 흩어지면 다시 젊잖은 언어로 바꿔 쓰지만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겉치레로 진실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아마 몇십 년 뒤에는 정겨운 언어라고 이런 말들도 개똥같이 방송에서도 가끔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ㅎ


그렇다고 방송에서 욕지걸이를 하면 안 되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가끔 보는 북한뉴스에서는 쏙쏙 꽂히는 언어들로 찰지게 욕도 섞어가며 하더라만) 그래도 가끔은 결정적인 순간에 몰입의 순간에 일상의 통용되는 써왔던 추억의 정겨운 B급의 언어가 이념을 떠나서 정겹게 쏙쏙 꽂히며 모두 함께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을 때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카페가 좋은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