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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Dec 09. 2022

섞었더니 차별화되었다 한다

본질에서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

 새벽 산을 오르다 길게 줄을 타고 있는 보라색 나팔꽃을 보았다. 부지런도 하지 그새 활짝 꽃을 피우고는 비교가 없는 혼자만의 자태를 과감하게 뽐내고 있다. 잘 살려면 저래야 하는데 그 이른 시간에 산속 풀밭에서 독보적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는 나팔꽃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차별화라 하면 등급이나 수준 따위에 차이를 두어 다른 것과 구별이 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남들보다 더 나아 보이게 하려고 그런 노력들을 많이 한다.


SNS가 대세인 요즈음 대표적인 것이 요리, 음식 등에 있는 것 같다. 국민 대중음식인 라면을 봐라 라면은 겉봉투에 쓰인 대로 조리하면 제일 맛있다고 수많은 연구원들의 테스트 결과로 출시하는데도 굳이 그것을 다르게 독특하게 해서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맛있다고 공개한다. 다른 종류의 라면을 섞기도 하고 엉뚱하게 졸여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하고 대파를 왕창 넣거나 찜으로도 하며 하고 싶은 상상 그 이상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차별화의 세상이다. 


이런 차별화에는 성역이 없다 음악에서도 색깔로 춤으로 인원으로 관객으로 스토리로 뭐든 달라야 한다는 강박감에 현란하다. 어디 음악뿐인가 예능, 드라마, 심지어 다큐도 그러하며 심지어 모든 삶에서도 경쟁적으로 서로 다름을 자랑을 하고 있으니 나도 슬쩍 나서 보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태생적인 문화의 차이 일 뿐 그 내용에서 본질이 느끼는 감정과 감각은 단순하며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어떤 색을 좋아하니?

빨간색 좋아, 노란색 좋아 

몇 가지 안 되는 색깔을 나눠 가질 뿐이다

너는 어떤 음악을 좋아해?

클래식이 좋아, 팝송이 좋아, K-팝이 좋아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어떤 계절이 좋아?

시골이 좋아, 도시가 좋아 등등 

몇 가지 안 되는 유형을 또 계속 나눠 가진다.


그런데 우리네가 좋아한다는 감성은 AI도 시도하지 못할 복잡 미묘하다. 비가 오면 우울한 감정이 솟구쳐서 보랏빛이 감도는 카페에서 잔잔한 팝송을 혼자 듣고 싶다든가, 날씨가 더워지니 녹색 그림이 가득 찬 카페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신나는 k-팝을 듣고 싶다. 그런데 오늘은 이 카페에서 빗소리까지 섞여 나와 더욱 청량감이 있어 새롭다. 그냥 늘 있던 같은 집에 같은 분위기인데 필 하나를 더 첨가했다고 감성은 새롭다고 한다. 그리고 느낌 좋은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고 SNS에 마구 퍼 올린다.


섞음이 새로움이다


늘 있던 기본에다 이것저것을 섞으며 세상을 칵테일 하고선 이것을 새롭다고 한다. 하기사 지금껏 봐 온 것과 다르니 새로운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가볍게 감성의 차별화가 되었다. 그러니 모두들 새로워지려고 다름의 차별화를 만들려고 계속 섞고 있는 것이다.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섞은 베스킨라빈슨, 창고와 마켓을 섞은 코스트코, 도시와 시골을 섞은 예능,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섞은 디지로그, 태권도와 무용을 섞은 태권무, 국악과 양악기, 춤과 아크로벳 등등 계속 섞는다. 다름으로 새로운 것을 찾아야만 하기에 하는 것이다. 또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같이, 유재석의 거지 분장 같이 등급의 높낮이를 섞고 그리고 젊잖음과 발랄함의 태도까지도 섞어 정신적인 새로움을 창조한다.


MIX라는 책에서도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제대로 섞어라 사람들이 좋아하도록 섞으면 히트한다’라고 말한다. 그런 것 같다. 그렇게 섞다 보면 그 어떤 한순간 느낌으로 찾아오는 감정이 훅 들어온다. 그리고는 마지막 결정적인 한방은 인간 본연의 순순한 감정을 제대로 강조해 주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음악의 클라이맥스도 원초적으로 비슷한 것 같다. 결정적인 곳에서의 리듬은 같다. 그림도 강한 포인트에서 원색이 등장한다.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피카소가 말했다. 베끼고 훔쳐서 고급진 유혹의 감성을 늘여놓고는 결정적인 한방은 내 것으로 제대로 하면 된다는 말이다.


한가한 일상 속 세상 유혹의 칵테일에 이끌려 모여든 사람들에게 오랜 인류 역사를 통해 좋다고 검증된 몇 가지 안 되는 단순한 감성을 마지막에 꾹 눌러 찍어 주면 그것이 새롭게 보이고, 새롭게 들리고, 새로운 스토리가 되는 감동으로 강한 임팩의 어퍼컷을 날려 다운을 시켜 뇌리에 깊게 남는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차별화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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