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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Oct 04. 2023

여유가 이기는 놀라운 변화

입국절차가 이렇게 간소 해졌단 말인가

해외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업무로 많은 나라를 다녀봤다. 하지만 기억 남는 것이 별로 없다. 그저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면 된다는 수동적 정신자세로 그곳에 가봤다에 방점을 찍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장기간의 출장으로 출입국 에피소드는 많이 가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체류기간을 거의 채우고 급한 업무로 재입국하는데 잡혀 사유를 설명하느라 진담 빼던 일, 중국 비자만료로 홍콩경유로 1분 안에 되돌아오는 장난 같은 경험 그리고 브라질 비자연장을 위해 출입국관리소에서 하루를 기다렸던 것 또 마른오징어 냄새로 인한 소동 그리고 미국 입국에서의 끊임없는 질문세례에 혼이 났단 경험등 모두 고생했던 부분이다. 그런 경험이 많아도 아직 그 앞에 서면 긴장된다.


10월 2일  오전 9시 휴일의 끝자락인데도 엄청 북적이는 인천공항에서 티켓팅을 하면서 영광스럽게도 SSSS라고 찍한 비행기표를 받았다. 특별 보안검사에 당첨된 것이다. 옛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한다. 시작부터 이게 뭐지? 탑승전 비행기 문 앞에서 따로 불려 가서 체취검사에 신발털이에 구석구석 검사를 받고는 어리둥절 출발하여 미국 시간 10월 2일 아침 7시 댈라스 포트워스 공항에 도착하였다. 발갛게 달아오르는 여명이 비행기 창밖에 피어오르고 있는 바쁜 공항의 아침은 신선하게 보이며 내리는 틈새로 들어오는 특유의 다른 공기는 환영의 인사로 대신 받았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자신만만하게 도착한 흥분도 잠시 영주권자인 아내와 따로 들어선 임국 심사대 행렬에 서자 출발 전 일도 있고 해서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래도 경험자라고 꺼내든 여권과 항공원을 들고 이스타비자를 마음속으로 새기며 입국 심사대 앞에 섰는데 이상하다. 여권을 받지도 않고는 멀찍이 카메라 앞에 서라 하더니 한참을 뒤적이다 갑자기 '명호'하고 내 이름을 부른다. 어찌 내 이름을 알았을까? 예스라는 대답과 동시에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Have a good time'하며 나가라 한다. 


이게 뭐지? 

4년 전에 왔을 때 분명 왜 왔느냐? 미국에 누가 있느냐? 얼마나 머물 거냐? 왕복 비행기표는 있느냐? 등등 무뚝뚝하게 잡스러운 것을 물으며 까다롭게 굴더니 너무 변했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 안에서도 입국 신고서와 세관 신고서도 쓰지 않았다. 이제는 안 쓰는 모양이다. 아마 사전에 얼굴 인식 AI 프로그램이 동작하여 신원확인과 입국 검사가 완료되는 것 같다.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놀라운 변화다. 그만큼 백그라운드 체크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엄청난 데이터로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되어가고 있었다. 
 
기분 좋은 도착에 지금은 헤벌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미국 특유의 8차선 넓은 도로와 기하학적 곡예를 하듯 얽힌 고가도로를 타며 딸아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나를 태우고 질주하고 있는지 그저 신기해 쳐다보며 감탄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게 무슨 일인고
 

 
이곳에 오니 >
 
여유까지 찾아다니며
미소를 퍼붓는 당당함에
심술이 났다
 
게으른 느림보라 놀렸는데
미소로 기다리는 윙크에

정말 얄미워 
벌겋게 달아오른 이방인


이게 무슨 일인고
덩달아 심호흡이 느려지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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