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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Oct 05. 2023

완샷완킬 이라는 한의원

아마 기분 탓 일거야

미국에 오기 2주 전 운동을 하다 삐끗해진 허리가 아직도 자세를 바꿀 때마다 불편하다. 한국 정형외과 검진에서 뼈에 문제는 없다는 소견으로 시간이 지나면 낫는다고 하여 약만 처방받아 왔는데 계속 허리를 굽힐 때 오는 불편함에 일상까지 문제가 생길 지경이다. 더욱이 여행을 앞두고 있는 터라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로 느끼는 시간이다. 나아서 몸이 자유로워지면 늘 감사함으로 몸을 잘 위로하며 지내야겠다고 절로 다짐을 하게 된다.


자세를 바꿀 때 특히 앉아있다 일어설 때 허리를 바로 펴지 못하니 보는 사람까지 불편해지는 모양이다. 딸의 성화에 별로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이곳 한의원을 가보기로 했다. 구글 검색으로 찾아낸 한의원이 마침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있어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일반 Office 같은 건물 내에 한 사무실을 사용하는 한의원에는 나이가 70이라 시는 여자 의사 선생님이 맞아주셨다. 박사 학위증까지 보여주시며 오랫동안 다른 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 이곳으로 온 지 얼마 안 돼 마침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잘 찾아왔다며 웰컴맞이에 분주했다.



외관상 한국 한의원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각종 한약재료며 침대 배치까지 그래서 편안해 보였다. 아픈 곳을 물어보더니 한 번에 낫게 해 주겠다며 곧 편해질 것이라 확언을 하신다. 의심 많은 눈초리의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 못 미더워하자 팸플릿을 보여주시며 걱정 마라 하신다.


INDIBA치료 + 아로마 마사지 + 불부황 + 침까지 해서 이벤트 가격으로 100달러라 했다. 띠용 ~



웃통을 다 벗고 침대에 엎드리고 있으니 뜨거운 마사지와 함께 INDIBA치료를 하시며 굉장한 장비의 자부심으로 그 효용에 대해 자랑을 많이 하신다. 그러니 뭔가 느껴지는 것 같기는 하다. 한 15분여를 계속하시더니 이번에는 온몸을 쓰다듬으며 소프트 마사지를 해 주신다. 잠시 후 토치 켜는 큰 소리가 나더니 부황을 온몸에 붙인다. 계속 괜찮냐고 물으신다. 뜨겁지 않은지 아프지 않은지 이래 봬도 수년간 한국 한의원에서 단련된 몸인데 이것쯤이야 웃음이 난다. 아마 이곳 사람들에게는 무서워서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오는 부분인 것 같다.


드디어 온몸을 닦아 내더니 이번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가지 침으로 고슴도치를 만들어 놨다. 그러면서 귓가에다 침은 서비스입니다 하고 속삭이셨다.


한국과 다른 점은 의사 선생님께서 치료 내내 같이 붙어 직접 관리를 하신다는 점과 아픈 부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맥을 짚는 다던가 침놓는 부위의 진지성은 별로 느끼지 못한 약간 퓨전의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곳만의 방법일 수도 있지만 분명 한국과는 달랐다. 아마 시간을 자주 못 내는 이곳 특성상 한 번에 강하게 하는 방법이 개발된 것 같다.


한번 치료에 그것도 이벤트 할인으로 100달러 라니 지금 한율로 13만 5천 원이다. 엄청나다 이러니 어찌 자주 오겠는가 그러니 완샷완킬 한번 치료로 낫는다는 말씀을 하시는 모양이다.


치료를 받고 나서자 밖에서 기다며 궁금해하는 눈초리들에게  한국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은 듯 온몸이 개운해지며 피가 잘 돌고 있는 느낌까지 오는 것 같다고 자랑을 하자 내내 지켜본 아내는 100달러에 꽂혀 불신을 거두지 못한다. 내일 아침에 보면 알겠지 하며 시험 성적을 기다리는 학생의 마음으로 결과를 남겨두고는 집 근처 플래노 레거시 웨스트로 식사 겸 산책을 나섰다. 



다음날 시차적응의 완료된 듯 잠 푹 자고 일어나 아침.

궁금한 시험결과는 그동안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아니면 기분 탓 인지 갑자기 허리가 쫙 펴진 느낌이다. 많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이게 무슨 일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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