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롱혼 Oct 07. 2023

14시간 운전을 해 봤는가

아무것도 아니더라 단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명절이 되면 귀성길 자동차 운전 걱정에 방송에서도 하루종일 자동차 정비법을 설명하고 또 장거리 운전에 몸을 펴는 운동법도 알려준다. 그리고 틈틈이 졸지 말라고 웃음꽃을 피워주며 모두들 떠들썩하다. 하지만 그래도 길어봐야 5시간 정도 일 것이다. 그랬는데 지금 여기서는 준비운동도 사전 자동차 점검도 없이 마치 옆집 가듯 나선길이 14 시간 걸렸다



목요일 딸이 일을 마치자 아내와 함께 아들차로 미리 계획된 콜로라도 여행을 출발했다. 새로운 삶을 위하여 지금을 변화해 보자는 거창한 의미를 두고 확 트인 가슴을 찾아 가을을 만끽해 보자고 떠나는 여행길인데 네비에서 무려 14시간 25분 걸린다고 나온다. 허걱 밤새 운전해 가야만 한다. 

달라스 도시구간을 출발하여 저녁을 먹을 때까지는 그 지역에 익숙한 아들이 운전을 하며 그동안 사는 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들을 나누며 정겹게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도시를 벗어났다. 이제부터는 각자 코스를 나누어 운전하기로 했다.


먼저 딸이 운전하는데 그 구간은 끝이 없는 직선 도로이다. 광활한 벌판을 가로지르며 마치 그 자리에 계속 서있는 착각이 드는 배경 변화 없는 지평선을 뚫고 가는데만 장장 4시간이 걸렸다.

다음은 내 차례로 이미 어둠이 깔린 한산한 자정의 도로를 달리는데 첫 시작부터 음산한 기운이 감돈다. 허허벌판에 을씨년스러운 갈대와 수풀이 비벼대는 벌판을 가로지르는 좁은 2차선 도로가 장장 5시간 이어졌다. 머리가 아파온다. 나중에는 안내 반사판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더니  높낮이의 착각 이어져 자칫 구렁텅이에 빠질 뻔도 했다. 그래도 차 안이라고 무서움보다는 평온했다.


마지막 구간은 아들이 담당했는데 이곳은 대관령 고갯길을 굽이굽이를 도는 듯 미국에서 처음 만나보는 산비탈 도로로 고생하다 급기야 차를 세우고 한숨을 돌리는 아들이 갑자기 별을 보라고 소리를 친다. 쏟아내리는 푸른 별빛 장관이다 한참을 마음껏 가슴에 담고서 기분 좋게 아침 햇살과 함께 콜로라도 글렌우드스프링스 지역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나니 우리는 그렇게 길게 갈 곳이 없어 못 갔었을 뿐 아무것도 아니더라 라는 뜬금없는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우리도 통 크게 살자. 


모두 지쳤다. 밤새 잠도 못 자고 달려왔으니 피곤하다. 예약된 호텔은 감사하게도 아침부터 체크인해 주어 바로 들어 누워버렸다. 고맙게도 출발지인 달라스와 시차가 한 시간이 나는 덕분에 오전은 휴식을 갖기로 했다. 


들어 누우며 신기한 생각에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것은 전날 가는 길 어느 중국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포춘쿠키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내가 집은 포춘쿠키가 마치 오늘의 나의 마음과 통한 듯 정말 신기하게도 이렇게 쓰여 있었다.


Live for the moment, because there is only one result in life.


이게 무슨 일인고



매거진의 이전글 강아지는 눈치가 빨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