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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Oct 10. 2023

여행에서 내려놓은 욕망

이럴 수도 있구나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더욱이 개인주의가 모든 이유를 대신해 주는 미국에 살고 있으니 한번 뭉치기도 힘들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개인주의적 사고도 잠시 접어두고 서로 격려하며 함께 하고 있는 가족 여행에 감사하다. 


다 큰 아이들이라 이제는 마음대로 하기도 힘들다. 때론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이해를 하며 같이 있는 이 순간을 위해 다독인다. 이 여행을 마치면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들도 독립 객체로서 각자의 생활을 존중해 줄 것이며 나도 내 생활에 더욱 충실해질 것이다. 


여행이라는 것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만족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번의 아쉬운 시행착오는 다음번의 씩씩한 가이드로 재 탄생될 것 이기에 한번 더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좋다.




어제는 부지런히 움직여 콜로라도 주도라는 덴버(Denver) 도시를 활보해 보았다. 빌딩의 도시가 너무 썰렁하여 놀랐다. 마치 사진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 모든 것이 정적이다. 아쉬움에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NFL 덴버 브롱코스를 자랑하는 어느 거리를 거닐다 오후에 노을과 함께 레드락 원형극장 엠파이어시어터를 둘러보기 위해 산 위로 걸어 올라갔다.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이 주차장까지 내려와 있다. 문슨 일일까? 줄을 선채로 맥주를 마시며 심지어 소형 바비큐 틀을 들고 다니며 고기까지 구워 깔깔거리는 그들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급히 뛰어 올라가 봤다. 유니폼을 입고 잡담에 여유가득의 안내자들도 신이 나 있는 것 같다. 밤에 유명가수의 공연이 있다며 원형극장을 보려면 내일 오라며 웃어댄다. 거꾸로 내려오면서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의 행렬과 그것을 일상으로 생각하며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의 풍부한 여유가 무척 부러웠다.


우리의 특히 나부터 단 몇 분 조차도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함은 목표를 향한 경쟁의 산물이며 밀집된 틀속에서 이미 흥분지수가 올라 애민 해진 탓일 것이다. 일상의 기본이 예민한 상태이다. 이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 해법은 여행이었다.




로키산맥의 기슭을 타고 오르내리며 보낸 이 주말 시간이 나에게 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신의 정원에서 찾은 것 같다. 

신의 정원(Garden of God) 이란 드넓은 곳에 붉은 거대 기암괴석이 만들어 놓은 장관을 말한다.  


엄청난 세월의 자연풍화로 만들어진 바위 사이를 거닐며 장구한 시간에 비해 찰나인 인간 삶의 겸손을 일깨워 보라는 것이다. 특히 밸런스 락 이라는 가분수의 달랑달랑 붙어있는 특이한 바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화 없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듯 우리네 짧은 삶으로는 자연의 미미한 변화조차 지켜볼 수가 없는데 마치 천년만년 살아가는 듯 착각 속에 아웅다웅하다 아쉽게 마무리하는 삶을 돌아보며 유한함의 허무를 깨닫고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는 외침을 들었다. 


아주 심오한 성현들의 말씀이나 철학적인 글귀가 아니더라도 그저 바라만 봐도 오늘의 빛이 부서지기 전에 이 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울컥 해지며 가슴을 파고든다


'이게 무슨 일인고'



세월을 움켜쥐고

날아다니는

억만년의 내음들


깊은 호흡에

신들의 소리가 들리니


욕망의 끝을 쫒던 자만은

뒷짐 풀고 고개 숙여

지금에 충실하겠다 맹세한다  


* 돌아오는 10시간의 운전 길은 아내와 함께 나누어 운전을 하며 소중한 주말을 내어줘서 또 우리와 함께해 줘서 고마운 아이들을 위해 도로에서 빠져나갈 곳이 없다며 일부러 내가 오래 운전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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