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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Nov 04. 2023

미국여행을 마치고

세상의 변화에 나빴던 익숙함은 이제 버리자

새벽부터 부지런을 떤다. 쓰레기를 버리고 쓰지 않은 짐 정리하고 집안을 쓰고 닦고 정돈을 하고 있다. 이제 미국 한달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짐을 싸고 있기에 혼자 살고 있는 딸이 자꾸 신경 쓰여서 이다.


미국에 올 때 보다 수월한 짐 싸기를 대충 마무리 짓고 나자 잠에서 깬 오월이(강아지)가 내 앞을 서성인다. 매일 습관적으로 눈을 뜨면 밖으로 데리고 나갔던 터라 오늘도 나가자며 쳐다보는 것이다. 뒤돌아서면 빙그르 돌아와 눈을 맞추고 또 돌아서면 쫓아와 눈을 맞추더니 문 앞에 걸린 목줄을 빨아댄다.


'그래 알았어 나가자'

아직 어둑한 새벽 오월이를 데리고 나서며 이젠 새벽 일찍 데리고 나갈 사람도 없을 텐데 이 녀석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와 잠시 적응한 것처럼 또다시 오월이도 딸의 루틴에 다시 적응할 것이다.


오월이와 함께 걷던 익숙한 길로 산책을 하며 잠시 한 달의 여행을 뒤돌아본다.


어느새 성장하여 경제적 독립하였다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과 처음으로 함께하며 후회 없는 넉넉함으로 즐겼던 이번 한 달간의 미국살이에 이제는 그들의 걱정은 접어 두기로 했다. 나보다 더 좋은 판단으로 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잘할 것이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치 오월이처럼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잘 살아갈 것이다.


이제는 인생 후반전 나를 돌볼 시간이다.

사람은 나이 들수록 외롭다고 한다. 하지만 이 외로움은 오히려 나에게 기회가 되며 감사할 일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열심히 움직일 조건을 만들어준 가족들에 감사하다.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 하지만 그 삶의 방식은 철저히 최선의 가치로 창조해 가야 한다는 것 이 이번 미국여행을 통해 얻은 나의 결론이다.


작가 요한하리는 '인간은 분위기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즉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비만이 될 수도 날씬할 수도 있다 한다. 주변 분위기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인데 정말 이번 미국여행을 통해 실감했다. 그리고 앞의로의 시대는 핵개인의 시대로 들어간다고 송길영 작가가 말다. 내가 살아가는 범주가 곧 나의 세계관이란 말이다. 이여행 경험을 통해  변화에 따른 시대적응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핵개인으로서 당당한 삶을 살 것이다.


더불어 이번에 느껴 본 빠른 세상의 변화가 반갑다. 핑계 삼아 자연스럽게 나의 새로운 페르소나를 펼칠 기회를 잡을 것이기에 반갑게 용기를 가지고 그 길로 뛰어 들어갈 것이다.



변화는 극적이다. 마치 문 닫은 도미노설탕공장이 이제는 뉴요커들의 편안한 공원이 되었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내내 허리가 불편하여 고생을 하였다. 허리가 안 아팠으면 더 많이 보았을 텐데 불편하니 제약이 많다. 그리고 뉴욕 거리를 다니며 삶에 지쳐 길 위에 누워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보았고 지하철 의자에 함부로 앉지 않고 가리는 그들을 보면서 내재된 학습의 상처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아픔도 모르고 서로를 의식 않는 평범한 것이 얼마나 큰 복 인지를 새삼 깨닫는 중한 여행이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겨 걷다 보니 나를 찾는 문자가 온다  월요일 출근길에 막히면 안 되니 빨리 공항으로 가야 할 시간이란다. 서두른 눈치에 오월이도 알아서 집으로 향한다. 내가 보기에는 천재견 같다.


큰 가방을 끌며 나서니 벌써 오월이가 흥분하더니 문 앞을 막고 앉는다. 자기를 두고 어딘가 떠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학습의 효과가 크다.



딸이 불러준 우버가 도착하였기에 얼굴 한번 쓰다듬고 간식을 주는 것으로 인사를 마치고. 할아버지 기사님이 끌고 오신 낡은 차에 딸과 함께 뒷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의 큰 소리가 들려서 보니 뜯긴 차 앞문 고리를 들고 서있다. 잠시 지켜보시던 기사님이 다시 문고리를 끼워 놓고는 출발한다.


가는 동안 아내는 말한다.

'저 할아버지가 문고리값 물어내라면 어쩌지'

'원래 망가진 것인데 뭘 그리 걱정해'

'여기서는 별것 다 가지고 문제 삼는단 말이야'


나쁜 학습의 기억으로 공항으로 가는 동안 아내는 동동거리며 간다

이게 무슨 일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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