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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Oct 27. 2023

미국에서 팁이란

의무가 되고 있는 팁이 얄미워진다

회식이나 접대가 있을 때면 음식 주문을 하고는 호기롭게 서빙하는 이모에게 만원 집어드리며 잘 부탁합니다 하면 기분상 뭐라도 좀 더 가져다주는 것 같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에게 대접을 해주는 뿌듯함도 남아 기분까지 좋아진다.


팁이란 위키백과에서

사례금(謝禮金), 또는 팁(tip)은 제3차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해진 가격보다 더 올려서 주는 웃돈을 말한다. 음식점, 호텔 등에서 일하는 종업원 등에게 손님이 요금 이외로 주는 돈, 봉사료의 뜻이다.

 

그런데 이런 건방진 나라에 오니 모두가 멋대로다 무엇을 하던 팁을 바란다. 내가 구입한 큰 물건을 배송받아도 팁을 주어야 한다느니 괜찮다느니 왈가불가할 정도이다. 팁이 스트레스를 준다. 나의 경우에는 감사한 봉사를 받은 것도 없는데 주는 것이 아까워서 이다.


그런데 이제는 웬만한 가계에서 키오스크계산을 하면서 아예 옵션으로 팁을 선택하는 창을 뜨게 만들었다. 얼마를 줄 건지 선택하라는 당당함에 염치를 생각하게 한다.


심지어 커피를 시켜 테이크아웃 하는데도 팁을 선택하라고 태블릿화면을 들이민다. 당연히 NO TIP을 선택하지만 멘붕 상태에서 어리바리 20%를 누를 경우 그냥 끝이다. 정신건강을 잘 관리해야 한다.




여행을 온 지 한 달이 되어가니 이젠 점점 팁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아니 포기를 했다가 더 정확한 것 같다.

친절을 베풀던 물 한잔 더 따라줬던 따지지 않는다. 정신 건강을 위해 그냥 옛다 하고 팁을 준다. 그것도 20%를 적어낸다. 환장하겠다. 심지어 어떤 가게는 자기들끼리 음식값에다 아예 주방 팁이라고 강제 얹혀 놓고도 서빙팁은 별도라 한다. 음식점에서 주방의 당연한 의무에 왜 팁을 주는 건지 차라리 모두 합쳐 음식값으로 하여 몰랐으면 좋으련만 사람 헷갈리게 화가 난다.


이러니 미국 내에서 조차 팁에 대해, 팁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말들이 많다고 한다. 원래 팁문화는 식당이나 술집 같은 곳에서 서빙에 대한 감사로 조금씩 주던 것이 이제는 전 업종에서 대놓고 팁 달라고 요구를 한다. 안 주면 무례한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풍문에 동방예의지국 소심인은 어리바리 팁을 누르고는 속앓이를 한다. 도대체 왜 이런지 이유가 궁금했는데 동아일보 기사를 보니 태블릿결재 확산이 그 이유라고 한다. 팬더믹으로 확대된 비대면의 방편으로 들어온 터치스크린 시스템으로 더 당당하게 팁을 요구한다고 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태블릿의 결재 시스템 속에 교묘히 팁의 선택이 디폴트로 숨어있다. 업장에서는 우리는 모르는데 기계가 그렇게 되어 있네요 '흐흐흐' 헛웃음밖에 안 나온다.





글을 쓰다 며칠 전 손가락하나 잘못 눌러 20%의 팁을 준 일을 생각하니 또 화가 슬슬 치밀기에 정신건강을 위해 심호흡을 하며 멍하니 있으니 갑자기 여행을 오기 전에 진천에서 조각과 공예를 하시는 친척분의 작업장을 찾아간 일이 생각난다.


예술가들의 작업장이라 낭만을 생각하며 소주를 사들고 작업장 옆에 운치 있게 꾸며 놓은 파라솔아래 낮술 한잔 하려니 이게 무슨 소리냐며 큰 소리를 치며 어디선가 먼지가 내린 와인잔을 들고 오더니


'우리가 어떤 사람인데 소주를 마시나 와인을 마셔야지'

웃으며 농을 하자 옆에 있던 작가님이

'맞아 와인을 마시니 이제 우리는 중산층이야 우리 중산층이라 하자 우린 중산층이다. 하하하'


아무 곳에서나 팁 달라고 손 벌리는 그대들에게 꼼꼼히 잊지 않고 팁을 던져주니 우린 이제 대국이라 하자 그리고 정신 건강을 위해 허허 웃으며 팁을 던지고 있는 여행자는 갑자기 상상의 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부자다.


이게 무슨 일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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