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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Oct 19. 2023

능청스럽게 산다는 것

능청스러워야 더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살 수 있다

파란 하늘과 적당한 공간에 휘갈긴 흰구름 그리고 우뚝 솟아오른 빌딩들 사이로 길게 이어진 비행기의 항공운을 지금 맨해튼 쎈트럴파크 파란 잔디밭의 벤치에 앉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사방으로 이어진 공원 산책로에는 목줄 풀린 강아지들이 만들어 내는 개판의 향연을 바라보면서 익숙해진 아침을 여는 그들의 모습에 동조하고 있다.



아직 허리 통증은 여전하다. 특히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찌릿찌릿한 불편감은 사진포즈조차 잡기 힘들지만 새로운 곳에서 뭔가를 보겠다고 바삐 꽁무니를 쫒은 며칠은 아팠던 허리조차 쓸데없는 정신에 팔려 잊고 있었다. 지금 벤치에 멍하니 앉아 으니 제대로 통증이 몰려온다.


이것은 가 상상하는 뉴요커들의 모습 같다. 포장지에 싸여 본질을 잃고 있는 모습이 내 눈에 보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저 자기 일에 충실한 평범한 바쁜 직장인 뿐인데 화려한 빌딩에 초점이 맞혀져 자투리 시간에 빵봉지 커피를 들고 자리를 찾아다니는 그들이 낭만적으로 멋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둠이 내려 현실로 돌아와 나처럼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쉬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주변환경이 문제지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



'머물러도 떠돌아도 보았으나 가보지 않은 곳에 무엇이 있는 게 아니었다 - 시인 김중식



점점 실체를 느끼고 있다.

며칠을 정신없이 쫓아다니며 보냈다. Ess-a-Bagel집에 줄 서서 베이글하나 집어 들고 먹고는 뉴욕 핫 플레이스 랜드마크 전망대인 SUMMIT에 올라 뉴욕의 빌딩숲을 내려다보며 복잡한 사람들의 아웅다웅과 빌딩들의 티격태격이 한낱 바람일 뿐인 것에 마음의 위안을 삼고는 911 메모리얼 뮤지엄의 경건함을 잠시 고개 숙이고는 곧바로 뉴욕 자유여신상을 둘러보고 월가 황소상을 보며 자본주의의 극치로 내달렸다. 그렇게 사람들의 꼬리를 잡고 따라다니며 관광이라는 명목하에 시간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리를 주무르며 드는 생각은 남들이 알려준 똑같은 인증샷에 정신이 팔려 아픈 허리조차 인식 못하여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서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을 늘 내세우고 있는 나로서 그들이 만들어 내어놓은 상품 껍데기만 만지며 그것을 자랑하느라 힘이 빠져 있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무엇을 나는 보아야 할 것인가' - 박인환



한발 떨어져 관망하듯 수동인의 자세로 사는 것이 예의 바르고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한 때가 있었다. 어릴 때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다 보니 타인을 우선 배려하는 것이 최고의 예의로 알고 자신을 뒷전으로 두고 살았었다. 그것이 마음이 편하기도 했다. 사회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회피를 하는 이유로 내세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전제가 생략되었다. 내가 완벽하고 이미  알고 있어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다. 이것이 성립되지 않았을 때 무조건적인 배려는 비굴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배제하고 상대를 우선 배려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나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우물 안의 사고틀을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많은 기회로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봤다. 하지만 그때는 기회를 얻었음에도 수동적인 입지를 견지하며 주어진 일만 하는 것으로 그 귀한 시간을 아쉽게 흘러 보냈다. 그래서 이번 한 달간 미국 여행은 능동적으로 나를 위한 여행으로 많은 것을 느껴 보려고 한다.  

한 달간 달라스 등 아이들이 살고 있는 한인사회의 삶과 콜로라도의 멋진 자연풍광으로 가슴을 넓히고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뉴욕을 경험해 봄으로써 당대의 한계를 알고 지금의 나의 위치를 자각해 보려 한다.

이 새벽 그 출발을 하려고 짐을 꾸리고 있다. 넘쳐나는 짐에 애를 먹지만 즐겁다. 아직 허리가 불편하여 걱정이지만 마냥 설렌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을 지금 출발한다.


여행 출발전날 썼던 나의 일기다.

나도 무엇을 보아야 할 것이라는 목적을 나름 가지고 이곳에 왔었다.


사람 사는 곳이란 다 똑같다는 것은 이미 목격했다. 배경과 문화의 차이가 있을 뿐 이것을 이해한다면 어디서나 당당하고 멋진 그대로의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침의 낭만이 저녁에는 소음으로 변하여 붕 뜬 이곳에서 나까지 허둥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여행은 내가 궁금해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보려 한다. 어제 딸과의 대화에서 느낀 것도 있고 해서 자신 있게 무작정 아내와 단 둘이서 그들이 숨은 곳을 찾아 어둠 속으로 씩씩하게 들어갔다.




딸에게 슬며시 물었다.


'너는 어떻게 해서 영어도 잘하고 이렇게 당당하게 미국에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 그건 능청스러우면 돼'


그렇다 부딪히는 삶은 능청스러워야 더 적극적이고 진지해진다.


오늘따라 맨해튼이 아주 좁아 보인다.

이게 무슨 일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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