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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Dec 28. 2023

성공적인 유학으로 날아간 기러기

사명문이 이끌어준 날개 때문이다

가장 힘든 시절 떠도는 기러기 마음을 부여잡고 의무와 정진을 위해 머리맡에 사명문을 붙여놓고 새벽 4시 수행하듯 시작한 루틴이 나와 가족 모두를 일으켜 세워 주었으며 더욱 탄탄하게 올려주어 2023년 12월 나의 세상은 확실하게 변화되었다.


'자신 있고 당당한 나를 만들자

그리하여 나와 가족에게 멋진 사람이 되어

그 삶을 주변과 함께 하는 기쁨을 갖자'


몇해째 머리맡에 붙여놓고 실천하는 나의 사명문(mission statement)이다.

되돌아보니 2021년 5월 20일 tistory 나의 일기에도 등장했다. 그동안 이것이 나의 삶의 기준이 되어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의 사명문의 당위성까지 찾았다. 그것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지하 묘지에 있는 묘비명(墓碑銘) 그것이다. 놀라운 인연이다.




평범한 시골 출신에 특별함도 없던 우리가 11년 전인 2012년 고1아들과 중1의 딸 입학식을 앞둔 3월. 비장하게 미국유학을 결심하고 나섰다. 아내의 단출한 살림이 미국 Dallas 어느 대학교 근처 허름한 단층방으로 옮겨지고 나는 기러기를 잉태하였다.


비바람불 때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듯 전화만 오면 덜컥 내려앉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버텨냈다. 하던 사업을 접고 바닥에 내려앉아 잠시 유학을 멈추었을때도 있었지만 특유의 긍정으로 다시 직장인이 되어 우리는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돈 많은 아무개 사장집 아들 둘 다 졸업하고 다시 돌아왔다더라 어느 집은 바람나서 풍지박살 났다더라 소주잔을 기울일 때 위로인지 시기인지 안 좋은 이야기들만 흘러나왔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꿋꿋하게 버텨냈다.


내가 반듯하게 서야만 가족이 설 수 있다.

흔들리는 마음을 꽁꽁 묶어 매기로 했다. 머리맡에 사명문을 붙여놓고 스스로 자기 검열을 받기 위해, 한눈을 팔지 않기 위해 매일 나의 일기를 tistory를 통해 공개했다. 그렇게 새벽 4시 일기를 시작으로 수행하듯 생활 루틴이 돌았다. 그리고 휴일은 수험생 모드로 전환시켰다. 당장 필요 없어도 현실 삶에 집중하기 위해 기능사 자격증을 분기별 도전하여 따는 성취에 집중했고 공인중개사와 주택관리사 시험까지 도전해 보는 일상의 수행을 택했다.


이심전심일까 그곳에서도 친지, 이웃들의 수군대는 뒷말을 멀리하고 다독이며 싸우며 독하게 이끌고 나간 엄마와 인내하며 사춘기를 버텨낸 아이들이 감사하게도 아들의 시민권 획득과 내 집 마련 그리고 딸의 UCLA졸업 그리고 취업. 아직 20대인 이른 나이에 둘 다 경제적 독립까지 하였다. 그동안 엄마의 수고는 눈물겹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숨 가쁘게 달려왔고 결국 가족이 합심하여 만든 성공적인 유학이 되었다.


처음 결정에서부터 경제적 문제 심지어 F1, F2비자 그리고 엄마와 딸의 영주권까지 우리는 유학원 도움 없이 인터넷을 찾아보며 모두 스스로 일 처리를 하였다. 그래서 가치가 있다. 이제 10여 년을 뒤로하고 작년 말 내 곁으로 돌아와 어깨를 기대고 추억을 이야기하는 아내는 하늘의 선물까지 받아 무척 편안해 보인다.

그래 모두 수고들 많았어 10년의 비상이었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묘비명(墓碑銘)>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도 변화되었을지!



기러기의 비상 >


혼자 할 수 있는 자신감

주체적 의사 결정권의 당당함을 갖추라고

내가 나에게 사명을 주었다

소주 한잔에 무너질까 찬바람에 날려 갈까

책상 앞에 붙이고 신발장에 그리고 장식장에도

쫓아다니며 흔들어 댔다

연말 카운트 다운 하면, 새해 해맞이를 하면

콘크리트에 때려 박은 깃발을 바랐다

내가 서야 가족이 선다고

얼음장 녹아내리는 찬물에 발 담그고

젖은 만다라트를 건져 올리며

달을 이고 해를 조각내어

수도승 뒷머리를 잡으려 다녔다

깔닥대던 호흡이 길게 바뀌던 그날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묘비명을 쓴

안쓰러운 신부의 통곡소리를 뒤로하고

기러기는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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