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공원 모퉁이에서 신호를 대기하다 차창밖을 언뜻 보았다. 아침에도 못 봤는데 노란 머리를 치장한 그녀의 정수리를 보았다. 두근두근 쿵쾅거리는 가슴이 어찌나 나대던지 바뀐 신호도 못 보고 빵빵대는 소리에 떠밀려 지나왔다. 내일 아침에 일찍 올라가 봐야겠다. 기별이나 하지 소식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면 어쩌나
감당하지 못한 여운에 재빨리 글이라도 남기고 있다.
오늘 일요일은 화창했다. 입고 나간 옷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성급한 반팔 들도 많이 만났다. 지난밤 싱숭생숭 잠을 설치게 한 숨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감동이다. 덕분에 도심 속에서 찾아낸 커피숖에서 오후 내내 조용히 봄을 달구어 익혀왔다.
무덤덤한 나도 그러한데 어찌 눈치 빠른 계절의 전령사들이 꿈틀대지 않았으리 이 밤 지나고 아침 산책길에는 가슴을 설레게 했던 공원 울타리 웅크려 부끄럽게 내민 노란 개나리 머리를 실컷 보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