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어뤤지하며 영어 발음마저 대통령 앞에서 화제가 되어 글로벌을 강조하던 때 나이를 더 먹기 전에 자립해야 한다며 무작정 뜻한 바가 있다고 큰소리치고는 'S'사를 그만두고 전 재산을 탈탈 털어 어학원을 창업했다. 시작하자마자 운이 좋았던지 장소와 시류를 잘 만나 갑자기 수강생이 많아졌다. 어떻게 엔지니어 출신이 어학원 경영을 잘하느냐며 본사 담당들이 영업차원의 입소문을 내며 창업예비자들을 데리고 빈번하게 찾아오더니 어느 날 기어코 취재를 당하여 조그만 잡지에도 기사가 났다. S사를 다닐 때 활동한 6 시그마 블랙벨트의 위엄으로 학원을 다양한 분석으로 결과에 따른 나름 논리를 만들고 있을 때이니 손익은 충분치 않았지만 비전 만으로도 더욱 기고만장했다.
회사 다닐 때 어학점수로 스트레스를 받던 사람이 아이러니하게도 어학원 원장 이라니 진급 때면 영어 점수를 피해 일본어 점수를 대신 받던 내가 영어로 밥을 먹고살고 있다니 선택의 무모함에 놀라고 또 그게 잘되고 있다는데 더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더 크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당시 세상이 글로벌인재 양성 등 국제화를 외치고 있을 때 진취적이고 도전의식이 강한 아내가 중1, 고1 아이들을 데리고 본인이 직접 학생으로 미국 유학을 떠나겠다고 선언하였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명색이 어학원 원장인데 라며 유학원 없이 직접 서류작성 하다 보니 부정적 귀 뜸 없이 진솔한 도전으로만 부딪혀 아내가 F1 비자를 받았다. 나중에 안 이야기이지만 40대 여자가 아이들 둘을 데리고 미국에 그것도 어학공부를 위한 유학 떠난다는 것은 기존 유학원에서 조차 아예 받아주지도 않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서로의 모험과 고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기 사업 투자비가 크다 보니 마국에 최저 생활비를 송금하고 나면 학원 운영비조차 부족할 때가 많았지만 잘 된다는 될 것이라는 막막한 비전만 믿고 우쫄대며 밀고 나갔다. 하지만 메르스를 겪고 나니 학원운영에 불안감이 생겼고 또 사회적으로 사교육에 대한 압박이 강해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시작도 그랬지만 정리도 과감하게 하였다. 그렇게 학원을 접고 덕분에 살고 있던 집도 처분하고 잠시 빈둥거리다. 나의 능력을 알아준 지인의 추천으로 다시 엔지니어 길로 복귀하였다. 그 와중에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아이들 유학을 멈추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핵심이 아닌 것은 비켜가고 걸림은 잘라 버리자
망한 사업자가 엔지니어의 일을 다시 하다 보니 좀 더 현실적으로 변하여 과감해졌고 도전적인 일들도 찾아 미친 듯 몰두하였다. 어차피 기러기 생활인지라 집보다 회사가 안정감 있었다. 그렇게 실적이 오르다 보니 어느새 회사 운영을 맡는 사장 자리에 까지 앉게 되었다. 무언가 등 떠밀려 활개를 치며 나를 잃어버리고 폼생폼사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어느 날 과음의 뒷정리를 하다가 기러기의 일상에 존재 감 없이 얽매인 사회생활에 빠져 흐느적거리는 나를 발견하고는 우선 나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새벽 4시 기상과 루틴에 의한 반복생활을 택하여 회사 근무 시간 외에는 도를 닦는 심정으로 무작정 나에게만 몰입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초기 몰입을 위한 도구로 자격시험을 택해 분기별 도전하기로 하고는 효용을 알 수 없는 버섯종균 기능사. 유기농기능사, 산업기능사, 조경기능사를 연달아 취득하고 나니 일상이 차분해졌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삶과 질적으로 다른 삶을 원하며 자신 있고 당당한 나를 만들자'라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 실천으로 기러기생활속에서 나와의 약속을 감시해줄사람을 찾기 위해 나의 일기를 블로그 (롱혼 원명호)에 올리며수도하듯 인내하는 실천의 삶을 실행한 것이 이제 4년여 되어간다. 덕분에 아이들은 미국에 잘 정착하여 가족 유학이 성공적인 마무리 하였고 아내는 돌아왔고 나는작년에 회사를 퇴직하였다.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전반기 인생을 살면서 남은 것은 내가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후반기 인생도 나를 위해 그것을 이어 나가려고 한다. 그동안 나를 관찰하고 지금의 나를 찾고자 했다면 이제는 제대로 나만의 일을 하려 한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서사를 만들며 후반의 삶을 알차게 보내려 한다.
관계의 얽힘을 차분히 정리를 하고 나에게 진실된 고독을 즐기며 나의 결정권으로 하루를 산다. 그리고 변화되는 사회에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나가기위해 공부를 한다. 키오스크쯤이야,커피를 고르는 것쯤이야,아이패드 활용쯤이야,영어쯤이야 ㅋ
그래서 ‘주체적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일요일 아침 글을 쓰며 흥분한 것 같다.
어쨌든 가장 좋아하는 방법을 통해서 꾸준한 과정을 즐기는 실행을 하며 관찰은 역발상으로 문제에 집중하고 유영만 교수의 말처럼 끈기와 끊기 사이에서 나의 매 순간순간의 삶의 과정을 즐기려 한다. 잘 되겠지~
자신있고 당당한 나를 만들자 그리하여 나와 가족에게 멋진 사람이 되어 그 삶을 주변과 함께 하는 기쁨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