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이른 아침. 늘 걷던 아파트 공원 산책길을 무심코 두어 바퀴 돌아갈 무렵 문득 발이 멈춰졌다. 이상한 기운에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니 아니 이럴 수가 길가 풀밭 사이로 그것도 불쑥 제일 높게 분명한 머리를 내민 클로버 하나가 있다. 마치 나를 봐달라는 애원의 눈빛이다.
그러데 그것이 네 잎 클로버다.
엊그제 비바람이 심했는지 잎에 구멍이 조금 나 있었지만 아주 싱싱했다. 어떻게 이렇게 빳빳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데도 그동안 그 많은 산책길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참고 기다려 나를 만났을까? 망설임도 없이 손이 불쑥 조용히 집으로 모셔와 식탁 작은 유리병에 꽂았더니 저녁에는 잎을 접고 아침에는 활짝 피어 나에게 힘을 주려고 애쓰고 있다.
사실 자난 6월 열흘간의 명상수업을 다녀온 후 갑자기 일기글을 제외한 글쓰기가 멈춰졌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라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정리가 안된 글들이 떠다녔지만 왠지 부끄럼 타는 아이처럼 꺼내 놓을 수 없었다. 전처럼 뻔뻔하게 들이밀던 글들도 마음 야들야들해지며 더위를 먹은 듯 제풀에 포기하고는 오히려 손 놓은 것을 후련해 까지 하고 있었다.
이럴 수가, 그것이 답답해 보였는지 길가의 네 잎 클로버가 긴 목을 빼고 올라와 행운을 줄 테니 너의 길에서 다시 열심히 해보라며 소리를 쳐댄다.
그랬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삶을 노래하며 진실된 감동으로 서로 공감하고픈 이유인데 리셋된 이후 어찌 된 영문인지 마치 백일장에 나가 심사를 앞둔 사람처럼 너무 거창하게 문학사의 마음으로 벽을 치고 있었다.
일부러라도 그대들 자신을 믿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남들이 그대를 믿겠는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 자는 언제나 거짓을 꾸민다 - 니체
우리는 살면서 자연스러운 것도 괜히 엉뚱한 이유를 들이대며 낯설게 생각할 때가 있다. 그때는 너무 남들을 의식하여 거짓을 꾸미려다 보니 힘들어진 것이다. 그냥 자신의 그 모습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 가장 차별화된 것이며 가장 편하게 존경받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조급해 말고 기다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