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코리아를 다녀왔다
둥실둥실 흰구름 뒤로 파란 하늘이 오늘따라 더욱 싱그럽게 눈을 씻겨 내리고 있다.
담마코리아 앞마당을 아쉬운 듯 몇 바퀴 걸으며 상념의 눈을 감고 차분히 내려앉은 마음을 챙겨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11박 12일의 알아차림과 평정심의계발을 위한 명상의 시간이 꿈같이 흘러갔다.
'그대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깨닫음에 도달한 자는 그 길을 보여줄 뿐이다'
고교동창 소개로 알게 된 담마코리아를 가려고 두 번이나 신청하고는 사정상 연기를 거듭하다 드디어 가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별로 큰 뜻이 없었다. 단지 명상을 배우며 인생 전후의 한 획을 긋고 싶은 편안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서서 신청서를 작성하자 핸드폰 반납과 묵언을 통해 계율을 지키는 언약을 하고 나니 울타리 밖의 세상과 등지고 수행자의 길 위에선 비장함이 감돌았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녁 9시 30분까지의 반복되는 명상.
들숨 날숨에 집중하며 시작된 명상은 얼마 되지 않아 다리의 아픔과 허리의 결림 그리고 신경 쓸수록 번져가는 고통의 사투가 2-3일 지속되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잠잠해져 지고 새벽명상 2시간을 다리 바꿈 없이 꼿꼿이 버텨냈다. 그날은 아마 챙겨보는 마음이 평온했던 것 같다. 이후 계속 유지가 되지는 않았다. 당연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으니,
'이것은 무상하다. 이것은 변화하게 되어있다. 이것은 사라지기 위해 일어난다.
그것이 유쾌하거나 불쾌한 것일지라도'
모든 것은 변한다. 한 곳에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없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담마다. 고통도 변화한다. 그래서 그저 나타나는 감각을 지켜볼 뿐이다. 신체 감각기관을 통해 영원하지 않음을 직접 경험한다면 거기서 계발되는 지혜는 참된 지혜라는 것을 실제 스스로 알아야 하기에 이곳에 앉아 있는 것이다. 평정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이곳에 와보니 외국인도 있고 승려도 오셨고 젊은이와 어르신도 계신다. 모두들 침묵으로 있다 보니 어떤 생각 어떤 마음인지 모른다 그저 스스로 깨우치기를 기다릴 뿐이다. 나 또한 그 속에 끼어 앉아 묵묵히 의식하지 않고 그저 내면을 알아차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와 사우나를 다녀오니 몸무게가 3.4Kg이 빠져있고 목소리는 차분해졌고 뭔가 안정감이 있는 균형을 느낀다. 간밤에는 아직 시들지 않은 무의식에 잠을 설치다가 아침에 일어나 호흡 명상을 하며 다짐한다.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무리한 심취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일상의 패턴으로 고요한 침잠을 즐기며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겠다고
담마코리아를 찾아 명상을 다녀온 지 일주일이 지났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인생에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만족한 포만상태는 죽음의 상태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아쉬움이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든 세상사 모두 매한가지다고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난 한 주는 명상의 여운을 가지고 아쉬운 여백의 상태로 다 내려놓고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굳이 스케줄에 얽매이지도 않고 편안한 상태로 내 생활을 지켜보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어떻게 행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치 다른 사람이 나를 관찰하듯 내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곳을 다녀온 후 인생의 분기점으로 내세운 것은 평정심 유지다. 지난날 나의 삶은 쫓기듯 허겁지겁 스스로를 옭매이며 불안해하였다면 이제는 차분하게 오뚝이 같이 무게중심으로 침잠된 마음으로 성냄도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행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조급함을 버리고 안정된 마음으로 매사 조금 부족한 듯아쉬운 듯 여운과 여유를 가지고 계획된 일을 행하려 한다.
폭포아래로 휩쓸려 간다
붙잡을 생각도 없다
아니 잊었다
그래야 산다고
남들보다 빨리 간다며
충혈된 눈으로
이유도 모르고 달려왔다
마지막 모퉁이 굴곡의 느슨함
간신히 걸린 옷가지에
마음이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긴 호흡으로 알아차렸다
어차피 흘러가는 길
아쉬운 듯 부족한 듯
충만했다
아닛짜
그렇게
다시 흘러간다
- 모든 존재가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