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 정확히는 글짓기와 동시를 곧잘 쓴다는 말을 들으며 국민학교 때 으쓱대며 백일장에 불려 다녔다. 나는 그런 아이였고 그렇게 되는 줄 알며 자랐다. 인풋이라곤 시골에서 산과 나무 그리고 냇가와 동물들의 교감이 전부지만 주는 감성은 매우 풍부했다. 지금도 그때의 감성을 꺼내 우려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자라면서 말 잘 듣는 아이는 자기 생각을 감추고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착한 아이의 콤플렉스에 갇혀 모범적인 생활을 했으며 부모가 바라는 대로 쫓아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신으로 직장생활까지 했으니 부려먹기 얼마나 좋았겠는가, 나보다 회사를 위해, 남들을 위해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잠을 자야 하는 줄 알았다. 병정놀이 하듯 올려주는 계급장 놀이에 도취되어 뒤도 안 보고 달려들어 결국 끝까지 올라가 뛰어넘어 내렸더니 허탈하게 혼자 내팽겨져 있다. 꼭두각시의 삶이 끝난 것이다.
이제 무얼 할까? 어디로 갈까?
낯선 혼잣말에 빙의되어 몇 개월을 방황하다 서서히 텅 빈 머릿속에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내가 있었다. 지독하게 무시하고 철저하게 감춰 두었던 어릴 적 자연의 감성에서 뛰어놀던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그 꼬마는 무엇을 하려고 했었지?
아 맞다, 글을 쓰려고 했었지 다들 잘한다고 했었잖아
그렇게 조심스럽게 Tstory(다음 블로그)에 일기글과 생활 시를 올리며 나를 어루만져주었다. 그러자 슬슬 글쓰기에 용기를 갖더니 아내의 추천으로 브런치스토리를 만나고는 주제 없이 천방지축 날뛰는 글들을 휘갈기며 1년을 보내고 나자 다시 갈등이 생겼다.
이런 글을 계속 올려도 되는지, 좀 더 숙성시켜야 하는지, 어느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그 벽이 찾아온 것이다. 글쓰기가 겁이 나고 막막하여 펜을 놓고 멈추었다. 분명 글쓰기 입스가 찾아왔다.
입스(YIPS)란 압박감이 느껴지는 시합 등의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하술한 바와 같이 본래 골프를 통해 유명해진 용어이지만, 최근에는 야구와 같은 타 스포츠에서도 자주 쓰인다. 피아니스트, 기타리스트 등 음악가들 역시 입스를 빈번하게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나무위키
간간히 쓰던 글도 이젠 3주가 넘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못 올리고 나의 일기글인 티스토리에서만 깨작거리고 있다. 아직 내 속에 남아있는 불안감과 일에 대한 애증 그리고 더 하고 싶은 도전과 미치지 못하는 자존심이 일렁이면서 왕성했던 시기에 실패한 경험 하나하나 되새겨 그 순간의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리라
많은 잡념들과 남아있는 자존심이 뒤섞여 요동을 치고 있다.
아하 이래서 이것도 안 되는 가보다. 혼란한 머리에 싸매고 누웠더니 문득 언젠가 사업하는 동창 친구가 소개를 해준 '명상'이 떠올랐다. 뭐 라드라 '담마코리아'
재빨리 찾아 들어가 빈자리에 신청을 했다. 아주 날짜를 멀찍이 잡았는데 벌써 그날이 된 것이다. 다음 주 5월 22일부터 10일간 명상 스쿨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핸드폰도 금지, 타인과 말과 행동도 금지, 잡생각 모든 것 금지 오로지 자기와의 대면만 가능하다고 했다. 좋다. 너무 좋다
제대로 나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지나간 상처의 잔해가 찐듯하게 뒷다리를 붙잡고 있는 애증의 잡념을 탈탈 털어 보내고 어릴 적 감성의 나를 찾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 있게 글을 쓰고 싶다.